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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7 (금)

    인종 차별, 신천지, 불법 채혈…적십자회비 내는 이들이 알아야 할 대한적십자사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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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서구 기자]

    # 우리는 視리즈 대한적십자사 '불법 채혈·검사' 사건 3편에서 사건의 불법성을 알아봤습니다. 헌혈의집 센터장이 의료법·이해충돌방지법 등을 어긴 채 '무단 채혈·검사'를 수년간 진행했기 때문인지 커다란 파문이 일었습니다.


    # 그런데 정작 대한적십자사 내부는 조용하기만 합니다. 누구도 성찰의 목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이래도 괜찮을까요? '불법 채혈·검사' 사건 마지막 편, '적십자회비를 내는 국민들이 알아야 할 민낯'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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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적십자사는 회원의 회비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기타 공공기관이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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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視리즈

    1편_불법, 다단계 의혹… '무단 채혈·검사' 사건

    2편_헌혈의집서 불법 혈액검사…수년간 깜깜이

    3편_불법 혈액 검사하고도 '정직 1개월'… 대한적십자사 솜방망이 징계

    4편_적십자회비 내는 국민이 알아야 할 한적 민낯

    대한적십자사 산하 '헌혈의집'은 오로지 헌혈을 위한 공간입니다. 현행법상 이곳에선 헌혈자만 채혈採血하고, 헌혈자의 피만 검사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민간병원 환자를 이곳에 몰래 불러들여 '채혈과 검사'를 진행하면 안 됩니다. 불법입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지역 헌혈의집에서 터진 '불법 채혈·검사' 사건은 대한적십자사 혈액사업의 근간을 흔들 만한 중대한 이슈임에 틀림없습니다. 더스쿠프가 이 사건을 연속해서 보도한 이유입니다.


    파문은 다른 언론의 기사로도 번졌습니다. KBS·연합뉴스 등 미디어들은 헌혈의집에서 터진 '불법 채혈·검사 사건'을 다뤘습니다. 그런데도 대한적십자사 내부에선 여전히 성찰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되레 '개인의 일탈'이라며 사건을 축소하느라 바쁩니다. 겉으론 '자체 감사를 진행하고 징계 의결을 했다'고 할 일 다한 양 굴지만, 정작 처벌 수위는 '솜방망이(정직 1개월)'처럼 약합니다. 전형적인 모럴 해저드이자 제 식구 감싸기로 보입니다.


    '국민의 돈과 피'로 운영되는 대한적십자사,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대한적십자사가 얼마나 대단한 기관이기에 이처럼 '무법지대'가 된 걸까요? 視리즈 '대한적십자사 불법 채혈·검사' 사건 마지막 편에선 이 이야기를 해야 할 듯합니다.


    ■ 명색이 공공기관인데 = 대한적십자사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입니다. 당연히 적지 않은 나랏돈을 여기에 투입합니다. 올해 대한적십자사 예산은 1조2949억원에 이릅니다. 그중 대한적십자사 본사와 지사의 일반회계 예산은 2733억원입니다.


    일반회계 예산에서 회원들이 내는 적십자회비는 1010억원으로 전체의 36.9%나 됩니다. 나머지는 기부수입(700억원) 25.6%, 정부 보조금(52억원) 1.9%, 사회단체 보조금(51억원) 1.9% 등입니다.


    계산해 보면, 적십자회비와 보조금, 기부수입의 비중이 전체 예산의 68.3%에 달합니다. 대한적십자사가 사실상 회원이 부담하는 적십자회비와 정부 예산으로 굴러간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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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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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기관인 만큼 수장인 회장을 뽑는 절차도 까다롭습니다. 회장은 대한적십자사 중앙위원회를 거쳐 선출됩니다. 대한적십자사 중앙위원회는 재정경제부 장관, 교육부 장관, 통일부 장관, 외교부 장관, 법무부 장관, 국방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등 8명의 장관급 인사와 전국 대의원 총회에서 선출된 19명을 포함해 총 28명(대한적십자사 회장 포함)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중앙위원회에서 선출한 회장은 대통령의 인준을 거쳐 임명됩니다. 참고로 대한적십자사의 정관상 명예회장은 대통령, 명예부회장은 국무총리입니다. 대한적십자사가 중요한 기관이란 방증입니다.


    그만큼 대한적십자사의 역할도 막중합니다. 무엇보다 국내 혈액사업의 핵심 기관입니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전체 헌혈 285만5540건 중 263만9162건(92.4%)이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이 가운데 71.0%(187만4332건)를 헌혈의집에서 담당했습니다.


    1985년부터 2018년까지 2만명(대면 21차례)이 넘는 남북 이산가족이 상봉할 때도 대한적십자사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전세계에서 전쟁·재난·빈곤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가장 먼저 나서는 것도 붉은 십자가가 그려진 옷을 입은 대한적십자사입니다. 인도주의적 사업을 펼치는 대한적십자가 직원들에게 더 높은 윤리의식을 요구하는 건 이 때문입니다.


    ■ 이름에 걸맞지 않은 현주소 = 하지만 대한적십자사의 현주소는 '불편함'을 넘어섭니다. 조직을 이끌어야 할 회장은 4개월째 공석입니다. 지난해 11월 김철수 전 회장(의사·2022년 윤석열 대선 캠프 후원회장·2023년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후원회장)이 '인종차별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한 후부터 지금까지 그렇습니다.


    따지고 보면, '인종차별' 논란도 참 황당했습니다. 2023년 11월 열린 자선 모금 행사인 '레드크로스 갈라' 이후 김철수 당시 회장이 직원들에게 한 발언이 논란의 불씨가 됐습니다. 김 회장은 행사가 끝난 뒤 직원들에게 "외국 대사들은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 다 모이더라"며 "얼굴 새카만 사람만 모으지 말고 하얀 사람 좀 데려오라"는 망언을 했습니다. 사회봉사, 인도주의사업을 펼치는 공공기관의 수장이 인종차별 발언을 쏟아낸 겁니다.


    김 회장의 발언은 지난해 10월 30일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알려졌고, 논란은 순식간에 퍼졌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11월 7일 이재명 대통령이 나서 감찰을 지시하자 김 회장은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이렇게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지만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습니다. 대한적십자사 내부에 "어떤 이유로든 제 발언은 정당화될 수 없다.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게 전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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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종차별’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철수 전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지난해 11월 사임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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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지금 대한적십자사를 이끄는 이는 누구일까요? 애매합니다. 부회장(김흥국 하림그룹 회장)이 있지만 비상근입니다. 대한적십자사의 내재적 문제를 알 리 없습니다. 이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16일 열린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김흥국 부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한적십자사 예산 1조2000억원 가운데 국가 재정이 얼마냐"는 기초적인 질문에 간단한 수치조차 내놓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대한적십자사의 실질적인 지배자는 2024년 취임한 27대 사무총장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사실 27대 사무총장만 그런 건 아닙니다. 대한적십자사에서 사무총장의 서열은 비상근직 부회장을 제외하면 회장 다음으로 높습니다. 실질적인 권한도 막강합니다. 대한적십자사 사무를 관장하고 인사관리를 주도하기 때문입니다. 정관상 임기도 없어 사실상 무한권력을 누린다는 비판을 받곤 합니다.


    ■ 끊임없이 터지는 논란들 = 이처럼 운영 체계가 부실한 탓일까요? 대한적십자사에선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터지고 있습니다. 더스쿠프가 지적한 사건도 한두건이 아닙니다. 더스쿠프가 2021년 단독 보도한 대한적십자사 25대 사무총장의 '셀프 특혜' 논란(대한적십자사 총장은 왜 고발당했나·더스쿠프 434호·2021년 3월 26일)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 D씨는 규정에도 없는 호텔비를 결제하기 위해 비서실용 법인카드를 마음대로 사용했습니다. 내부에서 논란이 일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뒤늦게 '내부규칙(시행규칙 24조)'까지 신설했습니다. 말 그대로 셀프 특혜를 준 셈입니다.[※참고: 이 규정은 '셀프 특혜' 사건이 터진 후에야 개정됐습니다.]


    2021년엔 직원이 사기 혐의로 기소된 줄도 모르고 15개월 동안 급여(약 7730만원)를 지급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대한적십자사는 "기소 여부를 직접 통보하지 않으면 파악할 방법이 없다"며 "직원이 기소된 이후에도 근무를 해서 급여를 지급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6월엔 대한적십자사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에게 표창장을 수여한 것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습니다. 공적 조서의 내용은 황당하기만 합니다. "신천지가 2020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단체 혈장 공여로 코로나 극복에 기여했다." 신천지가 2020년 정부의 방역지침을 어기고 대면예배를 강행해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꼽혔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표창입니다.


    ■ 부끄러운 민낯 = 자! 이제 결론입니다. 수차례 말했듯 대한적십자사는 적십자회비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기타 공공기관입니다. 국가 혈액사업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번에 터진 '불법 채혈·검사 사건'을 허투루 다뤄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이는 대한적십자사의 모럴 해저드를 엿볼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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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적십자사는 우리나라 혈액사업을 책임지는 핵심 기관이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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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도 대한적십자사는 '개인 일탈'이라면서 한가한 말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의 말을 들어볼까요? "내부 규정에 따라 1심(보통징계위윈회) 처분 결과에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징계 양정이 정당한지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재심 청구 이유가 B센터장이 받은 정직 1개월의 처분이 가벼워서인지 무거워서인지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터졌지만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습니다. 회장이 4개월째 공석이니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이도 없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이들에게 과연 적십자회비를 받을 자격이 있는 건가요? 대한적십자사가 답할 차례입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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