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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군산은 넓은 스펙트럼만큼 다양한 감성이 묻어나는 동네다. 히로쓰 가옥, 옛 군산세관 등 일제강점기 시절 만들어진 이국적인 건축물을 필두로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색적인 '철길 마을'이 공존한다. 20년 전 개봉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 초원사진관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감성비에 꽂힌 여행자라면 경암동 철길마을을 1순위에 두자. 낭만 가득한 폐철로를 가운데 놓고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비현실적인 동네다. 철로와 주변 건물 간의 거리는 1m가 채 되지 않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곳에서 찍은 사진들이 퍼지면서 단박에 군산 제1의 명소로 떠올랐다.
다음 목적지는 '초원사진관'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 주인공 정원(한석규 분)의 일터였던 초원사진관. 영화는 이 아담한 사진관을 배경으로 두 남녀의 사랑을 덤덤하게 보여준다. 실제 존재하던 사진관은 아니고 오로지 영화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세트였다. 영화가 히트를 치자 실제 촬영지를 보겠다며 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에 군산시는 세트장을 보수한 다음 전시관으로 바꿔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사진관 안에는 영화 스틸컷과 소품들이 고스란히 전시돼 있다. 밖에는 극중 다림(심은하 분)이 타고 다니던 차까지 가져다 놓아 더 실감난다.
◆ 올해 첫 꽃놀이 여행
겨울에 피는 꽃은 유난히 반갑다. 칼바람에 맞서 꽃망울을 틔운 것이 퍽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일까, 야물게 피어난 동백꽃을 보고 있자면 팍팍한 마음 한 구석 불씨가 피어오른다. 전국의 동백꽃 군락지는 많다. 하지만 마음이 가는 곳은 따로 있다. 강진의 백련사가 그렇다. 붉은 융단으로 황홀경을 이루는 백련사 동백 군락엔 한 사람의 사연까지 담겨 있어 더욱 애잔하다.
백련사는 통일신라 말기인 839년 창건돼 조선 세종 때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사찰이다. 천년 사찰은 이제부터 붐빌 참이다. 동백 개화 소식이 전해짐과 동시에 때 이른 꽃놀이 행렬이 벌어질 테다. 천연기념물 151호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백련사 동백림. 울창한 초록 나무 숲을 빨갛게 수놓는 동백은 사찰의 적막함에 은은한 향기를 더한다.
백련사 동백숲과 다산 초당을 잇는 오솔길은 정약용과 백련사 혜장선사의 교류의 길이기도 하다. 다산은 총 18년의 유배생활 중 11년을 이곳 초당에 머무르며 혜장선사와 연을 이어갔다. 다산은 이곳의 동백을 끔찍이 여겼다. 강진을 떠나 있을 때도 제자에게 편지를 보내 '선춘화(先春花)'의 안부를 물었다. 봄에 먼저 피는 꽃이라 하여 선춘화다. 동백숲길은 한겨울을 넘긴 초봄에 꽃이 핀다 해서 춘백이라고도 불린다. 그때가 되면 백련사 주변을 둘러싼 1500그루의 나무에 꽃이 핀다. 봄이 지날 무렵 낙화하는 장면도 장관이다.
◆ 첫사랑 떠올리며 간이역 여행
영화 '건축학개론'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떠오른 이곳은 경기도 양평의 구둔역이다. 풋풋한 첫사랑 냄새로 가득한 간이역이라니, 건조주의보가 내린 이내 마음에 한 줄기 감성 충전 제대로 할 수 있겠다.
구둔역은 1940년 4월 1일 '보통역'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중앙선의 간이역이다. 이름 한번 평범하다. 있는지 없는지 존재감이 전혀 없던 이 역은 2012년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아예 폐역이 돼버린다. 기차가 사라지자 간이역은 외려 더 유명해졌다. 최근엔 아이유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둘'의 뮤직비디오에까지 등장하면서 주말 나들이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역 분위기는 영화 속 장면 그대로다. 차분하고 정감 있는 간이역을 마주하면 긴장이 풀리고 마음속 응어리를 내려놓게 된다. 옛 정취를 잊지 않기 위해 폐기차가 머쓱하니 서 있고 역사 주변에 토끼와 돼지가 사는 축사도 만들었다. 대합실은 멈춰진 시간 속에 있다. 빛바랜 기차 시간표와 여객 운임표, 그리고 때가 켜켜이 묻은 나무 의자까지 모두 정감 어린 모습이다.
역사에서 철로 쪽으로 나가면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수령 500년이 넘는다는 아름드리나무는 그 옛날 기차를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그늘을 내어주던 고마운 존재였다. 지금은 '소원의 나무'라 불린다. 폐역을 찾아온 사람들이 각자의 사연을 적은 쪽지를 나무에 걸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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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 타고 바다 보고
감성 여행에서 기차가 빠질 수 없다. 그리고 그 기차여행에 '겨울 바다'라는 낭만을 더한 역대급 관광 콘텐츠가 바로 동해 바다열차다. 바다열차는 피서객이 몰리는 여름철에 인기가 많지만 생각해보면 겨울에 훨씬 유용한 콘텐츠다. 칼바람은 피하면서 겨울 바다를 백배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바다열차이기 때문이다.
2007년 첫 운행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벌써 12년째다. 지금껏 바다열차에 탑승한 관광객은 모두 140만명에 육박한다. 전천후 바다 관람 아이템 바다열차는 동해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관광 상품이 됐다. 기차는 동해에서도 가장 물빛이 좋기로 손꼽히는 강릉(정동진)~동해~삼척까지 이어지는 해안철도를 따라 달린다. 1시간30분에 걸쳐 약 56㎞를 느릿느릿 달려간다. 바다열차의 목적은 첫째도 관광, 둘째도 관광이기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
열차 내부는 고개를 틀지 않고 자연스레 시선이 바다를 향하도록 의자를 배치했다. 열차 내에선 DJ가 음악을 틀고 사연을 읽어주기도 한다. 여러 가지 재미 요소가 있지만 바다열차의 최고 매력은 역시 풍광이다. 열차는 시시각각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세상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 정동진에서부터 시작해 줄곧 넘실거리는 바다를 쫓아 열차가 달린다. 모진 바람 불어치는 바깥 풍경도 열차 안에서 보면 평온하기 그지없다.
[홍지연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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