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5월도 이제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6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될 테니 정말이지 봄의 끝자락에 온 셈이다. 계절을 보내는 일은 항상 아쉽다. 특히 봄은 더하다. 지독한 겨울 추위와 불볕더위에 끼어 왔구나 하면 가버리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봄나들이를 미뤄왔다면 석가탄신일과 이번주 말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이 좋은 계절을 다시 만나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5월에 가볼 만한 곳 중 4곳을 소개한다. '가족이 함께하는 여행'을 주제로 고른 곳이라고 하니 믿고 한번 떠나보자.
◆ 녹음에 빠지다…포천 '국립수목원'
국립수목원의 전나무 숲길. [사진제공 = 포천시] |
숲이 가장 빛나는 때는 5월이다. 파릇파릇 돋아난 새순은 영롱한 빛을 뿜어 눈부실 정도다. 녹음을 즐기는 일은 5월이 주는 또 다른 기쁨이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숲 중 최고는 역시 국립수목원이다. 1987년 봄에 개원한 국립수목원의 옛 이름은 광릉수목원이었다. 1468년 세조의 능림(陵林)으로 지정된 후 지금껏 보존됐으니 그 역사가 500년을 훨씬 웃돈다. 광릉숲의 전체 면적 2420㏊, 이 중 1119.5㏊만이 일반인에게 개방되는데, 이 부분을 국립수목원이라고 부른다. 국립수목원은 힐링의 장소인 동시에 연구기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생물 종이 서식하는 곳으로 산림 곤충(3977분류군), 조류(180종), 버섯(696종), 포유류(21종), 양서·파충류(22종) 등 6100여 분류군의 생물이 숲에 있다. 2010년에는 이러한 생물 다양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국립수목원의 백미는 전나무 숲이다. 1927년 월정사에서 전나무 씨앗을 가져다 키운 묘목이 세월을 견디며 까마득한 높이로 자랐다. 수목원 정문에서 어린이정원을 거쳐 왼쪽으로 난 오솔길을 지나면 숲생태관찰로가 나온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만한 데크로드가 굽이굽이 이어진다. 수목원 내 산림박물관, 희귀·특산식물보존원, 화목원, 수생식물원, 관목원, 습지식물원, 난대식물온실 등 22개 전문 전시원이 있어 아이들이 배워갈 것도 많다. 국립수목원은 화~토요일 5일만 개방하고, 예약제로 운영한다.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예약할 수 있다. 평일 하루 5000명, 토요일은 3000명이 입장 가능하다. 경기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415, 포천시청 문화관광과
◆ 청정 산책길…홍천 '수타사 산소길'
천년고찰 수타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일단 이름이 마음에 든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미세먼지의 습격을 받는 도시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여행지다. 수타사 산소길은 강원도 18개 시·군 곳곳을 지나는 길이다. 강원도 여기저기에 산소길 코스가 있는데, 그중 홍천 수타사 산소길이 5월 온 가족이 떠나기 좋은 여행지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큰 이유는 가깝다는 점.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수타사까지 102㎞, 자동차로 1시간20분 정도 걸린다.
수타사 산소길은 내내 계곡을 따라 걷는다. 공작산 생태숲 교육관에서 시작해 수타사, 공작산 생태숲, 궝소 출렁다리, 용담을 거쳐 공작산 생태숲 교육관으로 회귀한다. 총 길이 3.8㎞로 느긋하게 걸어도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수타사를 대표하는 유물인, 한글로 지어진 최초 불경 '월인석보'가 모셔진 수타사를 지나면 공작산 생태숲으로 진입한다. 생태숲이 있는 자리는 옛날 수타사에서 경작하던 논이 있었다고 한다. 길은 수타사계곡과 나란히 이어지는데, 경사도가 완만해 남녀노소 편히 걸을 수 있다.
맑은 공기로 가득한 숲은 싱그럽고 청량하다. 층층나무, 물푸레나무, 졸참나무 등 숲을 빽빽하게 채운 나무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졸졸졸' 발걸음에 맞춰 경쾌하게 울리는 계곡 물소리가 청아한 맛을 더한다. 계곡을 따라 40분쯤 걸어내려오면 궝소를 지나고 출렁다리에서 반환해 다시 수타사 방면으로 내려가면 된다. 강원 홍천군 동면 수타사로 473, 홍천군청 문화관광과. 아이들과 함께라면 화촌면 풍천리의 알파카월드도 잊지 말고 들르자. 36만4000㎡(약 11만평) 숲에서 살고 있는 알파카와 사슴·산양 등을 직접 보고 먹이를 주는 체험도 할 수 있다.
◆ 절경을 품다…'단양 잔도'
단양잔도 근처의 만천하스카이워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어린 아이들보단 부모님 세대가 좋아할 만한 여행지다. 남한강 절경을 따라 벼랑 위를 걷는 단양 잔도 말이다. 단양 잔도는 지난해 새롭게 공개된 '신상' 여행지이기도 하다. 벼랑에 선반처럼 매단 길이라는 '잔도(棧道)'의 의미처럼 단양 잔도는 상진철교에서부터 만천하스카이워크 초입까지 절벽 아래로 조성됐으며,길이가 약 1.2㎞다. 단양 잔도는 단양과 남한강 줄기를 에워싸고 이어지는 느림보강물길의 일부다. 느림보강물길은 1코스 삼봉길에서 5코스 수양개 역사 문화길까지 전부 5개 코스가 있는데, 단양 잔도는 상진리에서 출발하는 수양개 역사 문화길에 포함돼 있다.
상진철교에서 시작된 단양 잔도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잔도 위로 열차가 오갈 때면 분위기가 묘하다. 본격적으로 잔도에 들어서면 아슬아슬한 벼랑길이 펼쳐진다. 한쪽은 절벽이고, 다른 한쪽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시커먼 물줄기가 흘러간다. 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길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잔도가 마무리되는 지점엔 만천하스카이워크가 있다. 만학천봉 위에 조성된 스카이워크에 오르면 단양 읍내와 남한강 물줄기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바닥이 투명한 강화유리로 돼있어 아찔하다.
단양의 볼거리는 물줄기를 따라 이어진다. 단양팔경 중 최고라는 도담삼봉과 천연기념물 256호로 지정된 고수동굴도 놓치면 억울한 명승지다. 여행의 마무리는 단양구경시장. 단양 특산물인 마늘이 들어간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마늘순댓국, 마늘통닭, 올갱이해장국이 단양구경시장을 대표하는 별미 삼대장. 충북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 단양군청 문화관광과.
◆ 5월의 꽃밭…곡성 '섬진강기차마을'
섬진강기차마을의 레일바이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섬진강기차마을은 옛 곡성역사와 전라선 폐선의 일부를 활용해 꾸민 테마마을이다. 1933년에 처음 지어진 곡성역은 각종 영화와 드라마 촬영장으로 쓰이면서 명소로 거듭났지만 1999년 전라선 복선화 사업으로 노선이 바뀌면서 새 곡성역에 자리를 내주고 폐역이 됐다. 버려진 곡성역과 그 일대를 곡성군이 사들이면서 섬진강기차마을로 아기자기하게 꾸며 지금의 모습으로 거듭났다.
섬진강기차마을의 대표 아이템은 증기기관차와 섬진강레일바이크.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와 섬진강을 따라 펼쳐진 선로를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를 타고 달린다. 증기기관차는 총 3량으로 이뤄져 있다. 차내에선 그 옛날을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매점 카트를 운행한다. '아이스케키'와 삶은 달걀, '쫀드기' 같은 추억의 먹거리가 순식간에 팔려 나간다. 기차마을에서 출발한 증기기관차는 칙칙폭폭 낭만을 싣고 달리다 가정역에 30분 정차한 다음 다시 출발지로 돌아온다. 레일바이크는 침곡역~가정역 구간을 운행하며, 2인용과 4인용 중 골라 탈 수 있다.
인기 아이템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도 5월엔 주인공 자리를 내어줘야 한다. 매년 5월 중순부터 말까지 펼쳐지는 장미축제 이야기다. 올해로 8회를 맞은 곡성 세계 장미축제는 18일 막을 올려 오는 27일까지 열린다. 축제 기간에 4만㎡에 이르는 장미공원에는 1004종, 3만8000본에 이르는 장미가 꽃 대궐을 이룬다. 형형색색 아름답게 피어난 장미 군락 뒤로 곡성의 명산 동악산(737m)이 꼿꼿하게 머리를 들고 있다. 전남 곡성군 오곡면 기차마을로 232, 곡성군청 관광문화과.
※ 자료·사진 제공=한국관광공사
[홍지연 여행+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