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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7 (금)

    터보퀀트 쇼크, 메모리株 급락…'수요 붕괴' vs '오히려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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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성 기자]
    이코노믹리뷰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주요지수는 화웨이 CFO 체포 소식에 출렁이다 다우 -0.32%, S&P500 -0.15%, 나스닥 0.42%로 장을 마감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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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의 인공지능(AI) 메모리 압축 기술 '터보퀀트(TurboQuant)'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메모리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미국과 한국 증시에서 메모리 관련 종목이 일제히 급락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단기 충격과 달리 장기적으로는 수요 확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상반된 해석도 동시에 제기된다.

    2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메모리 반도체 종목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배런스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전장 대비 28.81달러(7.54%) 급락한 353.28달러, 샌디스크는 70.02달러(10.33%) 폭락한 607.84달러로 추락했다.

    이날 충격은 국내 증시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전날(26일) 한국 증시에서 삼성전자는 4.71% 하락했고 SK하이닉스는 6.23% 내렸다. SK스퀘어 역시 7%대 하락했다.

    ◆ 터보퀀트 충격…메모리 수요 둔화 우려 확산

    시장 충격의 중심에는 구글의 터보퀀트 기술이 있다.

    구글에 따르면 터보퀀트는 AI의 단기 기억장치 역할을 하는 'K-값 캐시(KV Cache)' 병목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알고리즘이다. 더 많은 정보를 압축하면서도 정확도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글은 해당 기술을 통해 AI 모델의 정확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키값 캐시 크기를 기존 대비 최소 6분의1로 줄이고 속도는 최대 8배 높였다고 밝혔다.

    이는 AI 메모리 사용 효율을 최대 6배 끌어올렸다는 의미로, 그동안 급증해온 메모리 수요 증가 기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일종의 '커닝 페이퍼(디지털 치트 시트)'처럼 압축된 정보만으로도 AI가 작동할 수 있다면 방대한 메모리 용량이 필요 없어진다는 논리다.

    에버코어 애널리스트 아밋 다리야나니는 "구글이 25일 공개한 터보퀀트 기술이 견인력을 얻게 되면 D램이나 낸드(NAND) 같은 메모리의 장기 수요 가정을 압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기술 구조 변화…극좌표 압축으로 메모리 6분의1

    터보퀀트는 기존 데이터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식으로 메모리 사용량을 줄인다는 평기다.

    이러햐 평가는 26일 마이크론, 샌디스크 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1.37%), 아마존(-1.97%), 알파벳(-3.44%), 메타(-7.96%), 테슬라(-3.59%) 등 주요 기술주 전반이 동반 약세를 보인 요인으로 꼽힌다.

    이 기술은 '극좌표양자화'(폴라퀀트)와 'QJL'(양자화 존슨-린덴스트라우스 변환)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폴라퀀트는 AI 데이터 구조를 직교좌표계에서 극좌표계로 변환해 데이터 크기를 줄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동쪽으로 3칸, 북쪽으로 4칸"이라는 정보를 "37도 각도로 5칸"으로 바꾸는 식이다.

    AI 데이터는 수백에서 수천 차원 벡터 구조로 구성돼 있어 이 같은 변환을 통해 데이터 크기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압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는 QJL 기술이 보정한다. 이 기술은 1비트만으로 오류를 보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구글은 이를 통해 기존 방식에서 발생하던 메모리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강했다.

    이 연구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한인수 교수도 참여했다.

    ◆ 제번스의 역설…효율성 높아질수록 수요 증가 가능성.

    다만 시장에서는 기술 충격이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미즈호증권 조던 클라인 애널리스트는 터보퀀트 기술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며 이미 시장 기대에 일부 반영됐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클라인은 관련 기술 초안이 지난해 4월 이미 공개됐고 업계에서도 연구가 진행돼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번스의 역설(Jevon's Paradox)'이 적용될 경우 오히려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애널리스트 웜지 모핸은 샌디스크 최고재무책임자와의 대화를 인용해 "터보퀀트로 메모리 효율이 높아지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업체의 투자대비수익률(ROI)이 높아질 수 있고, 효율성 증대는 결국 메모리 수요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 숀 김 분석가 역시 "모델이 성능 저하 없이 메모리 요구량을 낮춰 실행할 수 있다면 비용이 크게 감소해 AI 도입의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비용이 낮아지면 제품 채택 수요도 증가해 장기적으로 메모리 제조사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터스 어드바이저스 앤드루 잭슨 분석가는 "극심한 공급 제약 상황을 고려할 때 구글의 이번 기술이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웰스파고의 애런 랭커스 애널리스트도 터보퀀트 기술이 메모리 상승 모멘텀을 꺾을 요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 중동 리스크·차익실현…주가 급락 복합 요인

    다만, 이번 메모리주 급락은 기술 충격 외에도 복합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확대되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은 너무 늦기 전에 조속히 진지해지는 게 좋을 것(They better get serious soon)"이라고 경고하며 긴장을 높였다.

    이란 역시 미국의 제안에 대해 "미국의 제안은 성공을 위한 최소 요건조차 갖추지 못했다"며 "여전히 협상을 위한 어떠한 준비도 없기에 현 단계에서 협상 계획은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61% 상승했고 브렌트유는 5.8% 올랐다.

    금리 역시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42%로 상승했다.

    여기에 기존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도 낙폭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마이크론은 지난 1년 동안 주가가 286% 상승했고 올해 들어서도 25% 가까이 올랐다. 샌디스크는 1년 상승률이 1062%에 달하고 올해 상승률도 157%를 넘는다.

    ◆ "쇼크냐 기회냐"…시장 해석 엇갈려

    결국 터보퀀트 충격은 메모리 산업의 구조 변화를 둘러싼 해석 차이로 귀결된다.

    단기적으로는 메모리 수요 둔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며 충격을 키웠지만, 장기적으로는 효율성 개선이 오히려 수요를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가 동시에 존재한다.

    AI 산업이 비용 구조를 낮추고 채택 속도를 높일 경우 메모리 수요는 다시 증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급락을 '과도한 반응'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시장에서는 터보퀀트가 메모리 산업에 구조적 위협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수요 사이클을 여는 촉매가 될지에 대한 판단이 향후 주가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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