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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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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간암 일으키는 지방간, 뚱뚱한 아이 10명 중 6명 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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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하는 소아·청소년 지방간

여섯 살 난 아이의 간(肝)은 이미 딱딱해져 있었다. 조직 검사를 하니 간경변 전 단계인 간 섬유화 3기였다. 아이는 유전 질환이 없었고 호르몬 분비도 정상이었다. 의료진은 간의 70%를 차지하는 ‘지방’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방세포가 간에 염증 반응을 일으켰고, 반복되는 손상으로 점점 굳은 것이다. 이 아이를 진료한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양혜란 교수는 “아이가 자주 먹던 기름진 음식과 고기가 간에는 술만큼 위험한 ‘독’이었다”며 “이제 비만한 10대에 지방간이 관찰되는 일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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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간은 간의 5% 이상이 지방일 때 진단한다. 크게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잦은 음주로 인해 간의 지방 분해 능력이 줄어 생긴다. 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마시지 않아도 체내 지방이 많을 때 발생한다. 고대안암병원 소화기내과 서연석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꾸준히 늘어 이제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네 배 정도”라며 “지방이 찰수록 간의 크기가 커지면서 피로감·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생기지만 너무 흔해 방치하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10대 환자 1만 명 넘어
하지만 지방간을 단순히 ‘뚱뚱한 간’으로 여겨선 안 된다. 지방간은 수십 년에 걸쳐 간염·간경변·간암으로 악화한다. 전문가들이 10대 지방간 환자 증가를 우려하는 이유다. 10대 지방간 환자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었다. 10대부터 지방간이 있으면 이른 나이에 간경변·간암 등 간 질환을 앓을 확률이 높다. 식생활 습관, 만성질환 등 개인에 따라 이 시기는 얼마든 단축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만 8세인 여자 아이가 지방간으로 인한 간경변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10대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가장 큰 원인은 비만이다. 초·중·고등학생의 비만율이 높아지면서 10대 지방간 환자도 덩달아 증가했다. 섭취한 에너지(칼로리)보다 소모한 양이 적으면 남은 칼로리가 지방으로 변해 간에 쌓인다. 비만이 일으키는 고지혈증·당뇨병도 지방간 위험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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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란 교수는 비만클리닉을 찾은 소아·청소년 181명을 대상으로 간 초음파 등 지방간 검사를 해 최근 대한소아과학회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비만 아이 10명 중 6명(115명·63%)에게 다른 원인 질환 없이 지방간이 관찰됐다. 특히 양 교수는 설문조사 등으로 비만한 아이에 대해 지방간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10세 미만은 남자이면서 복부비만·체지방률이 높을수록 지방간 위험이 컸다. 반면 10세 이상은 복부비만·체질량지수(BMI)가 높고 수면 시간이 짧으며 TV·게임 시간이 길수록 지방간이 잘 생겼다. 양 교수는 “어릴수록 식습관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의미”라며 “5세 전후로 지방세포 수가 반등하는 시기(아디포시티 리바운드)가 있는데, 어릴 때부터 달고 자극적인 음식을 탐닉하면 나중에 비만이 더 빨리, 심하게 오고 지방간 위험도 훨씬 커진다”고 경고했다.

복부 비만에 코 골면 의심해야
다른 질환처럼 지방간도 조기에 발견해야 치료가 쉽다. 오른쪽 갈비뼈 아래쪽이 아프거나, 피로감이 심하면 의심해야 한다. 복부 비만이 있고 잘 때 코를 고는 ‘폐쇄성 무호흡증’이 있는 아이는 간 초음파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받아보는 게 좋다.

지방간을 해소하려면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단순히 음식을 적게 먹는 것은 성장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양 교수는 “칼로리보다 음식 종류를 따지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칼로리가 같다면 라면보다 영양소가 풍부한 비빔밥을 선택하는 식이다. 탄산음료·과자의 단맛을 내는 액상 과당은 과식을 유발하기 때문에 가급적 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운동도 좋다. 서연석 교수는 “체지방, 특히 내장 지방을 줄이려면 1시간 이상 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되도록 실내보다 야외에서 하는 게 좋다. 햇빛을 받을 때 피부에서 합성되는 비타민D는 비만으로 인한 지방간 등 합병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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