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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여행] 돌멩이 하나, 그림 한점마다 신비한 이야기 한가득...박물관·미술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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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우제길미술관 2층 전시실 창 밖으로 하얀 눈이 덮인 무등산이 보인다./ 사진=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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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김성환 기자 = 박물관은 이야기보따리다. 유리창 안 뭉툭한 돌멩이 하나가 수백만 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게 참 흥미롭다. 미술관도 그렇다. 작품을 마주하면 생소한 시간 속에서 자유롭게 걷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제법 기분 좋은 일이다. 눈 돌리면 주변에 박물관·미술관들이 참 많다. 마침 한국관광공사가 2월에는 박물관·미술관 여행을 떠나보라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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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무이예술관에 전시 중인 메밀꽃 작품들. 예술관 옆 메밀밭에는 가을이면 팝콘처럼 하얗고 예쁜 꽃이 지천으로 핀다./ 사진=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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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강릉, 메밀꽃·커피 향이 가득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과 강릉 일대에는 개성 넘치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여럿이다. 커피·소리·민속 등 이색 테마 박물관에서 폐교를 활용한 미술관까지 다양하다.

‘겨울왕국’ 평창에선 정겨운 미술관을 본다. 봉평면의 무이예술관은 폐교를 개조해 조성한 미술관인데 동계패럴림픽이 열리는 3월까지 무료 개방한다.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경기가 열리는 휘닉스평창과도 가깝다. 옛 학교 운동장은 조각공원으로 꾸며졌고 교실에는 30여 년간 메밀꽃을 그려온 정연서 화백의 작품이 걸렸다. 조각공원 옆은 가을이면 메밀꽃이 활짝 피는 메밀밭이니 꼭 기억해둔다. 팝콘처럼 핀 꽃들이 꿈 같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무이예술관에서는 메밀꽃 압화와 판화, 가훈 쓰기 등 소소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가족 단위로 방문해도 체험이 가능하다.

무이예술관 가는 길, 봉평면 일대는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정서가 흐른다. 소설의 작가 이효석문학관을 비롯해 소설에 등장하는 물레방아, 징검다리 등이 산재해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봉평장은 끝자리 2·7일에 지금도 선다. 메밀전병, 수수떡 등 평창의 다채로운 먹거리들을 이 구수한 장터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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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커피커퍼 박물관. 강릉을 커피의 도시로 만드는데 박물관이 일조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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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참소리축음기박물관/ 사진=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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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올림픽의 도시 강릉에서는 요즘 커피가 대세다. 강릉을 ‘커피 1번지’의 반열에 올리는 데 박물관이 일조했다. 2000년 문을 연 왕산면 강릉커피박물관은 원두 분쇄기를 비롯해 커피 관련 유물 등 200여점이 전시 중이다. 최초의 커피 제국인 오스만튀르크의 커피, 프랑스 문학 거장 발자크의 커피 추출 도구 등이 눈길을 끈다. 커피의 역사와 제조 과정도 엿볼 수 있다. 박물관 온실에서는 커피나무가 자란다. 예약하면 커피 로스팅과 에스프레소 추출 등 체험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강문동 강문해변 인근에 카페와 박물관이 어우러진 2호점(커피커퍼 커피박물관)도 문을 열었다.

저동의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도 기억한다. 참소리축음기박물관은 1982년 참소리방으로 시작해 36년간 강릉의 한 축을 지켜온 곳이다. 손성목 관장이 세계 60여 개국에서 수집한 명품 축음기, 오르골, 라디오 등 2500여점을 전시한다. 축음기 시대 아날로그 음악에서 현대 디지털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음악감상실도 있다.

참소리축음기박물관과 연결되는 에디슨과학박물관은 에디슨의 대표 발명품인 전구, 축음기, 영사기 등 2000여 점을 전시하는 세계 최대의 에디슨 관련 박물관이다. 에디슨이 처음 만든 탄소전구, 영사기 등도 볼 수 있다. 에디슨과학박물관 옆에 자리한 손성목영화박물관에는 세계 최초의 영사기,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촬영한 카메라 등 각국의 영사기와 영화 관련 소품, 옛 TV 등을 전시한다.

교동 강릉시립미술관, 운정동 선교장 등은 강릉 나들이를 더 풍요롭게 만든다. 강릉시립미술관은 강원도를 대표하는 시립미술관이다. 2월에는 ‘DMZ 사진전’ ‘규방 공예전’ 등이 열린다. 강릉 선교장(국가민속문화재 5호)은 300여년간 원형이 보존된 사대부 전통 가옥이자 영동 지방 최고의 고택이다. 선교장 내 생활유물전시관에는 유물 200여 점을 전시한다. 광해군이 하사한 말안장, 추사 김정희의 현판, 식기와 제기 등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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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본 북녘의 풍경/ 사진=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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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DMZ박물관에 복원된 노동당사 건물/ 사진=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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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서대문형무소, 먹먹한 근현대사

한국은 험난했던 근현대사를 극복하고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 이후 30년만에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르며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강원도 분단의 현실이 여실히 느껴지는 곳이다. 현내면의 통일전망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통일전망대에 서면 휴전선은 물론 맑은 날에는 금강산까지 아스라이 보인다. 눈에 보이지만 발길이 닿지 못하니 가슴은 더욱 먹먹해진다. 이토록 그리운 땅에 몸 붙이고 사는 이들이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평창에 온다. 예술단과 응원단까지 온다고 하니 반갑고 또 반가운 일이다. 전망대 내부에는 북한 주민의 실상을 알 수 있는 생활용품과 각종 자료가 전시 중이다. 다만 전망대 출입은 조금 까다롭다. 전망대 앞 10km 지점에 있는 통일안보공원에서 신청서를 접수하고 안보 교육 영상을 시청한 후 민통선 검문소에서 차량 출입증을 받아야 한다. 개인 차량으로 이동 가능하다.

가슴 먹먹해지는 곳이 한군데 더 있다. 통일전망대에서 가까운 DMZ박물관이다. 군사분계선에서 가까운 민통선 안에 있는데 전쟁·군사 자료와 자연· 생태·민속·예술 등 한국전쟁과 DMZ에 관한 자료들을 전시한다.

그 유명한 서울의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역시 애처로운 근현대사의 현장이다. 1908년 일제강점기 때 경성감옥으로 지어진 이곳은 이후 서대문감옥·서대문형무소·서울형무소·서울교도소·서울구치소가 됐다. 그리고 1987년 서울구치소가 경기도 의왕시로 이전한 이듬해인 1988년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일제강점기 내내 수많은 애국지사가 이곳에서 옥고를 치르고 목숨을 잃었다. 해방 후에는 민주화를 위해 싸우던 사람들이 투옥됐다. 현재는 유관순 열사를 비롯한 독립운동가의 사진과 유품, 일제의 잔혹한 고문 도구 등을 전시한다. 옥사도 다양한 테마로 꾸며놓았는데 ‘11옥사’에서는 민주화 운동가들의 수감 생활을 살펴볼 수 있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를 비롯해 민주화 운동가들이 수감됐던 방마다 관련 유물을 전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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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미술관/ 사진=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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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과천, 예향과 박물관의 도시

예술의 향기 짙은 도시에 발 들이면 마음은 참 편안해진다. 퍽퍽한 삶이 남긴 깊은 생채기가 아물고 오래된 편두통이 사라지니 이런 도시들은 훌륭한 명의(名醫)다.

광주는 예향이다. 예부터 음악·미술·문학 등이 만개했다. 시간이 축적된 이 모든 것에서 발견되는 곰삭은 아름다움은 사람을 참 기분좋게 만든다. 서울을 제외한 지자체가 최초로 개관(1992년)한 공립미술관인 광주시립미술관은 허백련·허건·손재형·허림·오지호·양수아·강용운·배동신·천경자·김환기 등 남도 출신 작가의 작품을 소장·연구하고 또 전시한다. 동시에 재능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국윤미술관·의재미술관·무등현대미술관·우제길미술관 등이 모여 있어 미술관거리로 불리는 운림동 역시 예술하면 빼놓을 수 없는 광주의 명소다. 국윤미술관은 국중효 서양화가와 윤영월 조각가의 성을 딴 곳, 우제길미술관은 건축가 승효상이 증축 설계를 맡았고 전시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무등산 풍광이 근사한 곳이다. 무등현대미술관에서는 정송규 관장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상설전과 현대미술 관련 기획전이 다채롭게 열린다. 의재미술관(2월 15일까지 휴관)은 남종화의 대가 의재 허백련이 말년을 보낸 집과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와 함께 100년 넘은 기독교 유적과 고택이 어우러진 양림동역사문화마을을 곁들이면 기분 좋은 예술여행이 된다.

경기도 과천은 박물관 종합 선물 세트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현대미술 이야기를 펼쳐놓고 인근 국립과천과학관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이 과학임을 느끼게 해준다. 가족 여행지로 발돋움한 렛츠런파크 서울에선 말(馬)과 관련한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 가까이 있는 서울대공원도 지나치기 아쉽다. 667만㎡ 대지에서 살아가는 동식물과 교감하는 힐링·휴식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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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군사박물관/ 사진=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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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들이 고령 대가야 왕릉전시관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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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산·강경,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가슴 뭉클한 역사가 요동치는 도시 역시 치유의 공간이 된다. 치열했던 시간들은 지극히 어려운 오늘을 버티게 하는 큰 힘이 된다. 충남 논산의 연산면 일대는 백제의 계백 장군과 5000결사대가 김유신의 5만 신라군에 맞선 황산벌 전투의 현장이다. 백제는 이 전투에서 패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계백 장군이 전사한 곳으로 알려진 부적면 충곡로에 장군과 5000결사대를 기리는 계백장군유적지가 있다. 장군의 묘와 사당, 충혼공원, 백제군사박물관, 야외 체험 시설 등으로 구성되어 역사 학습을 겸한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논산에 간다면 금강 하구 강경도 들러본다. 근대에 포구를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돼 번성했던 곳이다. 원산항과 함께 조선 2대 포구로, 평양·대구와 함께 조선 3대 시장으로 영화를 누렸다. 현재 강경에는 근대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문화재가 10군데 있어 당시 흔적을 더듬어볼 수 있다.

이 외에 경북 고령은 1500여 년 전 홀연히 사라진 대가야의 흔적을 더듬을 수 있다. 대가야역사관·대가야왕릉전시관·우륵박물관으로 구성된 대가야박물관에서는 ‘사라진 왕국’의 신비함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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