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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SDG 15] “혐오에서 필수 생태 자산으로”…호주 '날여우(flying fox)' 연간 최대 9천억 원 경제 효과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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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DG뉴스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이번 연구에 따르면, 회색머리날여우(grey-headed flying fox)는 단순한 야생동물이 아니라 ‘생태계 엔지니어’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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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DG15 생물다양성] 호주 전역에서 오랫동안 '해충'으로 낙인찍혀 온 대형 박쥐, 이른바 (flying fox)가 사실은 국가 경제와 생태계 유지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존재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때 군용 소이탄(네이팜)까지 동원해 집단 서식지를 소각하던 정책이 시행됐던 과거와 달리, 최근 과학계는 이들 동물이 매년 수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이번 연구에 따르면, 회색머리(grey-headed flying fox)는 단순한 야생동물이 아니라 '생태계 엔지니어'로 기능한다. 몸무게 1kg에 육박하고 날개 길이가 1.5m를 넘는 이 대형 박쥐는 호주 동부 해안을 따라 수백 km를 이동하며 먹이 활동을 한다. 이 과정에서 배설물과 함께 씨앗을 광범위하게 퍼뜨리는데, 연구자들은 이를 '씨앗 비(seed rain)' 현상이라고 부른다.

    연구진은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가 수집한 1200개 이상의 박쥐 서식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 생태적 기여를 정량화했다. 분석 결과, 이들 박쥐는 9100만 그루 이상의 나무 생성에 기여한 것으로 추정되며, 그 대부분은 호주 생태계의 핵심 수종인 유칼립투스였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약 1억 9500만 달러에서 최대 6억 7300만 달러(약 2600억~9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목재 산업뿐 아니라 탄소 흡수, 토양 보전, 수자원 유지 등 다양한 간접 효과를 포함한 수치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 약 1500종의 박쥐 가운데 경제적 가치를 정량화한 사례로는 세 번째이며, 호주에서는 최초다. 앞선 연구들에서도 박쥐는 미국 텍사스의 면화·옥수수 농업을 보호하고, 멕시코 데킬라 산업을 지탱하는 용설란 수분에 기여하는 등 다양한 경제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의 핵심 역할은 '초대형 종자 확산자(mega-disperser)'라는 점에 있다. 연구 공동저자인 알렉산더 브라츠코프스키는 "새나 벌과 같은 다른 수분 매개자와 비교해 는 훨씬 먼 거리를 이동하며 더 큰 씨앗을 운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들은 며칠 사이 수백 km를 이동하며 서로 다른 생태계를 연결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광범위한 영향력을 '박쥐 파급 효과(bat ripple effect)'라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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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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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같은 특성은 특히 산불과 인간 활동으로 단절된 호주 산림 생태계에서 결정적 의미를 갖는다. 웨스턴시드니대학의 동물생태학자 저스틴 웰버겐 교수는 "는 점점 파편화되는 호주 숲을 이어주는 '접착제' 같은 존재"라며 "이들의 이동성은 산불 이후 숲의 유전적 다양성과 복원을 가능하게 한다"고 강"했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는 여전히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도시 개발로 인한 서식지 감소,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대형 산불 등이 주요 요인이다. 특히 극심한 폭염이 발생할 경우 단 하루 만에 수만 마리가 폐사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웰버겐 교수는 "단 한 번의 더운 오후가 지역 전체 개체군을 붕괴시킬 수 있다"며 "이는 성경적 재앙에 비견될 정도의 규모"라고 경고했다.

    사회적 인식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박쥐는 에볼라나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매개체로 알려지면서 오랜 기간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 되어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식이 과학적 사실보다 과장된 측면이 크다고 강"한다. 시드니대의 알프레도 오르테가 곤살레스 연구원은 "가 사라진다면 그 영향은 즉각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특정 나무 종이 아예 번식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는 단순한 야생동물이 아니라 생태계와 경제를 동시에 지탱하는 핵심 종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에 대한 보호 수준을 꿀벌과 같은 주요 수분 매개자와 동등하게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웰버겐 교수는 "우리는 어릴 때부터 박쥐를 두려워하도록 배워왔지만, 세상에서 가장 혐오받는 동물"차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며 "는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이는 단순한 야생동물 보호를 넘어, SDG 13(기후행동), SDG 15(육상생태계 보호), SDG 12(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등 복수 목표와 직결되는 구"적 의미를 갖는다. 전문가들은 보호를 단순한 종 보전 차원을 넘어, 통합적 SDG 전략의 일부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한다. 즉, 규제 정책, 지역 공동체 기반 관리, 그리고 자연자본 투자 확대를 결합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이는 SDG 17(파트너십)의 핵심 원칙과도 맞닿아 있다.

    SDG뉴스 = 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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