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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겨를] 막막한 자취방 꾸미기 ‘꿀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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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인테리어 정보공유 앱 '오늘의 집'의 이승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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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쓴의 5만원 자취방 인테리어' 저자 제이쓴(본명 연제승)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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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유튜브 '나르TV' 운영자 옥수정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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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 꾸미기에 나선 20~30대 ‘원룸족’이 크게 늘어나며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애플리케이션(앱)에 셀프 인테리어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보의 ‘홍수’는 필연적으로 ‘결정 장애’ 징후를 동반한다. 그야말로 ‘그림’ 같은 셀프 인테리어 사진이 넘쳐나지만 정작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막막하다. 이에 셀프 인테리어 정보공유 앱 ‘오늘의 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의 이승재 대표, ‘제이쓴의 5만원 자취방 인테리어’의 저자 제이쓴(본명 연제승) 씨, 유명 인테리어 유튜브 ‘나르TV’를 운영 중인 옥수정 씨 등 전문가 3인에게 조언을 구했다.

셀프 인테리어의 시작은 방의 ‘콘셉트’ 잡기 = 구글에 ‘원룸 인테리어’로 검색하면 ‘모던풍’ ‘북유럽풍’ 등 수많은 콘셉트의 인테리어 사진이 수만 장 쏟아진다. ‘오늘의 집’(앱)에서도 선배들의 인테리어 사진을 볼 수 있다. 제이쓴 씨는 “내가 어떤 느낌의 인테리어를 좋아하는지 파악하는 ‘눈팅’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색감은 흰색이나 회색 톤의 낮은 채도의 색깔을 고르는 게 좋다. 비좁은 원룸을 시각적으로 넓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필요 없는 물건은 버리자 = 5평(16.5㎡) 원룸 기준 화장실과 부엌을 제외하고 침대 책상 옷장 가전제품(냉장고ㆍ세탁기) 등 필수가구를 배치하고 나면 성인이 몸 하나 누울 공간만 남는다. 이승재 대표는 “원룸은 공간 자체가 좁아 ‘버리기’ 작업이 필수다”고 지적했다. 옥수정 씨도 “인테리어 상담 때마다 ‘100리터(ℓ) 쓰레기봉투를 준비하라’고 조언한다”며 “각종 잡동사니를 정리해야 실제 수납공간이 얼마나 필요한지 등을 계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짐 보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스타트업 ‘아이엠박스’는 여행용품ㆍ전공서적 등 당장 사용하지 않는 짐을 보관해주고 원하는 시점에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이쓴 씨는 “부피가 큰 겨울 의류를 압축 팩으로 포장해 보관 서비스에 맡기면 한달 1만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도배냐 페인팅이냐 = 개략적인 방의 콘셉트를 정했다면 이제는 ‘천장→벽→바닥→그 외’ 순으로 건드릴 차례다. 이 단계에서 인테리어의 중대한 ‘갈림길’이 생긴다. 도배나 페인팅을 통해 벽면(천장)을 갈아엎을 것인가, 아니면 기존 벽면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냐 여부다.

이승재 대표와 옥수정 씨는 이 단계를 과감하게 건너뛰는 것을 추천한다. 집주인의 동의 여부가 불투명하고, 초보자가 도배나 페인팅을 완벽하게 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인력을 쓰자니 비용 부담이 크다. 옥 씨는 “페인팅의 경우 일당 16만~18만원은 줘야 한다”고 전했다. 인테리어남 전인주(29) 씨도 “벽(회색)과 천장(흰색)을 페인팅 할 때 경계선을 넘지 않고 일자로 칠하는 작업이 꽤 힘들었다”며 “주변에 ‘셀프 페인팅은 절대 하지 마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인테리어녀 도승아(37) 씨도 셀프 페인팅에 대해 “난이도는 높지 않지만 육체적으로 고된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페인팅 전에 벽 표면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사포질’이 필요한데 높이 2.3m 길이 5m 벽을 사포로 일일이 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이쓴 씨는 생각이 다르다. 도배ㆍ페인팅만으로 전체적인 방의 분위기가 ‘180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는 “벽지는 소모품이라 집주인이 도배를 반대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며 “요새 도배지는 이미 풀이 발린 상태로 나와 작업이 크게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도배가 불안해 인부를 쓰는 경우에도 비용은 15만원 정도”라며 “최소 2년을 거주할 공간이니 그 정도 비용은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 모두 바닥교체는 “필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러그(rugㆍ카펫보다 작고 가벼운 깔개)를 깔면 칙칙한 바닥을 대부분 커버할 수 있어서다.

가구를 알아보기 전에 줄자부터 사자 = 이제 집안 가구 ‘라인업’을 고민해야 한다. 방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최첨단(?) 작업을 시작하자. 줄자로 방의 가로ㆍ세로 수치와 창문 높이 등을 측정하자. 제이쓴 씨는 “가구를 산 후 가장 ‘멘탈’이 깨질 때가 방 사이즈와 안 맞을 때”라며 “인테리어 앱이나 구글 ‘스케치업’ 프로그램 등에 방 사이즈를 입력한 후, 가구 사이즈(가로×세로×높이)를 넣으면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좁은 원룸에 침대 서랍장 식탁 옷장 등 모든 가구를 따로 배치할 수는 없는 법. 수납 기능을 갖춘 침대처럼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을 가진 ‘올인원’(All in One) 가구가 좋은 선택지다. 옥 씨는 “수납 침대나, 침대 밑이 비어 있는 침대가 좋다”며 “침대 밑에 ‘언더베드 수납박스’를 두면 수납공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낮에는 소파, 밤에는 침대로 변형이 가능한 ‘데이베드(daybed) 침대’는 내구성 문제로 ‘비추’라는 의견이 많았다.

가구 단계에서 전문가들은 ‘침구(이불+베개) 교체+커튼 설치’만으로 엄청난 시각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커튼과 침구를 화이트나 그레이 혹은 연한 아이보리 등 벽과 비슷한 색감으로 맞추는 방식이다. 제이슨 씨는 “인테리어는 귀찮은데 집에 아늑한 느낌은 연출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를 추천한다”며 “10만원도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테리어남 이대로(22) 씨는 “가구는 방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맞춰 선택해야 한다”며 “전혀 다른 색감을 지닌 가구를 구입하면 역효과가 난다”고 조언했다.

인테리어 치트키 ‘조명’ = 이제 소품을 활용한 ‘데코레이션’이다. 벽지도 새로 하고 트렌디한 가구를 배치했는데도 2%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 든다면 조명으로 분위기를 바꿔보자. 인테리어남 김한솔(35) 씨는 “스탠드나 무드등 등 간접조명 여러 개를 집안 구석구석 배치하면 분위기가 크게 산다”며 “조명은 인테리어 ‘치트키’(게임에서 제작자만 아는 비밀전술이나 속임수)다”고 강조했다. 옥 씨는 “방도 ‘조명빨’을 받는다”며 “(일반 형광등이 100% 비추지 못하는) 침대 옆이나 책상 위, 현관 입구 등에 간접조명을 설치하면 공간을 분리하는 효과도 낼 수 있고 시각적으로도 최고”라고 말했다.

러그도 조명과 함께 인테리어 ‘필수템’ 중 하나. 제이슨 씨는 “직선 위주로 구획된 원룸에서 원형 러그를 하나 깔면 공간의 입체감이 살아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텅 빈 벽에 개성을 새기자 = 이 대표는 “텅 빈 벽면에 액자나 포스터, 혹은 자신의 정체성이나 관심사를 드러내는 소품을 장식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옥 씨는 “행어(hangerㆍ옷걸이)에 옷을 걸어놓는 경우 일반 옷 가게처럼 색감 별로 구분해 옷을 걸어두면 더욱 깔끔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셀프 인테리어 시 첫 시도만으로 잡지에 나오는 완벽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수백만원 상당의 옷을 한꺼번에 산다고 해서 ‘패셔니스타’가 되는 게 아니듯, 셀프 인테리어도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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