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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칼끝의 상흔과 부식의 수행…조민경 개인전 '그러니, 우산은 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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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시간 엄숙한 신앙의 대상이자 복제의 수단이었던 '불화'와 '판화'가 동시대 시각예술의 주체적 소재로 탈바꿈합니다. 복합문화공간 '해프닝 서울'은 27일부터 4월 12일까지 작가 조민경의 개인전 《No Umbrella Required 그러니, 우산은 필요 없습니다》를 개최한다고 밝혔습니다.

    ■ '찍어내는 도구'에서 '수행의 결과물'로…판화의 반란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판화의 태생적 목적인 '복제'에서 과감히 벗어났다는 점입니다. 조민경 작가는 종이에 찍혀 나온 결과물보다, 그 형상을 만들려고 깎이고 부식된 '원판' 그 자체의 생명력에 주목했습니다.

    작가는 칼끝에 깎여 나간 목판의 물리적 상흔, 그리고 산(acid)의 부식을 견디며 서서히 변해간 동판의 화학적 흔적을 전시의 전면에 내세웁니다. 이는 마치 승려가 오랜 시간 고행을 견디며 수행하는 과정과도 닮아 있습니다. 도구에 불과했던 판(版)은 작가의 치열한 시간성을 머금고 그 자체로 고유한 예술 작품이 되어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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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짙은 어둠 속 피어난 '무상'의 미학
    전시장 연출 또한 작품의 철학을 극대화합니다.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공간 속에서 오롯이 빛을 발하는 작품들은 음과 양의 조화를 시각적으로 구현합니다.

    특히 전시장 내부를 채우는 파열음과 형상화된 '모래'는 불교의 핵심 철학인 '무상'과 '무소유'를 은유합니다. 단단한 금속마저 시간의 흐름 속에 부식되고 마모되어 결국 흙(모래)으로 돌아간다는 작가의 통찰은, 영원한 것은 없다는 진리를 고요하게 전달합니다.

    ■ 96년생 신예가 개척한 '불교 판화'라는 독자적 장르
    1996년생인 조민경 작가는 동국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며 불교 미술과 판화 기법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불교 판화'라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확고히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전시 제목인 '그러니, 우산은 필요 없습니다'에는 타인의 시선이나 주변의 소란에 흔들리지 않고, 쏟아지는 비를 묵묵히 맞으며 제 길을 가겠다는 작가의 단단한 내면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고통스러운 부식의 과정을 견디고 작품이 된 동판처럼, 삶의 역경 또한 수행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입니다.

    해프닝 서울 김태양 대표는 "예고 없는 비에 젖고 흔들릴지라도 묵묵히 나아가는 그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전하고 싶었다"며 "관람객들이 이 어두운 공간을 거닐며 각자의 내면에 깃든 고요함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습니다.

    ■ 전시 정보
    전시명: 《No Umbrella Required 그러니, 우산은 필요 없습니다》

    기간: 2026. 03. 27(금) ~ 04. 12(일)
    장소: 해프닝 서울 (서울 소재)
    관람료: 무료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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