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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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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암 극복 향한 도전, 교육·연구·치료 삼위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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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병원 탐방] 고대구로병원 암병원

장기별 세분화한 수술로 성과

진료과 대부분 최첨단 로봇수술

최적 치료법 찾는 다학제 협진

중앙일보

고대구로병원 암병원은 다학제 협진으로 대장암·난소암·전립샘암·두경부암 등에 로봇수술을 적용해 치료 성적을 끌어올렸다. 김종욱 교수(오른쪽 위)가 조종간에 앉아 60세 전립샘암 환자에게 로봇수술을 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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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의 도전은 암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물한다.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로봇수술, 다학제 협진을 통한 정확한 치료와 정밀 진단 기술은 암 극복이란 인류의 과제를 ‘실현 가능한 미래’로 바꿔놓고 있다. 고대구로병원 암병원에서 도전은 하나의 문화다. 교육·연구·치료 시스템을 끊임없이 혁신하며 개원한 지 4년 만에 국내 최고 수준의 암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 혁신을 전통으로 이어가는 병원, 고대구로병원 암병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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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구로병원 암병원은 ‘암 치료 잘하는 병원’으로 손꼽힌다. 암 환자 5년 생존율이 갑상샘암 95%, 유방암 90%, 위암 70%, 두경부암 70%, 대장암 70% 이상이다. 전이·말기 암 생존율은 국내 의료기관 평균치의 10%포인트를 웃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적정성 평가에서도 유방암·대장암(4년 연속), 폐암(3년 연속), 위암(2년 연속) 분야에서 1등급을 획득했다.

전이·말기 암 환자 생존율 월등

고대구로병원 암병원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뛰어난 수술 실력이다. 고대구로병원은 2000년대 초반부터 외과 세부전공 제도를 시행했다. 기존에 외과의사가 모든 암을 수술하던 것을 대장·간·폐 등 장기별로 세분화했다. 대한외과학회에서 세부전공 제도를 수립하기 10여 년 전부터 이미 ‘전문성’에 방점을 찍고 교육·치료 시스템을 갖췄다.

한 우물만 파온 의료진의 임상 경험과 수술 노하우는 결과로 드러난다. 김현구(흉부외과) 교수는 2012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싱글포트(single port, 단일공)’ 흉강경 폐암 수술에 성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가슴에 지름 2.5~4㎝인 구멍 한 개만 뚫어 암을 치료하는 혁신적인 수술법이다. 민병욱(대장항문외과) 진료부원장은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에서 흉터 없는 수술인 ‘노츠(NOTES)’의 기초연구에 참여하며 최소침습 수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입·항문 등으로 치료 장비를 넣어 수술하는 방식이다. 갑상샘암을 시작으로 적용 분야가 서서히 확대되고 있다.

고대구로병원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2015년 현존하는 최고 사양의 로봇수술기(다빈치xi)를 도입해 최소침습 수술의 새로운 도약을 이뤄냈다. 로봇수술은 내시경(복강경·흉강경) 수술과 수술 방식이 비슷하다. 내시경 수술을 잘하는 병원일수록 로봇수술의 치료 성적이 좋고 적용 폭이 넓다. 고대구로병원 암병원은 탄탄한 내시경 수술 역량을 바탕으로 비뇨기과·산부인과·이비인후과 등 거의 모든 진료과에서 로봇수술을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조재구(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귀 뒤쪽을 절개한 후 로봇의 팔을 넣어 갑상샘암을 제거한다. 종전에는 겨드랑이나 목 앞부분을 절개해야 해 흉터가 드러나고 회복이 더뎠다. 로봇을 이용하면 조직 손상이 적을 뿐 아니라 머리카락으로 가릴 만큼 절개 범위가 준다. 비뇨기과 김종욱 교수는 전립샘암 치료에 로봇수술을 적용한다. 김 교수는 “로봇을 이용하면 시야가 열 배가량 확대돼 전립샘에 붙은 신경과 혈관을 정교하게 떼어낼 수 있다”며 “발기부전·요실금 등 후유증 위험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환자·보호자 함께 협의

치료 성적을 높인 또 다른 ‘무기’는 다학제 협진 시스템이다. 암을 다루는 외과·내과·영상의학과·방사선종양학과 등 전문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여 환자 상태에 따른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 적용한다. 고대구로병원은 다학제 협진의 개념조차 생소했던 2009년부터 유방암을 시작으로 이미 관련 시스템을 구축, 시행해 왔다.

암병원을 개원하면서부터는 다학제 협진을 환자·보호자가 함께하는 참여형으로 발전시켰다. 항암 치료는 내과, 수술법은 외과, 수술 후 재활은 재활의학과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직접 환자에게 치료의 목표와 방법을 설명한다. 의료진은 치료 계획 수립과 환자에게 설명하기 위해 적어도 두 번 이상 회의를 연다. 출근 전, 점심시간 등 개인적인 시간을 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다학제의 영역은 비단 병원 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고대구로병원 암병원은 국내 최초로 유방암·피부암 진단에 쓰이는 감시 림프절 생체검사를 폐암 등 다른 암까지 확대 적용했다. 감시 림프절은 암이 전이될 때 가장 처음 도달하는 림프절로, 이를 통해 전이 여부를 판가름하면 불필요한 수술과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나아가 실시간으로 림프절에 퍼진 암 종양을 이미지화하는 나노 형광물질과 장비(수술용 형광영상시스템)도 서울대병원·KAIST 등과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했다. 관련 연구를 주도하는 폐암센터 김현구 교수는 “현재 동물 실험으로 효과를 입증한 상태로 향후 1~2년 내 임상 적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민병욱 진료부원장
다학제 협진 10여 년 ‘내공’…기초·정밀의학 연구로 확대”


중앙일보

고대구로병원 암병원은 ‘환자 중심’ 가치를 기반으로 개원 4년 만에 전국적인 암병원으로 성장했다. 초대 암병원장으로 발전의 토대를 닦은 민병욱 진료부원장에게 고대구로병원의 강점과 향후 발전 방향을 물었다.



Q : 암병원의 진료시스템이 인상적이다.

A : “2014년 암병원을 개원할 때 ‘Easy(쉽고 편하고), Fast(빠르고), reliable(믿을 수 있는) 암병원’을 슬로건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진단부터 치료까지 2주 내로 완료할 수 있는 ‘원스톱 진료시스템’을 구축했고, 환자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참여형 다학제 협진 시스템도 마련했다. 초기부터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닌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Q : 로봇수술 도입 후 성과는.

A : “도입 당시 다들 앞다퉈 로봇을 도입해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애초부터 수익을 고려하고 로봇을 도입한 것이 아니었다. 전립샘암 등 로봇을 이용하면 환자의 이익이 큰 수술이 있는데, 장비가 없어 못하면 안 된다는 책임감으로 로봇수술을 도입하게 됐다. 환자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지금은 다수의 환자가 로봇수술을 선택하고 있다.”




Q :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A : “10여 년의 다학제 협진 ‘내공’을 기초·정밀의학 연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외과와 영상의학과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암 판독 기술을 연구하고, 내·외과가 임상 데이터를 공유해 새로운 항암제 개발에 나서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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