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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패션쇼, 무대 위가 전부는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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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 패션쇼'로 주목… 패션 디자이너 홍혜진씨]

폰에서 현실과 가상 이미지 합성… 다양한 장면을 실제처럼 보여줘

音波를 디자인 소재로 사용하기도 "게임서도 패션쇼 아이디어 얻죠"

"패션업계 사람들은 보통 '패피(패션 종사자·마니아를 뜻하는 '패션 피플'의 줄인 말)'끼리 어울리는데, 저는 게임 분야 친구들이 많고 그쪽이 더 재미있어요. 서로 '게피(게임 피플)'라고 부르죠. 패션쇼 아이디어도 게임에서 많이 얻어요."

지난 19일 서울 신사동 매장에서 만난 '더 스튜디오 케이(the studio K)' 홍혜진(40) 디자이너는 추억의 8비트 게임 같은 캐릭터를 그려넣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전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18 봄·여름 시즌 서울패션위크에서 선보인 의상 중 하나다. 홍혜진은 증강현실(실제 영상 위에 가상 이미지를 덧씌우는 기술)로 쇼를 연출해 주목받았다.

조선일보

지난 18일 열린 패션쇼 중계 영상. 모델들은 실제, 그 주변의 거대한 아이스크림은 그래픽이다. 오른쪽 사진은 19일 서울 신사동 매장에서 만난‘더 스튜디오 케이’홍혜진 디자이너. /유튜브 캡처·장련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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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쇼 현장을 유튜브 영상으로 중계하면서 무대 배경에 학교 복도며 테니스 코트, 수영장을 등장시켰다. 실제 패션쇼 현장에는 객석뿐이었지만, 중계 영상 화면엔 테니스 라켓 그래픽이 날아다니고, 모델과 같은 옷을 입은 캐릭터가 모델 옆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기술 발전으로 판타지를 더해 현실을 재창조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기술이 낯설고 두려운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익숙하고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8비트 게임을 콘셉트로 잡았습니다."

홍혜진 디자이너는 예원학교, 서울예고, 서울대 디자인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로드아일랜드대에서 금속공예와 패션 디자인을 복수전공했다. 2009년 서울패션위크 신인 디자이너 무대인 '제너레이션 넥스트'로 데뷔했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듯 보이지만 "원래 꿈은 과학자였다"고 했다. "과학고에 가고 싶었는데 패션 디자이너 출신인 어머니(가천대 김정희 교수)가 반대해 미술을 전공했어요. 보통은 그 반대의 경우가 많다고 하던데…. 디자이너가 된 뒤 음파(音波)로 옷 무늬를 만드는 식으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죠."

그는 "과학 기술과 패션 디자인이 결국 통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결과물을 만들고, 상용화를 위해 오류를 수정해나가는 과정이 닮았다는 의미다.

이번 서울패션위크 '더 스튜디오 케이' 쇼에서는 독특한 장면이 연출됐다. 스마트폰을 꺼내든 관객들이 모델 사진을 찍는 대신 유튜브를 켜고 패션쇼 중계 영상을 봤다. 현장에서 쇼를 관람하는 동시에 증강현실 효과를 화면으로 시청한 것이다.

최근 많은 브랜드가 패션쇼를 인터넷 중계하고 있다. 홍혜진은 한발 더 나가 화면으로 볼 때 연출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했다. 앞으로 패션쇼 현장을 찾는 건 무의미해지지 않을까.

홍혜진은 "지금의 패션쇼 시스템이 오래가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했다. "소비자 요구를 직접 반영하는 인터랙티브(상호 반응) 디자인처럼 새 기술이 계속 나오고 있어요. 오래전 유럽에서 시작된 패션쇼 시스템은 이미 바뀌기 시작했죠. 신기술을 금방 받아들이는 한국에선 변화가 더 빠르지 않을까요?"

[채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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