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7 (금)

    취업난에 대학 두 번 간다…전문대 ‘유턴 입학’ 급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올해 2500명 역대 최대

    스펙 경쟁·취업난 장기화 맞물려

    기술 배우고 자격증 따려는 학생 ↑

    2월 청년 실업률 5년만에 ‘최고’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년 전 서울 소재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유미정(26) 씨는 올해 한국폴리텍대 성남캠퍼스 반도체시스템과에 입학하면서 26학번 새내기가 됐다. 유 씨가 대학으로 돌아간 이유는 취업을 위해서다. 졸업 이후 웹 개발을 배워 인턴 경력을 쌓고 여러 회사에 입사 지원서를 넣었지만 서류 전형 통과조차 쉽지 않았다. 유 씨는 “아무리 스펙이 뛰어나도 ‘중고 신입’을 우대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반도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백엔드(후공정) 기업에 꼭 입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진우(26) 씨는 동의대 체육학과를 졸업한 뒤 올해 폴리텍대 재료공학과에 다시 입학했다. 펜싱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진로를 고민하던 중 막연한 취업 준비보다 기술을 배우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이 씨는 “철 경도를 직접 측정하는 등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무 지식을 얻어 유익하다”며 “학과 구성원은 직장을 다니다 온 20대 후반부터 30대까지 다양하다”고 전했다.

    최근 대학 졸업 후 전문대나 폴리텍대에 재입학하는 이른바 ‘유턴 입학자’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취업 한파와 치열한 스펙 경쟁 속 실용 기술을 추가로 익혀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이다. 청년들의 노동 시장 진입이 늦어지는 등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대학 교육을 산업 현장의 수요에 맞게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전문대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전문대에 다시 입학한 유턴 입학자는 25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선 데 이어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문대 전체 입학생 수는 2021년 57만 6041명에서 지난해 49만 4057명으로 감소한 반면 유턴 입학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기술 교육에 특화된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폴리텍대 또한 지난해 입학생 5909명 중 25.2%(1489명)가 대학 졸업생이라고 밝혔다. 특히 4년제 대학 이상 교육기관을 졸업한 입학생은 2021년 10.7%에서 지난해 16.6%로 상승했다.

    취업난이 장기화하면서 대학 졸업장만으로는 취업 문턱을 넘기 어려워지자 기술을 배우거나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수요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41만 3000명으로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지만 20대 취업자는 되레 16만 3000명 감소했다.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7.7%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2~3년 과정으로 부담이 적고 비교적 취업이 보장된 전문대로 청년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문대 취업률은 70.9%로 4년제 대학의 61.9%보다 높았다. 유턴 입학생 증가에 대해 강광천 전문대교육협의회 입학지원실장은 “주로 인문사회계열 전공 졸업생들이 취업난을 겪으면서 전문대로 유입되고 있다”며 “최근 유망 직업군이 빠르게 변화하자 평생 활용 가능한 자격증을 갖추려는 청년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실무 역량을 갖춘 중고 신입을 선호하는 현상과 고령화 속 정년에 구애받지 않는 기술을 배우려는 수요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입학생 감소로 인해 폐교 위기에 놓인 지방 전문대들은 유턴 입학생을 반기고 있다. 정년 이후 제2의 삶을 준비하려는 ‘만학도’ 유입에도 힘을 쏟는 모습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유턴 입학을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청년들이 시간과 돈을 추가로 들여 직업교육을 받으면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대학 교육 체계가 산업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 입학부터 졸업까지 5~6년 텀 사이에도 산업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정적인 대학 교육은 적합하지 않다”며 “자율전공제 확대와 더불어 대학 내 진로 컨설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유나 기자 me@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