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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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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과학화·표준화 발판 삼아 한의학 세계화 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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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 신사옥 외국인진료센터 확장

외국 주요 대학병원과 공동연구

중앙아 등에 한방치료 전파 추진

논현동서 제2의 도약기 맞은 자생한방병원

‘한방의 과학화, 표준화’. 현대에 접어들어 한의학이 요구 받는 가치다. 한의학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다. 근거 중심 의학이라는 점을 스스로 증명하는 일이다. 하지만 비방(?方)과 계승의 정서로 내려온 한의학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이 난제를 자생한방병원은 일찌감치 풀었다. 척추관절 치료 분야에서 한의학의 원리를 과학적 문법으로 입증하고, 체계를 재정립해 균일한 의료의 질을 실현했다. 자생한방병원은 이를 발판으로 이제 세계화라는 가치에 도전하고 있다.

중앙일보

신준식 박사(가운데)가 박병모 자생의료재단 이사장(오른쪽),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과 한의학의 과학화 과정을 형상화한 구조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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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한방병원은 현재 국내 20개, 해외 6개 병의원을 갖춘 국내 최대 한방병원이다. 1988년 한의원으로 진료를 시작한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지난 13일에는 18년간 자리했던 서울 압구정동에서 논현동으로 본원을 옮기고 재도약을 시작했다. 본원 이전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를 기점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한·양방 한자리 진료시스템 시도
우선 눈에 띄는 것은 ‘한자리 진료시스템’이다. ‘한자리 진료’는 기존 방식과 달리 척추를 전문으로 하는 한의사와 의사가 한 공간에 모여 동시에 환자를 진료하는 통합의료시스템이다. 한 명의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병원장 주재하에 한방재활의학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를 포함한 각 분야 의료진이 환자의 진단뿐 아니라 치료 계획, 주치의 배정을 포괄적으로 논의한다. 자생한방병원 설립자인 신준식 박사는 “척추 질환자의 경우 한의학적 치료나 현대 의학 치료 중 하나만 받아야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환자를 위해 좀 더 필요한 처치를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한의학적 치료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외국인진료센터도 확장했다. 새 본원 건물 한층 전체를 외국인진료센터로 뒀다. 늘어나는 외국인 환자를 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자생한방병원에서 진료받은 외국인 환자(초진 기준)는 약 1만7000명에 달한다. 현재 연평균 2000명인 환자가 30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진출은 더 가속화한다. 선진국형과 중진국형으로 모델을 달리하는 로드맵을 짜 놨다. 미국·유럽 등지에선 연구결과를 꾸준히 발표하면서 주요 대학병원과 공동연구를 추진한다. 이미 미시간주립대, UC어바인대,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러시아의과대학 등과 공동연구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미국 현지에 진출해 있는 분원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한편 중앙아시아 등 의료 낙후 지역에는 한방 거점 센터를 구축해 한의학 기술을 이전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현지 환자를 국내로 유입시킨다는 구상이다.

로드맵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근거는 그동안 자생한방병원이 걸어온 길에서 엿볼 수 있다.

신준식 박사는 89년 척추치료 한약인 ‘청파전’을 개발했다. 신 박사의 선친이 허리 디스크·협착증에 처방하던 비방을 개량한 것이다. 당시엔 어떤 성분과 원리로 낫는지 몰랐다. 서울대 천연물과학연구소와 공동연구로 그 성분이 ‘신바로메틴’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성분에 항염·진통 효과와 뼈·신경을 재생하고 연골을 보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신바로메틴은 미국 물질특허를 받았다.

척추 치료 패러다임 전환의 시작

뼈·관절의 정렬을 맞추는 추나요법을 재정립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한의학에서 일제시대 후 사장된 수기요법에 중국·일본의 튜나·정골요법, 미국의 카이로프락틱을 접목해 한국인 체형에 맞는 것으로 다듬었다. 게다가 침을 놓은 상태에서 환자를 움직이게 해 치료하는 동작침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고유의 치료법을 완성했다. ‘걷지 못하던 환자를 걷게 만든다’는 말은 이때 나왔다. 추나요법·신바로약침·동작침법으로 요약되는 현재의 자생한방 치료법이 정립된 배경이다.

정립한 치료법은 연구논문과 세계 각국 의료진·환자 대상 시연을 통해 입증했다. 통증 점수(NRS)가 7~10점(10점 만점)인 중증 척추 질환자 58명을 반으로 나눠 한 그룹(8.12점)은 진통제 주사를, 한 그룹(8.33점)은 동작침법을 실시한 결과 30분 후 진통제 그룹은 7.41점, 동작침법 그룹은 4.5점으로 통증이 감소한 연구결과가 대표적이다. 세계적인 학술지 ‘PAIN’에 실린 내용이다. ‘침 치료는 플라시보일 뿐 급성 요통엔 효과가 없다’는 서양의 시각을 깨뜨린 사건이었다. 신 박사는 “한의학의 과학화와 표준화는 어느 정도 이뤘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이를 기반으로 세계 환자에게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리는 게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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