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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사 ASML이 AI 파트너로 프랑스 오픈소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 AI(Mistral AI)을 선택했다. ASML은 미스트랄이 이달 공개한 엔터프라이즈 맞춤형 AI 구축 플랫폼 '포지(Forge)'의 초기 파트너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슈퍼을(乙)이라고 불릴 정도로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특정 AI를 선택한 배경에는 현장에서 필요성에 있다. 오픈AI 등 범용 AI는 방대한 공개 데이터로 학습한다. 반면 ASML 고유의 엔지니어링 표준이나 장비 유지보수 매뉴얼, 공정별 수율 데이터를 활용하면 오히려 맥락을 잃을 수 있다.
또 만약 잘못된 정보를 그럴듯하게 생성하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 나타날 경우, 나노미터 단위 초정밀 공정에서의 오류는 천문학적 손실로 직결된다. 범용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반도체 팹(Fab) 현장에선 '우리 공장의 언어'를 아는 AI가 필요한 셈이다.
미스트랄에 따르면 포지는 처음부터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설계됐다. 기업 내부 문서, 코드베이스, 운영 기록을 바탕으로 AI 모델을 직접 학습시키는 플랫폼으로, 사전학습(Pre-training)부터 사후학습(Post-training), 강화학습까지 전 단계를 기업 자체 인프라 안에서 수행한다. 데이터가 외부 클라우드로 나가지 않는다.
AI가 기업의 전문 용어와 내부 워크플로우를 체화한 뒤, 도구를 직접 선택·실행하고 사내 정책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리는 '운영 에이전트'로 작동하는 구조다. ASML 외에 에릭슨, 유럽우주국(ESA), 싱가포르 국방과학기술청(DSO) 등이 포지 기반 맞춤형 모델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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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소부장, '전략적 자율성' 확보 나설까
반도체 업계의 외부 AI에 대한 경계심은 ASML만의 얘기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2023년 챗GPT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임직원이 챗GPT에 입력한 반도체 관련 코드와 내부 회의록이 외부 서버에 저장될 수 있다는 보안 사고가 불거진 직후였다.
이후 삼성전자는 자체 생성형 AI '가우스'를 도입해 내부망에서만 운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외부 AI는 통제하고, 내부 AI는 키운다는 방향이 확고해졌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 계열사인 삼성SDS가 국내 기업 최초로 오픈AI의 챗GPT 엔터프라이즈 리셀러·서비스 파트너라는 점에서 삼성전자 역시 자체 도메인 AI를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
딜로이트가 올해 초 발표한 '2026 기업 AI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의 34%가 AI로 핵심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고 있다. 단순 효율화를 넘어 '소버린 AI(Sovereign AI)', 즉 자체 인프라와 내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통제하는 전략적 독립성이 필수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흐름은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딜로이트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9750억 달러(약 1300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약 5000억 달러가 생성형 AI 칩 수요에서 발생할 것으로 봤다.
시장이 커질수록 장비·소재 업계의 운영 효율성 압박도 높아지고 결국 AI 내재화로 수율과 원가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누가 먼저 보안 기반의 공정 특화 AI를 내재화하느냐가 수율 경쟁력의 새로운 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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