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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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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독한 암에 강하다’ 4기 유방암 5년 생존율 국내 평균의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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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센터 탐방 고대안암병원 유방센터
중앙일보

고대안암병원 유방센터 정승필 센터장과 윤을식 교수가 유방암 환자의 X선 사진을 보며 치료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프리랜서 박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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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진행할수록 독해진다. 크기가 커지고 전이·재발이 잘 돼 치료가 어렵다. 유방암의 경우 2기 이내에 발견하면 환자의 90% 이상 완치되지만 4기에서는 환자 3명 중 2명이 5년 내 사망한다. 고대안암병원 유방센터는 ‘독한 암’에 강하다. 4기 유방암 환자 5년 생존율이 전국 평균의 두 배다. 다학제 협진과 뛰어난 술기, 환자 중심 문화가 결합해 맞춤 치료를 구현한다. 유방암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고대안암병원 유방센터를 찾았다.

암은 주로 나이가 들수록 잘 생기지만, 유방암은 예외다. 10명 중 8명이 50대 이하 젊은 환자다. 고대안암병원 유방센터 정승필(유방내분비외과) 센터장은 “젊은 환자는 건강관리를 소홀히 해 암을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젊을수록 항암·방사선이 잘 듣지 않는 ‘독한 암’이 많아 치료가 까다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유방암 환자 10명 중 1명이 3기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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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유방암학회·고대안암병원




유방암 환자 10%는 3기 이상

고대안암병원 유방센터 내에는 진료실과 별개로 ‘다학제 진료실’이 마련돼 있다. 매주 1회 병리과·유방내분비외과 등 내·외과 의료진이 모여 최신 치료법을 공유하고 수술·항암·방사선 중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예컨대 항암·방사선 중 어떤 치료법을 먼저 적용해 암을 줄일지, 효과적인 수술법은 무엇일지 등을 다각도로 논의한다. 정 센터장은 “3기 이상 유방암은 환자의 몸 상태와 암의 위치·크기에 따른 맞춤형 치료를 적용해야 효과가 크다”며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치료 의지를 북돋워 주는 것도 의사로서 당연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새로 개발되는 항암제 임상시험에 다수 참여하고, 보통 칼을 대지 않는 말기 암 환자도 몸 상태가 좋으면 수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 각각의 치료 효과는 다학제 진료와 별개로 매주 열리는 의료진 회의(투머 보드)를 통해 공유한다. 유방센터 배수연(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전화·문자·SNS로 24시간 치료법을 논의할 만큼 의료진 모두가 열정적”이라고 전했다.

의료진의 노력은 ‘숫자’로 증명된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국내 평균 유방암 5년 생존율은 3기일 때 75.8%, 4기는 34%에 그친다. 반면 고대안암병원 유방센터는 3기 5년 생존율이 87.1%, 4기는 67.7%다.

유방암 치료의 기본은 가슴을 일부 혹은 전체를 제거하는 절제술이다. 암이 독하고 진행될수록 제거 범위는 넓어진다. 암 환자는 암으로 고통받고, 남은 흉터에 고민하는 ‘이중고’를 겪는다. 고대안암병원 유방센터가 ‘유방 보존’을 암 치료 최우선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한 배경이다. 탄탄한 치료 역량을 토대로 다양한 치료법을 구현하고 있다.

로봇 이용한 유방 재건술 국내 첫선

대표적인 것이 유방암 종양 성형술이다. 암을 뗄 때 절개 범위를 최소화하고 흉터가 보이지 않도록 암 위치에 따라 유륜·겨드랑이나 밑 가슴과 몸의 경계 부분으로 접근해 암을 제거한다. 수술 부위 주변 조직을 끌어모으는 식으로 사라진 유방을 되살리기도 한다. 정 센터장은 “유방암 일부를 제거할 때도 다른 병원의 절반 수준으로 절개 범위를 줄여 치료한다”며 “몸에 칼을 적게 댈수록 환자의 만족도가 높고 실제 회복하는 속도도 빠르다”고 말했다.

유방 전체를 절제할 때는 보형물을 이용하거나 배·등에 있는 근육과 피부를 활용해 유방을 되살린다. 이런 유방 재건술은 윤을식(성형외과) 교수의 영역이다. 윤 교수는 ‘흉터 없는 유방 복원’의 길을 낸 주인공이다. 국내 최초로 2012년 로봇수술을 이용한 유방 재건술에 성공했다. 로봇을 이용해 등쪽 근육(광배근)을 뗀 후 사라진 유방을 다시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 방식으로는 등에 20~30㎝의 큰 흉터가 남지만 로봇을 이용해 겨드랑이를 3㎝ 정도만 절개해 수술한다.

보형물과 자가 조직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유방 재건술’도 선도적으로 도입·시행했다. 보형물을 넣은 후 이를 등 근육으로 덮어 자연스러움과 안정성을 높였다. 윤 교수는 “유방 전체 절제술을 받은 환자 절반이 유방 재건술을 택한다”며 “환자의 생존율과 함께 남은 삶의 질을 높이는 치료법을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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