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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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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석가모니의 한 그릇 … 간편한 건강식 ‘보울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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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맞벌이·1인 가구 등에 인기

쌀밥·채소·수퍼푸드 영양 만점

하와이 서퍼들 한끼 식단도 상륙

푸드 트렌드
중앙일보

다양한 채소와 곡물이 토핑으로 함께 올라간 포케보울은 하와이 서퍼들이 즐겨 먹는 음식으로 간편하면서도 열량과 영양이 풍부해 도심 속 직장인들의 점심 메뉴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알로하 포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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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간편하게, 더 건강하게. HMR(가정식 대체식품) 시장의 성장과 수퍼푸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낳은 푸드 트렌드의 두 갈래다. 이 두 가지가 ‘보울(bowl)’ 안으로 들어왔다. 메인 디시 위주의 한상차림을 넘어, 한 그릇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간소화 흐름에 건강이라는 키워드가 더해졌다.

지난해 뉴욕에서 가장 핫한 점심 메뉴는 하와이 서퍼들의 스테미너 식단인 ‘포케보울(Poke Bowl)’이었다. ‘석가모니의 한 그릇’이라 불리는 채식 샐러드 ‘붓다보울(Buddha Bowl)’은 지난해 영국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 핫 키워드 목록에 올랐다. 반찬 개수가 곧 정성으로 여겨져 온 한국의 식탁도 예외가 아니다. 간편하면서 포만감과 영양을 놓치지 않는 다양한 ‘보울푸드’가 젊은 층을 사로잡고 있다.

맞벌이 가정과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끼니를 해결할 때 격식보다는 시간·비용의 합리적인 소비가 중시되고 있다. 순천향대 식품영양학과 김소영 교수는 “집밥과 외식을 통틀어 매 끼니 밥·국·반찬이 다 있는 전통적인 식사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바쁠 때 차선책으로 선택하던 식단이 새로운 식문화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뉴욕을 강타한 포케보울은 ‘포케(참치·연어·새우·문어 등을 익히지 않고 양념한 해산물 요리)’를 쌀밥·채소와 함께 한 그릇에 넣어 먹는 하와이 전통 음식이다. 또다른 이름은 ‘서퍼스 밀(Surfer’s meal)’. 서핑을 마치고 극도로 지친 서퍼들이 간편하게 열량을 보충하기 위해 먹었던 음식이다.

도심 속 직장인들의 상황도 서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짧은 시간에 부실하지 않은 끼니를 먹길 원한다. 덕분에 국내서도 포케보울을 파는 곳이 점차 늘고 있다. 메뉴부터 인테리어까지 하와이 콘셉트로 무장한 ‘알로하 포케’는 2016년 직장인 밀집 지역인 신논현과 여의도IFC몰 등에 매장을 냈다. 지난 3월엔 안국역 인근에 ‘하와이안 보울’이 문을 열었다. 보울 샐러드 전문점인 한남동 ‘루트 에브리데이’‘연남동’‘슬로우 캘리’ 등에서도 포케보울을 판매한다. ‘알로하 포케’의 김지후 대표는 “포케보울은 참치·연어 등 양질의 단백질과 탄수화물·비타민을 한 그릇에 섭취할 수 있는 균형잡힌 건강식”이라며 “고객 분포를 보면 남성이 40% 이상인데 ‘건강한 밥’이라는 인식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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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보울 해시태그(#buddhabowl)로 검색된 다양한 레시피. 이름처럼 불교에서 금하는 육류만 아니라면 어떤 재료를 넣든 상관없는 만큼 개인의 취향과 식습관이 반영된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한국인의 ‘밥심’을 자극한 보울푸드가 또 있다. 뉴욕의 길거리 음식 브랜드 ‘할랄가이즈’의 플래터다. 밥·고기·채소·소스 등 할랄푸드(무슬림에게 섭취가 허용된 음식)를 원형 은박 접시에 한꺼번에 담아 먹는 음식으로, 빠르고 간편하게 끼니를 때워야 했던 뉴욕 택시 기사들의 단골 메뉴였다. 비슷한 메뉴를 판매하는 국내 브랜드 ‘질할브로스’가 2015년 문을 열었고, 2016년 11월엔 원조 ‘할랄가이즈’가 한국에 공식 매장을 냈다. 할랄가이즈의 손향태 본부장은 “한국의 2개 지점을 통틀어 보울푸드 형태의 플래터가 같은 재료로 만든 샌드위치에 비해 4배 이상 많이 팔린다”며 “한 그릇에 밥·고기·채소 등 한 끼 식사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요소가 골고루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울에 담아내는 음식은 샐러드·부리또·시리얼·요거트·스무디 등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핵심은 ‘아무거나 막 담지 않는다’는 것. 특색있고 건강한 식재료를 담되 맛의 궁합과 비주얼까지 고려한다. 브랜드와 메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포케보울에는 오이·당근·적채·연근 등 채소뿐 아니라 아보카도·병아리콩·퀴노아·현미·곤약쌀 등 수퍼푸드도 들어간다.

업계 관계자들은 보울푸드의 강세가 패스트캐주얼 다이닝의 성장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본다. 패스트캐주얼은 음식·서비스 면에서 패스트푸드와 레스토랑의 중간 지점에 있는 외식 업종을 뜻한다. 패스트푸드처럼 간편하지만 보다 건강한 재료로 ‘팜투테이블(parm to table·산지의 건강한 식재료가 곧바로 식탁에 오른다는 의미)’을 실현하길 원하는 소비자의 선택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에도 한 그릇 음식 문화가 없진 않았다. 가깝게는 노량진 컵밥이, 더 멀게는 비빔밥이 있다. 하지만 컵밥은 간편함만을 극대화했고, 비빔밥은 영양 균형은 뛰어나지만 준비 과정이 복잡하다. 성신여대 서비스공학과 이향은 교수는 “‘혼밥’을 즐기는 젊은 세대는 물리적으로 혼자 밥을 먹더라도 SNS를 통해 누군가와 연결돼 있고 싶어 한다”며 “보울푸드는 자신의 취향을 한 그릇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통에 최적화된 음식”이라고 말했다.

압구정 ‘사뜨바’ 등 채식주의 카페를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붓다보울은 DIY 문화로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붓다보울은 채소 샐러드에 다양한 곡류·견과류를 첨가한 건강식으로 이름처럼 불교에서 금하는 육류만 아니라면 어떤 재료를 넣든 상관없다. 인스타에 해시태그 #buddhabowl를 검색하면 직접 만든 붓다보울 사진 25만여 개가 검색된다.

김소영 교수는 “이제는 식문화가 하나의 패션처럼 추구되고 있고, 패션은 다양할 수록 좋은 것”이라며 “한 그릇 음식도 영양 균형만 잘 고려한다면 실용적인 동시에 건강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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