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안정화 강수]
이란戰 발발 이후 3년물 0.5%P↑
경제 펀더멘털 대비 과도 판단
초과 세수 활용 적자국채도 상환
WGBI 편입·대기업 자금유입 등
내달부터 투심 회복 호재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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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동 사태로 촉발된 채권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강도 높은 시장 안정 조치를 꺼내들었다. 이달 27일과 다음 달 1일, 두 차례에 걸쳐 5조 원 규모의 긴급 바이백(국채 조기 상환)을 실시하고 25조 원 규모로 편성 중인 추가경정예산 재원의 일부도 국고채 순상환에 활용하기로 했다. 견고한 펀더멘털에도 대외 변수에 국채금리가 치솟자 정부가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채권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최근 변동성이 큰 2년물·3년물 등 단기물과 5년물, 10년물·20년물 등 중장기물을 대상으로 긴급 바이백에 나선다.
바이백은 정부가 이미 발행한 국고채를 만기 전에 시장에서 다시 사들이는 일종의 조기 상환 조치다. 유통 물량을 줄여 채권 가격을 떠받치고 금리 상승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단기간에 추가로 국채를 대량 매입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정부가 긴급 바이백에 나선 것은 최근 금리 급등세가 우리 경제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고채 3년물 민평금리는 3.55%를 넘어서며 미국·이란 전쟁 발발 전보다 50bp(bp=0.01%포인트)가량 급등했다. 국제유가 쇼크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데다 분기 말 유동성 경색과 손절 매도가 겹치며 급리 상승세가 가팔라졌다는 진단이다.
정부가 마지막으로 긴급 바이백을 실시한 것은 코로나19 말기인 2022년 9월(2조 원) 이후 4년 만이다. 2021년 이후 실시한 총 네 차례의 긴급 바이백 중에서 규모로는 가장 크다.
정부는 초과 세수를 활용한 국채 상환도 추진한다. 다만 상환 규모는 향후 국무회의와 국회 심의 과정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2006년 국가재정법 제정 이후 지난해까지 초과 세수 기반의 무국채 발행 추경(2016년, 2017년, 2021년 2차, 2022년 2차) 가운데 2017년을 제외하면 정부는 국채 순상환을 추진해왔다. 긴급 바이백이 유통 물량을 일시적으로 줄이는 조치라면 국채 순상환은 적자국채 발행 한도 자체를 줄이는 구조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시장에 호재로 작용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긴급 바이백과 초과 세수를 활용한 국채 순상환 계획은 국채시장에 대한 당국의 강력한 안정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며 “다음 달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앞두고 채권시장의 불안정한 흐름을 시정하기 위한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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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당국의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긴급 바이백 규모가 예상보다 크고 시행 시점도 발표 직후로 앞당겨져 당국의 강한 의지를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고환율은 여전히 시장 불안 요인이지만 수급만 놓고 보면 투자심리를 회복시킬 수 있는 이벤트들이 예정돼 있다.
당장 4월부터 WGBI 편입에 따른 글로벌 자금이 순차적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주로 중장기 패시브 자금으로 분류되는 WGBI 자금은 한번 유입되면 잘 나가지 않는 ‘1급수 자본’으로 불린다. 시장에서는 WGBI 편입으로 최소 560억 달러에서 최대 700억 달러의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중동 사태와 고환율의 영향으로 WGBI 자금의 유입 속도에는 편차가 있을 것”이라며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 성격을 고려하면 순차적인 자금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WGBI 편입에 맞춰 재경부 국고실장을 반장으로 하는 ‘WGBI 자금 유입 상시 점검반’을 가동해 외국인 자금 유입 상황을 살필 계획이다. 추종 자금이 유입되는 올 11월까지 수시로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자금 유입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유입 촉진 방안도 내놓을 계획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반도체 대기업들이 유보금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국채시장의 큰손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점도 호재다. 삼성전자(2025년 1분기 말)의 순현금은 94조 원, SK하이닉스(2025년 말)는 90조 원 안팎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이들 기업의 대규모 예금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1·2년 단기물 국채가 대안 투자처로 거론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중동 상황에 따른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WGBI 편입 등에 대응해 정부는 한은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채권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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