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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7 (금)

    [오늘과 내일/정임수]인상만 거듭한 기초연금 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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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정임수 정책사회부장


    2007년 4월 국회 본회의에는 ‘연금 세트’ 법안이 올라왔다. 국민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꾸는 개정안과 국민연금이 충분치 않은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기초노령연금법이었다. 그런데 핵심인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부결되고 보완 입법이던 기초노령연금법은 통과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입에 쓴 보약(국민연금 개혁)은 엎고 사탕(기초노령연금)만 삼켰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렇게 출발한 기초노령연금은 7년 뒤 기초연금으로 이름을 바꾸고 법에는 ‘소득 하위 70%’에게 무조건 지급한다는 대못을 박았다. 월 10만 원 정도로 시작했던 연금 지급액도 대선을 치를 때마다 10만 원씩 뛰었다. 현재는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월 최대 34만9700원을 준다. 그동안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소득 수준이 크게 높아졌는데도 70%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제도의 한계는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2050년이면 국민 셋 중 1명이 연금 받아

    도입 당시 435만 명에 그쳤던 기초연금 수급자는 지난해 70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2050년이면 1300만 명을 넘어선다고 한다. 올해 27조 원을 넘긴 기초연금 예산 또한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 2050년 125조 원을 집어삼키는 ‘재정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본인이 보험료를 내는 국민연금과 달리 기초연금은 전액 세금으로 충당되는 만큼, 미래 세대에게 세금 폭탄을 떠안기는 셈이다.

    형평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요즘 별다른 재산이 없는 홀몸노인이라면 한 달에 460만 원을 벌어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별도의 소득 없이 공시가격 13억 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노부부도 기초연금 대상이다. 소득과 재산을 환산하고 각종 비용을 공제한 금액이 70% 이내에만 들면 되는 탓이다. 재정은 한정돼 있는데 웬만한 중산층까지 다 주다 보니 매년 수십조 원을 퍼붓고도 노인 빈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라는 뼈아픈 현실은 제도의 구조적 결함과 비효율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와 국회가 올 들어 기초연금 개편 작업에 들어간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개편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향후 증액분에 대해 ‘하후상박’식으로 차등을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주던 것을 뺏기는 어려우니 기존 지급액은 유지하면서 소득이 낮은 노인들의 증액분을 더 키우자는 것이다. 당 대표 시절 “월 40만 원으로 올려 모든 노인에게 주겠다”고 했던 이 대통령이 차등 지급을 제안하며 제도 개편에 힘을 실어주는 건 합리적인 방향이다.

    ‘소득 하위 70%’ 지급 구조 손봐야

    그동안 상당수 연금 전문가들도 하후상박 모델을 제안했다. 모두에게 같은 금액을 나누기보다 더 어려운 노인에게 집중하는 것이 저소득층의 노후 안전망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대통령의 언급대로 기존 지급분은 그대로 둔 채 ‘증액만 하후상박’으로는 역부족이다. 재정 부담은 계속 큰 폭으로 늘어나 세금 내는 현역 세대가 모든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기초연금도 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세대 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초연금을 손보기로 했다면 노인 빈곤 문제를 개선하면서 재정도 버텨낼 수 있도록 제도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노인 표심을 의식해 앞서 주던 돈은 손대지 않겠다고 미리 선을 그을 일이 아니다. 소득과 재산에 따라 지급 대상을 선별해 부자 노인에게 주던 돈을 가난한 취약계층으로 대폭 돌려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70%로 못 박은 구조 자체를 과감히 허물고 지급 대상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정공법이 필요하다. 18년 만에 개혁을 이뤄낸 국민연금의 뒤를 이어 기초연금 개혁의 돌파구를 찾을 때다.

    정임수 정책사회부장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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