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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바다가 보내온 봄… 섬에서 받아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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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망울 머금은 인천의 島 / 낙조 장관 장봉도, 심청전 주 무대 백령도,‘한국의 갈라파고스’ 굴업도 / 보석같은 유인도 40곳… 봄 마중, 어디든 훌쩍 떠나도 좋으리

세계일보

사람이 엎드려 일하는 모습을 닮은 굴업도 전경.


유난히 추웠던 겨울을 벗어나 두꺼운 패딩을 벗고, 가벼운 마음으로 봄맞이 여행을 가려면 어디가 좋을까. 수도권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 바로 인천의 섬들이 꽃망울을 머금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인천시 관내 섬은 모두 168개다. 이 가운데 숙박이 가능한 유인도는 40개다. 마음만 먹으면 훌쩍 다녀올 수 있는 보석 같은 인천 섬을 만나보자.

◆삼형제 섬… 자전거 여행 안성맞춤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10분 거리에 있는 신도와 시도, 모도는 매시간 배가 다녀 손쉽게 당일 여행이 가능한 섬이다. 뱃고동이 울리고, 갈매기떼가 끝까지 따라붙어 여행의 분위기를 한껏 부풀려 준다. 인천국제공항 항로에 자리 잡고 있어 24시간 외롭지 않고, 섬 어디에서도 반짝거리는 육지의 불빛을 바라보며 도심의 삶을 반추할 수 있는 진주 같은 섬이다.

신도·시도·모도는 연도교로 연결돼 형제처럼 붙어 있다고 해서 삼형제 섬으로 불린다. 자전거를 타고 아름다운 섬의 풍경을 쉽게 둘러볼 수 있어 자전거 여행을 즐기기에 적격이다. 풀하우스, 슬픈연가 등 인기드라마의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다. 신도의 명소는 구봉정과 수기해변이 꼽힌다. 시도에는 해당화 꽃길, 모도에는 배미구미 조각공원이 있다.

◆트레킹 명소 장봉도

섬 트레킹을 즐기려면 장봉도로 떠나야 한다. 무엇보다 붉게 물드는 낙조가 장관이다. 장봉도 선착장 입구에서 전설을 간직한 청동인어상이 섬을 찾는 관광객을 반겨 맞는다. 이 인어상에 얽힌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옛날 장봉도 날가지어장에서 어느 어부가 그물을 걷으니 인어 한 마리가 걸려 나왔다. 어부는 그 인어를 측은히 여겨 다시 바다에 넣어 주었는데 그 후 그곳에서 그물을 칠 때마다 고기가 가득 잡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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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도 선착장 입구 인어상. 오른쪽 사진은 백령도 북서쪽으로 4㎞, 높이 50m에 걸쳐 울타리처럼 둘러쳐진 두무진의 규암절벽 모습. 인천관광공사 제공


섬의 모양은 길게 늘어져 있다. 고려 말 몽골 병을 피하기 위해 주민들이 이곳으로 와서 거주하면서 섬이 길고 봉우리가 많다 해 길 장(長) 자와 봉우리 봉(峰) 자를 붙여 장봉도라고 불렀다.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40분 거리이다. 신도를 둘러보고 배로 장봉도를 여행하는 이들이 많다. 매시간 배가 다녀 마음만 먹으면 신도·시도·모도에 이어 장봉도까지 당일 여행을 할 수 있다. 장봉도 구름다리와 가막 머리 낙조, 옹암 해변, 진촌해변이 일품이다.

◆평화와 안보의 연평도

1999년과 2002년 2차례에 걸쳐 북방한계선(NLL) 남쪽의 연평도 인근에서 우리나라 해군 함정과 북한 경비정 간에 해상 전투가 벌어졌다. 이어 연평도는 2010년 북한의 도발로 불바다를 이룬 상처를 입었다. 북한과는 불과 10㎞ 거리에 있어 긴장감을 자아내는 곳으로 요즘은 평화와 안보교육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하루 1회 배가 운영하며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다.

고려사와 세종실록지리지 등의 문헌에 연평, 연평평으로 표기되어 있을 만큼 섬의 지형이 대체로 평탄하고 들판처럼 길게 뻗어 있다고 하여 얻어진 이름이 연평도다. 연평도에 가면 관광객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연평도 충민사다. 조선 중기의 명장 임경업 장군이 병자호란의 치욕을 씻기 위해 명나라로 가던 중 식수와 부식이 떨어지자, 연평도에 들러 가시나무를 꺾어다가 연평도 인근 당섬 남쪽에 꽂아두었다고 한다. 그러자 간조 때 이름 모를 물고기들이 많이 잡혔고, 이것이 연평도 조기잡이의 시초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명소로는 구리동 해변과 가래칠기 해변이 꼽힌다. 연평도에는 우리나라 조기잡이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조기 역사관, 안보교육원이 있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

대한민국 바다의 종착역으로 불리는 백령도. 육지와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인지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환경이 보존돼 있다. 두무진, 사곶 해변 등 수려한 자연경관 덕분에 많은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과 가장 가깝고, 간석지 매립으로 면적이 많이 늘어나 우리나라 8번째로 큰 섬이며, 해삼과 전복 등 어종이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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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북서쪽으로 4㎞, 높이 50m에 걸쳐 울타리처럼 둘러쳐진 두무진의 규암절벽 모습. 인천관광공사 제공


섬 서쪽 두무진 아래 선대바위는 고려 충신 이대기가 백령지에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기묘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사곶천연비행장, 두무진 등과 연결되는 백령도 일대를 관광코스로 조성해 볼거리가 많다. 진촌리 북쪽 해안에는 국내 유일의 물범 서식지가 있다. 인천시가 300만 인천을 대표할 신규 캐릭터로 등대를 사랑하는 점박이물범 친구들을 발표한 것도 이곳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범의 물개 바위, 용기 포구 옆에는 세계에서 두 곳밖에 없는 규조토 해변(일명 사곶 해안)이 있다. 이곳은 길이가 무려 3㎞에 이르러 썰물 때에는 넓이 300m의 단단한 도로가 생기는 바람에 차도로 이용하는 것은 물론 군 수송기의 이착륙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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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심청각.


연평도 앞바다는 민담으로 전해지는 심청전의 주 무대다. 심청이가 아버지 심 봉사를 위해 공양미 삼백석을 받고 몸을 던진 인당수가 있다. 그리고 심청이 환생했다는 연봉바위와 심청각 등 조성된 심청 테마파크는 효사상을 상기할 수 있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하루 2회 운항하며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서해의 숨은 보물 굴업도

굴업도에 가려면 두 차례 배를 타야 한다. 인천 연안 여객선터미널에서 고속 페리로 1시간20분 걸려 도착하는 곳이 덕적도이다. 덕적도에서 울도선 환승을 통해 2시간 정도 더 가야만 굴업도에 닿을 수 있다. 배 연결까지 포함하면 총 5시간 정도 소요된다. 굴업도는 ‘한국의 갈라파고스’로 불릴 정도로 자연이 수려해 야외에서 텐트를 치고 밤을 새우는 백패킹의 로망지로 유명하다. 마을이라야 7가구가 전부다. 굴업도 천연 해수욕장의 아름다운 모래, 물이 빠지면 건너갈 수 있는 토끼섬은 관광객의 놀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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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자연미를 간직한 굴업도에서 캠핑족들이 캠핑을 즐기고 있다. 인천관광공사 제공


비탈진 경사를 따라 마을 뒷산에 오르면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 풍경에 가슴이 뻥하고 뚫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내 드넓은 평원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을 맞이한다. 바다에 떠 있는 여러 섬과 숙영지인 개머리 언덕에 도착하면 왜 이곳이 백패킹의 성지로 불리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밤이 되면 야영지로 쏟아져 내리는 별빛은 마치 중동의 사막지대에 와 있는 듯한 환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거기다 아침이 되면 서해에 떠오르는 일출은 그 어느 곳보다 장관을 이룬다.

인천=이돈성 기자 sport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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