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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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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주방 씽크대까지 온통 나무로 만든 ‘건강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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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 수입가로 활약한 나무 전문가

‘괴짜 목수’ 이정섭의 가구에 반해

입주 8년 지났지만 뒤틀림 없어

“건강한 집의 기본은 정직한 재료”

옆집에 가다 │ 내촌목공소 김민식의 집

중앙일보

집 내외장재부터 모든 가구?소품을 몽땅 나무로 제작한 ‘내촌목공소’ 김민식 고문의 집. 2층 거실 의자도 내촌목공소에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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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산자락에 수수한 외관의 2층집이 있다. 내촌목공소 김민식 고문의 살림집이다. 2010년 건축한 집은 내촌목공소 이정섭 목수와 김 고문이 함께 지은 집이다. 집의 골조나 내장재로 모두 나무를 사용했다. 덕분에 입주했을 때도 도시 아파트에서 흔히 겪는 새집증후군 같은 건 전혀 없었다. 8년이 지난 지금도 균열이나 뒤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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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촌목공소 김민식 고문의 강원도 홍천 집. 나무로 지은 집과 목가구로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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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고문의 집에는 가구뿐 아니라 식탁·옷걸이·조명·선반까지 내촌목공소 제품으로 채워져 있다. 문고리나 스위치 플레이트 등의 철물도 직접 만든다. 집을 지은 이정섭 목수는 재료와 디테일에 철저하다.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 쓴다’는 고집이라기보다는 좋은 재료들을 찾지 못해 직접 만들어 쓰는 것이라고 한다.

139㎡(42평) 2층집에는 소나무·참나무·물푸레나무·편백나무 등 다양한 수종을 썼다. 천장이나 기둥 등의 구조재는 미국산 소나무를 썼다. 흔히들 국산 소나무를 최고의 목재인 듯 예찬하지만 쓸 만한 나무는 미국·캐나다산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주방 가구는 수분율 5%로 숯에 가깝게 건조한 물푸레나무를 썼다. 나무를 태우는 공법으로 건조한 목재로 물이 닿는 주방에 써도 탈이 안 날 정도로 안정성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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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하우스. 작은 독상과 그림같은 창문 풍경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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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 주택은 춥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이 집은 외풍도 없고 한겨울에도 아늑하다. 단열재와 내장재를 제대로 썼고, 난방비를 절약하기 위해 지붕의 경사도를 낮췄다. 눈이 많이 오는 강원도에 목조주택을 짓기 위해 눈의 무게와 바람의 세기 등을 고려한 기술도 접목했다. 나무 구조를 파악하는 과학적인 기술은 김민식 고문이 전문가다.

내촌목공소는 2002년에 문을 열었고, 이정섭 목수와 김 고문은 2006년에 처음 만났다. 서울 한복판 아파트에 살던 김씨는 집을 지으려고 물색하던 중 강원도 홍천에 ‘괴짜 목수’가 산다는 소문을 들었다. 산골 벽지에서 만난 가구는 범상치 않았다. “목재 중 최고로 좋은 것은 악기를 만들 때 씁니다. 그런데 이 목수는 간 크게도 그 목재로 가구를 만들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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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씽크대 상판은 함수율 5% 이하로 건조시킨 물푸레나무로 만들어 물이 닿아도 뒤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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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유럽·호주·북미 등을 누비고 다니며 목재 사업을 했던 김씨는 이 목수의 가구에 한눈에 반했다. 그길로 당장 서울 집에 있는 가구를 모두 바꿔버렸다. 내친 김에 내촌목공소의 고문이 됐고, 이 목수와 함께 홍천 자신의 집 주변에 집 15채를 지어서 분양했다. 내촌목공소가 지은 목조 주택은 서울 평창동과 제주에서도 볼 수 있다.

“나무로 집을 짓거나 가구를 만들려면 목재의 건조가 중요합니다. 12% 이하 수분율로 건조해야 안정성이 높아지고 벌레를 먹는 등의 부패 우려가 적습니다. 이 기본을 지키면 산골이라도 집에 벌레 한 마리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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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있는 거실. 이집의 모든 벽에는 창문이 크게 뚫려 있다. 따로 그림을 걸 필요가 없을 만큼, 창밖 풍경 자체가 아름다운 작품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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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촌목공소는 가구·페인트·접착제 등 집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가장 안전한 친환경 등급인 E0제품을 쓴다. 관련 규제에 가장 앞서 있는 유럽연합도 E1등급까지 허용하고 있으니 내촌목공소의 기준이 얼마나 엄격한 지 짐작할 수 있다. 석고보드는 단 한 장도 쓰지 않고, 목재는 물론이고 가구 마감용 오일도 100% 식물성 오일을 사용한다. 내촌목공소가 지은 집도 이 원칙은 동일하다.

“집을 지을 때 정직한 재료를 써서 정밀하게 시공하는 것 외에 뭐가 더 중요하겠어요.”

집은 비바람 안 새고, 쾌적하고, 사람이 건강하게 사는 공간이 기본이다. 품질 좋은 집은 사람이 누려야 할 생활의 가치다.

글=이나래(프리랜서) wingnr@gmail.com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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