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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인구 4만 소도시에 '선댄스 기적' 이룬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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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최고 영화제 '선댄스' 공동창립자 스털링 반 웨그넌]

공동 창립자 레드퍼드 영향력 활용… 히트작 잇따라 발굴… 폭발적 흥행

영화학교 운영하며 선댄스 뒷받침

"미국은 정부가 독립영화관 세워… 젊은이들 주류 진입 길 열어줘야"

"예비 영화인들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은 '일단 영화를 만들라'는 것입니다. 누구나 싼값에 영화를 찍을 수 있어요. 이 스마트폰으로도요. 도전하고 싶지 않은가요?"

'청년' '영화' '도전' 같은 단어를 말할 때, 미국 선댄스 영화제 공동 창립자인 스털링 반 웨그넌(70) 미국 유타대 영화학과 교수의 눈빛이 반짝였다. 최근 인천 송도의 유타대 아시아 캠퍼스에서 학생 워크숍과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차 한국에 온 그를 만났다.

조선일보

선댄스영화제 공동 창립자인 스털링 반 웨그넌은“선댄스를 통해 세계적 흥행작이 된 영화‘블레어 위치’를 감독이 처음 들고 왔을 때 내가 ‘흥행은 어렵겠다’고 말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웃었다. “제 예측이 완전히 틀렸던 거죠. 그런 예측 불가능성도 독립영화를 하는 힘이자 즐거움입니다!” /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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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유타주 예술위원회에서 일하던 반 웨그넌은 사촌 매형인 배우 로버트 레드퍼드 등과 함께 '선댄스 영화제'의 첫발을 뗐다. 인적 드문 인구 4만6000명 소도시 파크시티는 이제 매년 도시 주민보다 몇 배 많은 세계 영화인을 불러 모으는 '영화의 도시'가 됐다. 미국 최대·최고 영화제 '선댄스의 기적'을 만든 주역인 그는 "이런 거대한 성공을 거두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선댄스가 현대 영화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가늠하려면, 이 영화제가 키워낸 감독과 영화를 나열하는 것이 빠를지 모른다. 짐 자무시, 쿠엔틴 타란티노, 폴 토머스 앤더슨, 대런 애러노프스키…. 그리고 '블레어 위치' '저수지의 개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위플래쉬'…. 스스로를 '할리우드의 이단아(maverick)'라 여겼던 당대의 톱스타 레드퍼드가 영향력과 인맥을 나눠줬고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등 메가 히트작이 영화제에서 잇따라 나오면서 "돈 되는 영화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나타나는" 영화업자들이 북적였다.

영화제와 함께 선댄스를 이루는 또 한 기둥은 '선댄스 인스티튜트'. 반 웨그넌은 1981년부터 10년간 선댄스 인스티튜트 소장이었다. 그는 "강력한 시나리오를 쓰는 법, 배우를 캐스팅하고 함께 일하는 법, 영화 제작 비즈니스를 가르치는 '영화 학교 너머의 영화 학교'"라고 했다. 배우 로버트 듀발과 시고니 위버, 감독 시드니 폴락과 올리버 스톤, 할리우드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들이 교수진으로 거쳐갔다.

반 웨그넌은 독립 영화로 시작했던 봉준호 감독을 예로 들며 "젊은이들이 산업 주류로 진입할 길을 열어주라"고도 강조했다. "1960~70년대 미 연방정부가 전국 200여 곳에 만들었던 '미디어 아트센터'가 독립 영화 발전의 심장 역할을 했어요. 젊은 영화 작가들은 상영 기회를 얻고, 시민들은 싼값에 신선한 영화를 봤죠. 멀티플렉스와 별도로 독립 극장체인 배급망이 지금도 작동하고요. 정부 역할 위에 독립 극장들의 연합. 그게 미국 독립 영화의 힘이었죠."

반 웨그넌은 "지난 9월 송도의 유타대 아시아 캠퍼스 영화영상학과가 첫 학생 25명을 받았다. 이들은 아시아 캠퍼스에서 3년간 배운 뒤, 4학년 때는 미국 유타 본교에서 자기 영화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반 웨그넌은 젊은 한국 영화인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재능 있는 사람에겐 길이 열린다', 그리고 '중요한 건 스토리텔링이다'. 좋은 시나리오에선 나쁜 영화가 나오기 어려워요. 나쁜 시나리오에서 좋은 영화 뽑겠다고 덤비는 게 최악이죠. 제대로 이야기하는 법을 먼저 배우세요!"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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