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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여행] 동백 꽃망울 ‘톡톡’… 알배기 주꾸미 ‘톡톡’… 봄 맛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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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에선 꽃놀이도 식후경

세계일보

해송이 빽빽이 들어선 장항송림.


‘완연한 봄’이란 말을 3월이 거의 다 지나서야 쓸 수 있게 됐다. 남쪽에선 꽃소식이 들려오며 봄이 당도했음을 알리고 있지만, 다른 곳은 한겨울보다 더 많은 눈이 내렸다. 겨울이 쉽게 떠나지 않겠다는 듯 마지막까지 몸부림을 친다. 남쪽은 매화, 산수유 등이 만발했지만, 윗동네는 슬며시 그 모습만 드러내고 있다. 그래도 시나브로 봄은 올라오고 있다. 뭍뿐 아니라 물에서도 봄 소식이 전해진다.

다만, 산뜻해야할 것 같고, 화창해야할 것 같은 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장렬하다란 표현이 더 어울릴 듯싶다. 분명 화사한 봄과 다르게 맞는 봄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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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의 봄은 육지와 바다에서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서천에서도 북쪽인 마량에서 이 장렬한 봄은 더 강하게 다가온다.

한겨울 한반도 남쪽 제주를 시작으로 전남 여수와 진도, 해남 등을 거친 동백꽃은 날이 포근해지는 3월이 되면 전북 고창에서 모습을 드러낸 후 서천 마량까지 올라온다. 동백꽃의 북방한계선이 마량이다. 이에 마량 동백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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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량의 동백은 높이가 2∼3m에 불과하다. 붉은 동백이 시들지 않은 채 땅으로 낙하해 붉은 카펫을 이루고 있다.


남쪽의 동백과 마량의 동백은 눈에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해안 언덕에 자리 잡은 마량 동백나무들은 80여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수령이 300∼400년 정도 됐지만, 높이가 2∼3m에 불과하다. 남쪽의 동백나무라면 6∼7m 정도 자랐을 테다. 북쪽이기에 날이 차고, 해풍이 강해 위로 자라기보다는 옆으로 가지를 뻗었다. 키 작은 나무여도 붉은 동백은 풍성하게 꽃망울을 터뜨린 뒤 시들지 않은 채 장렬하게 땅으로 낙하해 붉은 카펫을 이룬다. 동백나무숲 정상엔 ‘동백정’이라는 누각이 있다.

이곳에선 바다 풍경뿐 아니라 지척에 있는 섬 오력도 너머로 지는 일몰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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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동백나무숲이 조성된 데는 두 가지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이 지역을 다스리던 마량첨사 꿈에 커다란 꽃 뭉치가 바닷가에 떠내려왔다. 바다의 신이 첨사에게 수많은 원혼을 달래고, 사고 없이 고기를 잡으려면 꽃 뭉치를 심으라고 했다. 꿈에서 깬 첨사가 바닷가로 가서 꽃 뭉치를 찾아내 심고 가꾼 곳이 오늘날 동백나무 숲이라고 한다. 또 다른 전설은, 남편과 자식을 바다에서 잃은 노파가 매일 바닷가에 나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느 날 파도를 타고 용이 승천하는 광경을 본 노파는 용왕에게 소원을 빌었는데,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동백 씨앗을 주면서 잘 가꾸면 소원성취할 것이라고 하고는 사라졌다. 꿈을 깬 노파는 꿈속에 노인과 만났던 곳에 달려가 보니 정말 동백씨가 있었고, 이를 심어서 키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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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특화시장은 전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규모의 수산물 유통량을 자랑한다. 1층 매장에서 주꾸미와 물고기를 사면 2층 식당에선 두레박으로 생선을 올려받아 요리를 한다.


어느 전설이든 험한 바다에서 목숨을 걸고 일을 하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돌아오길 바라는데서 기인한다. 이맘때 어민들이 사고를 무릅쓰고 험한 바다에 나가 잡는 것은 주꾸미다. 그것도 ‘알배기 주꾸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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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수산물을 살 수 있는 서천특화시장(위 사진). 서천에선 이맘때 ‘알배기 주꾸미’를 맛볼 수 있다.


동백꽃이 꽃망울을 터뜨릴 때, 주꾸미는 몸통 속에 쌀알처렁 생긴 알을 가득 채운다. 5∼6월 산란기를 앞둔 이맘때 주꾸미는 살이 가장 통통하고 쫄깃쫄깃하다. 만약 그물에 걸리지 않는다면, 주꾸미 암컷은 산란 후 알 주변을 떠나지 않고, 알이 부화할 때까지 보호한 후 그 삶을 마감한다. 그물에 걸린 주꾸미는 마량포구나 홍원항 주위 식당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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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은 광어로도 유명하다. 자연산을 육안으로 구분하려면 배 부분이 흰 광어를 찾으면 된다. 양식은 사료값 등으로 무게 3㎏ 정도가 대부분이다. 3㎏보다 크고 배가 희면 자연산 광어일 가능성이 크다.


시내에서 주꾸미를 먹고 싶다면 서천특화시장을 찾으면 된다. 수산물 유통량으로 전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규모가 크다. 주꾸미 외에 서천에서는 광어도 유명하다. 양식 광어에 익숙한데, 자연산을 육안으로 구분하려면 배 부분이 흰 광어를 찾으면 된다. 그리고 양식은 사료 값 등으로 무게 3㎏ 정도가 대부분이다. 3㎏보다 크고, 배가 희면 자연산 광어일 가능성이 크다. 1층 매장에서 주꾸미와 물고기를 사면 2층 식당에선 두레박으로 생선을 올려받아 요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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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 장항스카이워크는 키 큰 소나무 높이에 맞춰 지그재그로 바다까지 이어진 전망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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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마지막 기둥은 갯벌 위에 있다. 썰물 땐 갯벌 위에 서 있지만, 밀물 땐 기둥이 물에 잠겨 바다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서천의 서해 풍광을 보려면 장항스카이워크로 향하면 된다. 해송이 빽빽이 들어선 장항송림에 자리 잡은 스카이워크는 키 큰 소나무 높이에 맞춰 지그재그로 바다까지 이어진 전망대다. 높이가 15m, 길이는 286m에 달한다. 계단을 오른 후 아래가 훤하게 보이는 구멍 뚫린 철망이 군데군데 나타난다. 아찔함에 기둥을 붙잡게 된다. 바람까지 분다면 긴장감은 더해진다. 전망대 마지막 기둥은 갯벌 위에 있다. 썰물 땐 갯벌 위에 서 있지만, 밀물 땐 기둥이 물에 잠겨 바다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서천=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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