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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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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신경 주사도 못 잡는 '터진 디스크' 원리침 놓아 통증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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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킨 인대 정리, 혈액순환 촉진

체내 독성물질을 빠르게 빼내

환자 대부분 2~3개월 내 호전

한방에 길이 있다 허리 디스크

침은 우리나라 사람에겐 익숙한 치료법이다. 효과가 빠르고 부작용이 적어 바쁜 현대인과 고령자·만성질환자가 두루 찾는다. 허리 디스크에도 침은 효과적인 치료다. 튀어나온(돌출) 디스크부터 터진 디스크까지 치료 영역이 넓어졌다. 구조적 문제를 직접 치료하는 데 특화된 ‘원리침’ 덕분이다. 원리침을 개발한 이건목원리한방병원 이건목 원장의 도움말로 허리 디스크의 한의학적 치료법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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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목 원장이 개발한 원리침은 엉킨 인대를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허리 디스크로 인한 통증·저림 등의 증상을 완화한다. 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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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세 손정국씨는 지난해 말 왼쪽 허리·엉덩이에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해보니 허리 디스크(추간판)가 터져 척추 왼쪽 신경을 누르고 있었다. 병원에서 염증을 가라앉히는 신경 주사 치료를 수차례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젊은 나이라 수술을 받기에는 부담이 컸다. 그러던 중 지인에게 원리침 시술을 소개받았고, 한 달 새 총 세 차례 치료를 받은 뒤 통증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치료 후 MRI를 한 결과 디스크 크기는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미국 내과학회 침 시술 권고
허리 디스크 환자 중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5%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운동이나 약물, 신경 주사, 고주파 치료 등 비수술 치료로 통증 등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한의학의 침 시술 역시 검증된 허리 디스크 치료법 중 하나다. 지난해 미국 내과학회는 “부작용이 적고, 비용 대비 효과가 뚜렷하다”며 급성·만성 허리통증의 1차 치료로 약물 대신 운동과 침 시술을 권고했다. 이건목 원장은 “척추는 항상 사용하기 때문에 한 번의 치료로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통증을 치료·관리하는 데 침은 뚜렷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의학에서는 허리 디스크를 치료하는 데 일반적으로 바늘처럼 생긴 ‘호침’을 사용한다. 혈액순환을 촉진해 염증 물질을 씻어내고 통증을 해소하는 원리다. 최근에는 길이가 길고 끝이 뭉툭한 원리침으로 허리 디스크를 치료한다. 혈액순환 촉진에 그치지 않는다. 반복된 손상으로 딱딱해진 인대·관절을 풀어주거나, 튀어나온 디스크를 원래 자리로 밀어넣어 신경과 혈관 압박을 해소한다. 원인에 근본적으로 접근하는 셈이다. 이 원장은 “원리침은 자신의 조직을 최대한 살리면서 스스로 통증을 이겨내는 힘을 키우는 치료”라며 “자기 치유 능력이 큰 젊은 층의 허리 디스크에는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원리침을 이용한 허리 디스크 치료는 다양한 장점이 있다. 첫째, 기존에 치료가 어려웠던 ‘터진 디스크’에 효과가 크다. 디스크가 터졌어도 대소변 장애가 발생하거나 다리 마비가 심하지 않다면 가급적 수술을 피해야 한다. 디스크는 시간이 지나면서 몸 안으로 자연히 흡수된다. 수술로 척추와 디스크를 제거해도 뚫린 부위로 디스크가 다시 튀어나오거나 척추뼈가 불안정해져 퇴행성 변화가 빨라질 위험이 있다.

문제는 ‘터진 디스크’가 일반적인 허리 디스크보다 치료가 어렵다는 점이다. 디스크가 터지면 신경이 지나는 공간이 좁아지는 동시에 디스크 내부에 있는 ‘포스포리파아제A2’ 등 독성물질이 나와 극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구조적·화학적 변화가 동시에 발생하는 셈이다. 이 경우 신경 주사 치료로는 통증 감소 효과가 적다. 오히려 고인 염증 물질에 약물이 더해져 신경을 더욱 압박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고령·만성질환자 부담 적어
이건목 원장의 원리침은 이들 문제를 동시에 잡는 치료법이다. 신경 주변에 엉킨 인대를 정리해 비좁았던 ‘길’을 터주는 한편 혈액순환을 촉진해 독성물질을 빠르게 빼낸다. 마비된 신경이 풀리면서 통증과 저림 등의 증상이 해소된다. 이건목 원장은 “터진 디스크라도 환자 대부분은 2~3개월 내에 증상이 호전된다”고 말했다.

둘째, 고령자·만성질환자도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 원리침은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국소마취 후 이뤄져 치료 중 통증이 없고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다. 치료에 걸리는 시간은 15분 정도에 불과하다. 반복해 시술해도 약물·주사 치료와 비교해 몸이 받는 부담이 적다.

마지막으로 효과 지속 시간이 길다. 일시적인 증상 완화가 아닌, 원인을 손보는 치료이기 때문이다. 이건목 원장은 “뼈나 디스크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막힌 부위를 뚫으면 신경·혈관이 스스로 제 기능을 회복해 치료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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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여성에게 한 달 새 세 차례 원리침 치료를 한 결과 치료 전(왼쪽 사진)보다 터진 디스크(빨간색 원)의 크기가 줄어 신경 압박이 해소됐다.


원리침의 치료 효과는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이건목 원장과 원광대 한의대 의료진 등 공동연구팀은 허리 디스크·척추관 협착증 등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47명에게 원리침 치료를 한 뒤 1년간 추적·관찰했다. 이들은 신경 주사 치료나 물리치료 등 비수술 치료를 12주간 받아도 증상이 낫지 않은 환자였다.

그 결과 환자가 스스로 평가한 ‘주관적 통증 점수(VAS)’가 원리침 치료 전 60.7점(100점 기준)에서 치료 1년 뒤 41.5점으로 줄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요통기능장애지수(ODI)’도 같은 기간 35.2점에서 19.8점으로 개선됐다(근거 중심의 보완·대체의학, 2014). 이건목 원장은 “허리 디스크는 뼈·디스크 등 조직 손상이 작을수록 치료 결과도 좋다”며 “터진 디스크라고 무조건 수술하기보다 가능한 비수술 치료를 먼저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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