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5 (수)

    “우체국 사라지면 농사 지어 어디로 보내나”··· 정읍 옹동면의 절박한 ‘사수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농산물 유통 거점이자 고령층 생명줄···우정청 ‘법적 문제’ 내세워 폐국 추진

    “지역소멸 가속하는 행정 편의주의” 성토···주민들 일반우체국 전환 등 요구

    경향신문

    전북 정읍시 옹동면의 한 마을 어귀 소나무에 옹동우체국 폐국과 축소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주민들은 대자보를 통해 “옹동우체국은 주민들과 동반 성장해온 곳”이라며 현재와 같은 규모와 서비스의 유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정읍 옹동환경연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체국 하나가 마을의 혈관이다. 그걸 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전북 정읍시 옹동면 주민들이 지역 내 유일한 금융·우편 인프라인 ‘옹동우체국’ 폐국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농산물 유통의 핵심 거점이자 고령 주민들의 생존 기반인 공공 서비스를 행정 편의적으로 축소·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정부의 ‘지역소멸 대응’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주민들과 전북지방우정청에 따르면 우정청은 별정우체국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법적 문제를 이유로 6월 말 옹동우체국을 폐국하거나 금융 기능을 제외한 ‘우편취급소’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날 옹동면사무소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는 오는 31일 별정우체국 지정 취소 심사위원회를 열겠다는 방침도 제시됐다.

    주민들은 폐국 명분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발한다. 옹동우체국은 정읍우체국 관내에서 예금 실적 1위, 보험 실적 2위를 기록한 ‘우량 점포’로 꼽힌다. 최근 10여 년간 경영평가 1등급을 여러 차례 받으며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해왔다. 주민들은 “운영자와의 법적 문제를 이유로 수십 년간 유지된 공익 기능을 중단하는 것은 행정 편의에 주민을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폐국이 현실화할 경우 지역 경제와 주민 생활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다. 옹동면은 딸기·블루베리·버섯 등 소규모 다품종 농산물 직거래가 활발한 지역으로, 우체국 택배망 의존도가 높다. 특히 국가중요농업유산인 ‘정읍 지황’ 주산지로, 숙지황 가공 산업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주민들은 “우체국은 단순한 배송 창구가 아니라 농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핵심 유통망”이라며 “폐국은 지역 농업의 판로 자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향신문

    전북 정읍시 옹동면 발전협의회 등 주민들이 지난 23일 전북지방우정청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옹동우체국 폐국 철회를 촉구하는 항의 방문 집회를 열고 있다. 정읍 옹동환경연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융 접근성 악화도 불가피하다. 우체국이 폐쇄되면 주민들은 금융 업무를 위해 10km 이상 떨어진 인근 면 지역까지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면 내에서만 운행되는 ‘천원택시’로는 외부 지역 접근이 어려워 차량이 없는 고령층은 사실상 금융 서비스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금융 난민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옹동면 이장단협의회와 발전협의회 등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항의 방문과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별정우체국을 재지정하거나 금융 기능이 유지되는 일반우체국 전환, 운영 공백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윤희 옹동환경연대 사무국장은 “지역을 살리겠다고 하면서 남아 있는 인프라까지 걷어가면 주민들은 무엇으로 버티라는 것이냐”며 “경제 논리와 법적 기준만 앞세운 탁상행정을 멈추고 주민 삶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북지방우정청 관계자는 “운영 형태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주민 의견과 절차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