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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단독]“여자들은 강간당하는 걸 좋아해” 노원구 여고 졸업생 20여명 추가 폭로…잇따른 '스쿨미투'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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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의 한 사립여자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국어교사·체육교사가 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입건된 가운데, 이들 교사로부터 피해를 입은 졸업생 25명이 추가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폭로에 나섰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달 이 학교 국어교사·체육교사를 학생들을 강제추행한 혐의(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들 졸업생은 해당 교사들로부터 입은 피해사실을 상세히 적은 진술서를 경찰서에 제출한 뒤 이를 경향신문에 제보해왔다.

18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피해 학생들의 진술서에 따르면, 졸업생 ㄱ씨(26)는 “3학년 고전문학 수업시간에 국어교사가 고전소설을 해석하면서 ‘여자들은 강간당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고, 손가락으로 성행위 장면을 재현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졸업생 ㄴ씨(20)는 “국어교사가 질문하려는 학생이 다가오면 학생들의 손, 어깨, 팔, 귓불 등 신체부위를 수시로 만지는 것으로 유명했다”면서 “저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에게도 같은 행동을 매번 반복했다”고 말했다.

졸업생 ㄷ씨(20)는 “체육교사에게 무용을 전공하고 있다고 말하자 ‘다리 잘 벌리겠네’라고 말했다”면서 “너무 당황해서 ‘스트레칭 말씀하시는 거냐’고 묻자 어물쩍 상황을 넘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댄스스포츠 수업시간에 체육복 바지를 입지 못하게 하고 굳이 치마를 입으라고 한 뒤 치마 속, 다리 등을 대놓고 쳐다봤다”고도 말했다. 졸업생 ㄹ씨(20)도 “체육교사가 수업시간에 댄스 동작을 가르쳐주면서 허리, 엉덩이, 가슴 부위를 만졌다”고 폭로했다.

졸업생들은 재학 당시에 이 같은 피해사실을 고발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졸업생 ㅁ씨(26)는 “2012년 스승의 날에 담임선생님에게 인사드리러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국어교사가 제 손을 주무르면서 볼에 입을 맞췄다”면서 “담임선생님을 만나 그 일을 털어놓으니 ‘원래 그 분은 스킨십이 많은 분이니 이해하라’면서 무마시키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졸업생 ㅂ씨(21)은 “온라인 교사평가에 국어교사가 팔을 만지는 등에 대해 고발했는데 아무 조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피해학생들은 더 이상의 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폭로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졸업생 ㄱ씨는 “저를 비롯한 반 친구들이 국어교사에 분노했지만, 더 화가 났던 건 성추행으로 유명한 교사를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관했던 동료 교사들과 학교 재단”이라면서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성추행 교사들이 교단에 서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졸업생 ㅅ씨(22)는 “4년이 흐른 지금도 2학년때 국어교사가 제 귓불을 만지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 당해본 성범죄였다”면서 “저보다 더한 일을 겪으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교사가 죗값을 치르게 해달라”고 말했다.

■2달간 교육부에 접수된 ‘스쿨미투’는 총 79건…전문가 “사학법 개정해야”

‘창문 미투’로 화제가 됐던 노원구의 또다른 사립여고 교사도 지난달 학생들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이처럼 대학에 이어 초·중·고까지 ‘스쿨미투’가 이어지자 교육부는 지난 3월5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을 꾸렸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국 초·중·고·대학교 79곳에서 교사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 미투’가 나왔다. 지난 3월9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추진단에 신고된 성범죄 신고 건수는 초등학교 9건, 중학교 10건, 고등학교 13건, 대학 23건, 기타 24건 등 총 79건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33건은 교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학생에게 가한 성범죄였다.

문제는 현행 사학법으로는 이처럼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들이 다시 교단에 설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교육당국이 이 같은 교사들을 적발해 해임·정직 등 중징계를 요구해도 학교법인이 징계 수위를 대폭 낮추거나 아무런 징계를 내리지 않을 수 있다.

2016년 전북 순창의 한 사립고에서 한 교사가 술 취한 상태에서 여학생을 상담실로 불러 껴안고 얼굴을 깨무는 등 강제 추행·성희롱한 사실이 적발됐다. 전북교육청은 해당 교사를 ‘파면’하라고 요구했지만 해당 학교법인은 징계 수위를 대폭 낮춰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려 논란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4~2016년 교육청 감사결과로 적발된 사립학교 비위교원의 징계현황’ 자료에 따르면, 교육청이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 처분하라고 학교 법인에 요구한 교원은 134명이었지만 교육청의 요구대로 중징계를 받은 교원은 29명(21.6%)에 불과했다.

특히 중징계인 파면 요구를 받은 교원 30명 중 실제로 파면된 교원은 8명(26.7%)에 그쳤다. 해임 요구를 받은 교원 21명 중 38.1%인 8명은 감봉(4명), 견책(3명) 등 경징계 처분을 받거나 아직 징계를 받지 않았다. 교육청 요구대로 해임된 교원은 6명(28.6%)뿐이었다.

교육청이 중징계를 요구한 비위교원 134명은 채용비리, 금품수수, 횡령, 학생 성희롱·성추행 등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행위는 국공립학교 교원이었다면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감경될 수 없는 비위행위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립학교의 경우 징계 권한을 교육청이 아닌 학교 법인이 갖고 있어 공정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사학법을 개정해 사립학교의 ‘제식구 감싸기’ 행보를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립학교에 대한 교육부와 관할청의 실질적인 감독 기능이 회복될 수 있는 방향으로 사학법이 개정되어 한다는 것이다.

김형태 교육을 바꾸는 새 힘 대표는 “사학법상 ‘징계의결 요구권’과 ‘징계위원회 구성권한’을 모두 법인 이사회가 갖고 있다”면서 “교육청과 시민사회가 추천하는 외부인사가 적어도 3분의 1 이상 징계위원회에 참여하도록 하는 등 징계의 공공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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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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