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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건강한 가족] 화끈화끈·뒤척뒤척·버럭버럭 엄마, 진액 채워 다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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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 길이 있다 여성 갱년기 극복

중앙일보

여성은 갱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자인한의원 이현숙 원장이 갱년기 여성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프리랜서 조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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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나이 쉰이면 건강관리의 기로에 선다. 이때를 기점으로 노화가 빨라지고 병치레도 잦아진다. 원인은 여성호르몬 감소다. 중년 여성 대부분은 가족 뒷바라지를 하다 무방비 상태로 갱년기를 맞는다. 한국 여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85.4세(통계청, 2016년 생명표)다. 갱년기 이후로도 30여 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야 한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인생 후반기 삶의 질을 결정한다. 소홀하기 쉬운 갱년기 증상과 한의학적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다.

여성의 몸은 호르몬에 의해 성장하고 아프고 늙는다. 중국의 의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는 여성의 생애주기를 7년을 1주기로 해석해 신체 변화를 살폈다. 예컨대 7세에는 머리카락이 자라는 등 신체 발달이 시작하고 14세에는 초경을 시작하면서 생식능력을 갖게 된다. 35세가 되면 소화·흡수를 관장하는 양명맥이 쇠약해져 피부가 거칠어지고 49세에는 임신·월경과 관련이 있는 임맥이 약해져 임신이 되지 않는다. 바로 갱년기다. 여성호르몬 체계가 변하면서 신체·정신적 변화가 두드러지는 시기다. 열성 홍조, 야간 발한, 피부 건조, 우울·무기력증, 기억력 감퇴, 골다공증 등 증상도 제각각이다. 자인한의원 이현숙 원장은 “갱년기·폐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건강한 삶을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이 들수록 마르는 몸속 진액
한의학에서 갱년기는 인체의 진액(津液)이 부족한 신음허(腎陰虛) 상태로 본다. 진액은 몸을 구성하고 신체 활동을 원활하게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체액을 의미한다. 여성호르몬도 진액의 일종이다. 이현숙 원장은 “가뭄으로 물이 부족하면 땅이 쩍쩍 갈라지면서 지열이 올라오듯이 진액이 부족해지면 열이 올라 얼굴이 화끈거리고 몸이 건조해 가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진액은 나이가 들수록 서서히 말라간다. 신음허 상태가 지속되면 머리·가슴·복부 등 상반신엔 열이 나고 다리와 손발 끝부분은 차가워지면서 갱년기 증상이 하나둘씩 늘어간다. 초기에는 위쪽으로 치솟은 열감으로 땀·건조·피로 등을 호소하는 정도다. 시간이 지나면 피부가 거칠어지고 잠을 이루지 못한다. 정신적으로도 우울·불안·초조함을 호소하면서 신체 균형이 흐트러진다. 골다공증·고지혈증·비만·당뇨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예전과 똑같이 생활해도 내장 지방, 콜레스테롤 등이 쉽게 쌓여서다. 이와 동시에 노화도 빠르게 진행된다.

한방 갱년기 치료는 부족한 진액을 보충해 기(氣)의 흐름을 정상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침으로 예민해진 자율신경을 누그러뜨리고, 진액 생산을 돕는 한약재를 기본으로 개인마다 미묘하게 다른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시도 때도 없이 땀이 나거나 열감이 심하다면 진액을 보하면서 열을 내려주는 데 좋은 당귀·치자·목단피 같은 한약재를 추가한다. 월경주기가 깨졌다면 자궁을 따뜻하게 하고 어혈을 제거하는 데 효과적인 단삼·익모초 등으로 혈액순환을 돕는다. 불안·우울감이 심하다면 진액을 채우고 화를 다스리는 약재를 처방한다. 이 원장은 “같은 증상이라도 각각의 체질에 적합한 약재가 다르다”며 “증상·체질 등을 고려해 처방해야 치료 효과를 제대로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을 완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약해진 오장육부의 기능을 개선해 무너진 몸의 균형을 회복한다.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갱년기를 건강관리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월경 불순은 갱년기 진행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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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에는 지속적인 치료·관리 중요하다. 최근에는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40대 초반에도 진액이 부족해지기 쉽다. 월경주기가 불규칙해지거나 조기 폐경, 상열감, 피부 건조 등 몸의 변화가 일찍 나타난다. 이 원장은 “이런 몸의 변화는 진액이 고갈되진 않았지만 갱년기로 진행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30대 중·후반부터 부족한 진액을 보충하면 갱년기를 편안하게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운동은 갱년기를 활력기로 바꾸는 요소다. 걷기·조깅·트레킹처럼 적당한 근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산소운동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은 신체 활동량을 늘려 체중 조절에도 도움을 준다. 식단도 신경을 쓴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고등어·꽁치 등 등푸른 생선과 칼슘을 보충하기에 좋은 우유를 꾸준히 섭취한다. 대신 카페인·알코올·탄산 같은 자극적인 음식은 피한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 면역력을 높이고 세포 재생을 돕는 호르몬은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가장 많이 분비된다. 가능하면 11시 이전엔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이때 숙면을 취해야 헝클어진 자율신경계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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