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여수공장도 가동 중단
수입분 70% 이상 중동산에 의존
에틸렌 가스·ABS 공급 차질 우려
에어프레미아·에어부산 등 이어
진에어, 내달부터 45편 운항 중단
LNG 핵심 수입처 호주엔 사이클론
아시아 에너지대란 심화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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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은 27일 최소 두 달간 정기 대보수 작업을 위해 여수공장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해당 공장은 연간 에틸렌 123만 톤, 프로필렌 64만 1000톤, 벤젠 23만 5000톤, 부타디엔 16만 톤, 톨루엔 11만 2000톤을 생산하는 핵심 시설이다. 회사 측은 ‘예정된 일정’이라는 입장이지만 계획보다 3주가량 앞당겨 공장을 멈춰 세운 배경에는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나프타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추출되는 무색 액체로 800도 이상의 고열로 분해하면 에틸렌을 필두로 프로필렌·벤젠 등 석유화학 기초 원료를 얻을 수 있다. 이를 추가 가공하면 플라스틱과 페트병·비닐봉지·포장재·합성섬유·합성고무·타이어 등 다양한 제품의 원료로 쓰인다.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제품들의 원료가 되는 에틸렌이 나프타 부족으로 생산이 급감하고 있다.
나프타 부족이 빠르게 확산되는 배경에는 구조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원유나 액화천연가스(LNG)와 달리 나프타에는 별도의 국내 비축 의무가 없는 데다 국내 수입량의 70% 이상을 중동산에 의존하는 수입처 편중 문제가 맞물려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국내 정유 업체가 해외로 수출하는 물량을 국내로 돌릴 경우 계약 해지 비용까지 사후 보전해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애초에 나프타 수출 자체가 많지 않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사이 조선 업계는 강철판 절단·가공 등에 사용하는 에틸렌 가스 부족을 우려하고 자동차 업계는 내·외장재의 핵심 소재인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공급 차질을 걱정하고 있다. 가계에서는 종량제 봉투 품귀를 우려한 사재기 움직임까지 나타나는 형국이다.
중동발 충격은 항공 업계로도 번졌다. 진에어는 다음 달 4일부터 30일까지 인천발 괌·클라크·냐짱, 부산발 세부 등 총 8개 노선에서 왕복 기준 45편의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부산도 일부 국제선 운항 중단을 공지한 상태이며 나머지 항공사들도 항공편 축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항공유 가격이 치솟은 가운데 아시아 주요국 모두 원유 수급에 차질을 겪으면서 귀국 시 현지 급유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대란을 둘러싼 산업계의 긴장감은 LNG로 이미 옮겨붙어 고조되는 분위기다. 앞서 카타르가 이란의 가스 생산시설 공격을 이유로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 ‘LNG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한 상황에서 아시아의 또 다른 LNG 핵심 수입처인 호주가 태풍의 일종인 사이클론으로 큰 피해를 입어 주요 LNG 플랜트에서 생산 중단이 잇따른 탓이다.
한국은 올 2월 기준 호주산 LNG를 일본(251만 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25만 톤을 수입하고 있다. 서호주 지역의 LNG 핵심 시설 세 곳이 일부 설비 가동을 중단한 가운데 이 중 한 곳과는 GS칼텍스가 장기 계약을 맺고 연간 50만 톤의 LNG를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시 런시먼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 수석 애널리스트는 “호주 LNG 플랜트의 일시 생산 중단은 카타르 공급을 대체할 물량을 찾고 있는 아시아 바이어들에게 최악의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LNG 현물 가격 지표인 일본·한국 마커(JKM)는 최근 100만 BTU당 20달러 선으로 중동 사태 이후 90% 이상 폭등한 상태다.
유현욱 기자 ab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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