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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시리아 공습' 국가별 입장 제각각…"1차 세계대전 직전과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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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프랑스 연합군의 시리아 공습에 주변국들도 입장을 표명하며 분주히 대응에 나섰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러시아 양축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줄을 선 모양새지만, 어느 쪽에 설지를 결정한 배경과 각자의 이해관계는 제각각이이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시리아에서 ‘신냉전’이 폭발하고 있다”며 “전세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CNN은 “시리아 내전이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이 됐다”며 “문제는 시리아의 동맹 축인 러시아와 이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어떻게 반발하는지에 달렸다”고 전했다.

타일러 코웬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시리아 사태는 사공이 많이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1차 세계대전 직전 동유럽 상황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 유엔 안보리, 미국·러시아 갈등 격화

미국 등이 공격한 시리아 정부군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은 중동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동맹자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시리아 공습 직후 유엔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 날을 세우며 갈등을 고조시켰다. 러시아는 미국·영국·프랑스 군의 시리아 공습에 대항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긴급 요청한 후 서방 진영의 시리아 공격을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상정했다. 미국·영국·프랑스의 거부권 행사로 결의안 채택은 부결됐지만 러시아와 함께 중국·볼리비아가 찬성 입장을 표명하며 대립 구도를 형성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번 공습은 시리아 정권이 더 이상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여러 차례 외교적 기회가 있었지만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는 “시리아 공습은 국제법을 무시하고 안보리의 권위를 훼손했다”며 “국제무대에서의 무법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2016년 미국 대선개입에 따른 트럼프 정부의 러시아 추가 제재, 지난 3월 러시아의 영국 이중스파이 암살시도 사건, 미국과 러시아 간 첨단 핵무기 경쟁 양상 등으로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은 이미 상당히 고조된 상태였다. 양측은 과거에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우크라이나에 대한 사이버 공격,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퇴진 문제 등으로 끊임없이 충돌해왔다.

◇ 사우디·이스라엘·터키 “시리아 공습 지지”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서방의 시리아 공습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아라비아 국왕은 14일(현지 시각) “미국·영국·프랑스의 공습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의 범죄에 대한 반응이기에 사우디는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살만 국왕은 15일 중동 지역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 정상회의에서 이란이 시리아에서 병력을 철수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공동성명서에는 이란을 상대로 한 국제사회 제제를 촉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는 “아랍 지역에서 벌어지는 이란의 테러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미국을 지지하는 데에는 종교적인 이유도 있다. 시리아 정부가 이슬람 종파 중 하나인 ‘시아파’인 반면 국민의 70%는 또 다른 이슬람 종파인 ‘수니파’다.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는 시리아 반군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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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밤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리아 공격 결정을 발표했다./방송캡쳐


이란을 견제하는 이스라엘도 시리아 공습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화학무기 사용에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입장을 1년전부터 지지해왔다”며 “미국 등은 화학무기에 맞서겠다는 약속을 직접 실행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터키는 시리아 내 쿠르드족(이란, 이라크, 터키, 시리아 등에 거주하는 세계 최대 유랑 민족)의 세력 확장을 우려해 시리아 반군을 지원해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시리아 정권에 대한 군사작전은 정당하고 올바른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화학무기 사용을 허가할 수 없다는 서방의 결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남미에서도 미국의 우방인 콜롬비아의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이 “우리는 화학무기 사용을 처벌하기 위한 행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 중국·이란·볼리비아·쿠바, 미국 맹비난

러시아 편에 선 나라들도 적지 않다. 러시아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중국이 대표적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방주의적인 군사행동은 유엔 안보리가 채택하는 조치에 위배된다”며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 여부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언론은 “미국이 시리아를 침략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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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 등 서방의 시리아 공격을 심각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조선일보DB


시리아 정부와 함께 시아파에 속하며 오랫동안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온 이란도 미국·영국·프랑스를 비판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시라아 공습은 범죄”라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어떤 성과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미국의 대시리아 전쟁은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결사 항전의 의지를 나타냈다.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8차 미주정상회의에 모인 정상들 중에서도 좌파 정권인 볼리비아와 쿠바는 시리아 공습 결정을 맹비난했다. 이어 브라질, 아르헨티나, 페루도 우려를 나타냈다.

인도의 경우에는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모든 당사자의 자제를 촉구한다”며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는 오랫동안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지만, 미국과도 최근 부쩍 가까워진 독특한 입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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