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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석유 최고가격제는 초과 수요 유발... 에너지 절감 가로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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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에경연 원장 출신 에너지 전문가

    “서민 세금으로 대형차 지원하는 격

    에너지 맷집부터 키우는 것이 해법”

    태양광·풍력 확대…ESS 비용 우려

    신성장동력으로 전력사업 육성 제시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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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유 최고가격제는 경제학적으로 가격과 맞지 않는 초과 수요를 불러오게 됩니다. 자원 빈국인 한국의 대외 에너지 취약 구조를 개선하는 데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24일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최근 중동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에너지 규제 방안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박 교수는 1990년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한국석유공사 이사회 의장,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국내 에너지 분야의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인해 국제 유가가 불안해지자 정부는 가격 안정화에 나섰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약 30년 만인 이달 13일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것이다. 박 교수는 정부의 이 같은 에너지 가격통제가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최고가격제로 가장 이익을 보는 사람은 기름 소비가 많은 대형차를 모는 운전자”라며 “단순하게 말하면 지하철 타는 서민들이 낸 세금으로 대형차 운전자들을 보조하는 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가 최고가격제로 인해 손실을 보게 되는 정유사 등에 재정적 지원을 할 수밖에 없어 결국 국민 세금이 일부 기업과 특정계층 지원에 쓰이게 된다는 의미이다.

    박 교수는 석유 최고가격제의 부작용과 관련 경제학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프랑스의 우유 가격 통제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그는 “프랑스 대혁명 시기에 과도기 정부가 급등하는 우유값을 떨어뜨리기 위해 최고가격을 시행했다”며 “그 결과, 낙농업자들이 우유를 시장에 내놓지 않아 공급은 더 위축됐고 서민들은 우유 품귀 현상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대 경제에서 이같이 극단적인 공급 부족 현상은 안 나올지라도 공급이 위축될 것은 확연하다”며 “국내 정유사 입장에서는 해외에 파는 것이 더 이익이 되니 국외 수출 등 다른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에너지 수급에 취약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석유 가격 상승을 제한한다고 해서 물가 상승세를 막기는 어렵다”며 “에너지 절약과 효율적 사용이 자리 잡지 않으면 에너지 수급 불안이 발생할 때마다 한국 경제가 휘청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것이니 국내 산업계와 가정도 이에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며 “기업과 가정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 한국 경제의 ‘에너지 맷집’이 생기고 에너지 수급 불안의 취약성도 극복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관련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정부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감축한다는 2035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지난해 11월 확정해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40년까지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 폐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현재 30여 기가와트(GW)의 3배가량인 100GW로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국제 사회의 기후변화 협약에 따라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방향에는 동의한다”며 “하지만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보완할 기술 개발, 경제성 개선을 고려해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경우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급변하는 등 간헐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가 필수인데 고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는 “재생에너지 발전원 근처에 고가의 ESS를 충분히 확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우리는 전력 계통상 남는 전기를 이웃 국가에 공급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 재생에너지 저장문제 해결 없이 재생에너지 속도전을 하는 건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에너지 산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세계 각국이 인공지능(AI) 활용을 늘리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 불안 등 국제 정세의 변동으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주요국의 화두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산업 생태계가 형성돼 있고 전선·변압기 등 전력기기 기술력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반도체에 이어 에너지 산업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에너지 산업은 다른 산업을 위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분야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별도의 산업 영역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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