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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초등생 사이에서 유재석보다 유명한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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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1인 방송 제작자 '도티'

10대 눈높이에 맞춘 게임 시연… 누적 조회수 1억5000만뷰 기록

"유재석은 몰라도 '도티'는 알아요."

지난 9월 방송된 무한도전(MBC)에서 '국민MC'를 만난 유치원생이 말했다. 당황한 유재석은 "도티가 뭐예요?"라고 묻지만, 유치원생은 "유재석이 뭐예요?"라고 묻는다. '10대들의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이 남자, 도티(본명 나희선·32)는 유튜브 채널 '도티TV'를 운영하는 1인 방송 제작자(1인 미디어)다. 채널 구독자 수 193만명, 누적 조회 수 1억5000만 뷰를 기록 중인 '유튜브 스타'로, 콘텐츠 광고 수익으로만 대기업 임원급 연봉을 번다고 했다.

조선일보

도티는“주 시청자가 10대인 만큼‘건강한 콘텐츠’는 필수”라고 말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


10대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안다는 그를 14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도티TV는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시연(試演)하는 채널. 이 게임은 가상 공간에 네모난 블록을 쌓아 자기가 원하는 세상을 만드는 일종의 '디지털 레고'다. 건축뿐만 아니라 과일 나무를 심어 '요리 대회'도 열고, 좀비나 귀신을 풀어 '술래잡기'도 한다. 도티는 10대가 좋아할 만한 상황극을 만들고, '10대의 언어'로 이를 중계한다.

연세대 법학과 출신인 그는 방송국 PD를 꿈꾸던 '언론 고시생'이었다. PD 시험을 준비하던 2013년, 경험 삼아 유튜브 채널 운영을 시작했다가 '전업(專業) 1인 미디어'가 됐다. 유튜브 용어로는 '크리에이터'다. "채널을 시작했을 당시 마인크래프트를 소재로 한 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어요. TV 시트콤처럼 콘텐츠 한 편에 기승전결을 담은 '게임 상황극'을 만들어보기로 했죠."

콘셉트는 '10대를 위한 콘텐츠'에 맞췄다. 방송국 입사를 준비하면서 느꼈던 문제의식이 반영됐다. "그동안 올드 미디어에서 10대는 소외된 계층이었습니다. 시청률이나 광고 수익 등의 문제로 10대 취향을 완벽히 저격하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소극적이었죠. 마땅한 볼거리가 없는 10대를 이런 '문화 사각지대'에서 구출하고 싶었어요. 도티TV에 열광하는 건 이들의 입맛에 딱 들어맞기 때문이죠."

10대들과 적극 소통하는 것도 인기 비결. 실시간 채팅 창을 통해 시청자와 대화를 주고받는 기존 방식에서 한 걸음 나아가, 방송 중간 중간 달린 시청자 댓글을 캡쳐해 화면에 띄운다.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라는 의미. 요즘 초등학생 사이에서 이렇게 자기 댓글이 캡쳐돼 올라오는 건 최고의 자랑거리다. "10대들에게 '나도 여러분을 이만큼 좋아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노력해요."

도티를 롤모델 삼아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10대들도 많아졌다. 자녀가 "도티처럼 되고 싶다"고 말하면, 학부모는 "그러려면 연세대에 진학해야 한다"면서 학습 의욕을 고취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그는 "학창 시절에 하루도 빼놓지 않고 게임을 즐겼지만, 공부도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면서 "게임 때문에 성적 떨어졌다는 잔소리를 듣기 싫어 학교서 돌아오면 숙제부터 마쳤다"고 했다. "부모님들도 자녀가 게임이나 게임 방송에 푹 빠져있다고 걱정만 하기보단, 스스로 시간을 통제하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도티TV에는 365일 새로운 영상이 올라온다. 이 채널을 구독하는 10대 청소년은 하루 한 번 도티를 만나는 셈. 그만큼 10대에게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다. "'착한 콘텐츠' 만들자는 사명감을 갖고 있어요. 언행 하나, 자막 하나에도 신중을 기하죠. 지금 10대들이 성인이 됐을 때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매개체로 남는 것. 제 꿈은 그거 하나예요."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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