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성·트렌드 결합 '시즌 한정판' 인기
대박 나면 상시화…업계 '시즌 전략' 진화중
그래픽=비즈워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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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과자 한 박스가 원래 가격의 열 배에 가까운 금액으로 거래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오리온의 '촉촉한 황치즈칩'인데요. 출시와 동시에 전국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으며 온라인 중고 시장에서 웃돈 거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왜 이 과자 한 박스에 이토록 열광하는 걸까요? 제과업계가 짧고 굵은 시즌 한정판 전략에 사활을 거는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지금 아니면 못 먹어"
최근 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제품은 단연 오리온의 촉촉한 황치즈칩입니다. 이 제품은 지난달 26일 오리온이 선보인 '치즈공방' 한정판 3종 중 하나인데요. 특히 황치즈칩은 출시 2주 만에 초도 물량인 38만 박스가 동났습니다. 일부 온라인에서는 웃돈을 얹은 거래까지 발생할 정도죠. 오리온 조차 이렇게까지 폭발적인 반응이 올 줄 몰랐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오리온 측은 "이렇게까지 반응이 클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며 "출시 2~3주 전 먼저 기사가 나오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기대감이 형성됐고, 특히 치즈 맛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번진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기존 '촉촉한 초코칩' 브랜드에서 새로운 플레이버(맛)가 거의 없었던 점도 신선하게 받아들여진 요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제과업계는 매년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에 맞춰 한정판 제품을 선보입니다. 최근에는 이를 두고 '제철 과자'라는 재미있는 표현도 쓰이는데요. 봄에는 딸기, 여름에는 수박과 멜론, 가을에는 밤, 겨울에는 고구마처럼 그 계절에 꼭 먹어야 하는 맛을 담았다는 의미입니다.
오리온 치즈공방 한정판 3종/사진=오리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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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전략 뒤엔 기업들의 고도의 경영 전략이 숨어 있는데요.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소비 촉진' 효과입니다. 사실 모든 장수 제품에는 탄탄하고 고정적인 수요층이 있기 마련인데요. 내가 평소 즐겨 먹던 과자가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팬들 입장에서는 사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여기에 '지금 이 시기가 아니면 맛볼 수 없다'는 희소성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강력한 유혹이 됩니다.
시즌 제품은 '리스크 방어' 효과도 상당합니다. 업계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세상에 내놓으려면 기획부터 전용 설비 구축, 제조 라인 확보까지 수십억원에 달하는 비용과 많은 시간이 투입됩니다. 반면, 이미 검증된 인기 브랜드에 새로운 맛을 입히는 방식은 비용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주죠.
마케팅 효율성도 압도적입니다. 이미 인지도가 높은 '국민 과자' 타이틀을 등에 업고 나오기에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처음부터 설명해야 하는 수고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시즌 한정 제품은 신제품이 기존 제품의 수익을 갉아먹는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현상을 일으키지 않는데요.
오히려 정체된 브랜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기폭제가 됩니다. 익숙한 브랜드에 '한정판'이라는 신선함을 더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젊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시즌 과자의 공식
제과업계는 계절 메뉴 외에도 말차나 피스타치오 같은 트렌드 원료를 활용한 한정판도 함께 선보입니다. 최근 유행하는 '두바이 스타일' 제품들이 그 예인데요. 사실 유행이 시작된 지 한참 뒤에야 제품이 나오는 것을 보고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하지만 여기엔 나름의 속사정이 있습니다. 새로운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맛 개발부터 원료 수급 그리고 대량 생산 과정에서 과자가 부서지지 않는지 확인하는 품질 검증까지 최소 3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 하는 대량 생산 체제의 숙명인 셈이죠.
이런 시즌 제품들은 보통 3개월 단위로 운영됩니다. 원제품 생산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여기서 예상치 못한 '대박'이 터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업계에서는 준비한 물량이 한두 달 만에 동나면 이를 상시 판매로 전환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입니다.
실제로 오리온의 '딸기송이'와 해태제과식품의 '홈런볼 소금우유'는 한정판으로 시작했다가 소비자 반응이 좋아 상시 제품으로 전환된 사례입니다. 최근에는 말차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들이 상시 제품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두바이스타일 피스타치오맛 제품들/사진=롯데웰푸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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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웰푸드가 지난해 5월 한정판으로 출시한 '빈츠 프리미어 말차'는 5개월 만에 상시 판매로 전환됐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한정 판매된 '프리미엄 몽쉘 말차&딸기' 역시 혹독한 시험대를 통과해 정규직 자리를 꿰찼습니다.
최근에는 시즌 제품의 제작 방식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단일 제품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하나의 콘셉트를 여러 제품군에 확장한 '시리즈 전략'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특정 트렌드(두바이, 말차 등)에 맞춰 여러 제품에 동일한 콘셉트를 적용해 라인업을 구성하는 방식입니다. 시리즈 제품은 트렌드를 더 입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업계에서는 '상시 제품 전환'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때로는 한정판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희소성' 자체가 제품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유행에 민감한 트렌드 제품일수록 '롱런'의 비결은 익숙함이 아니라,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특별한 경험에 있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죠.
오늘 당신이 편의점에서 우연히 집어 든 그 한정판 과자가 내일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이야말로 다음 시즌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드는 제과업계가 설계한 가장 영리한 성장 공식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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