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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성큼 다가가, 노을에 물든 바다에 젖어들다…당일치기 화성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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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으로 놀러 가자. 제부도와 우음도, 자연을 품은 오래된 성당과 건축물을 재생한 미술관까지 하루를 제대로 보내기에 더없이 좋다. 신나게 당일치기 여행을 하고 싶다면 당장 집 밖으로 나서면 된다.

■ 우음도 그리고 제부도

“우음도라고 들어보셨나요. 드넓은 야생 벌판 같은 곳인데 ‘한국의 세렝게티(탄자니아 북서부 초원)’로 불리는 곳입니다.” 화성시청 유운호씨가 “신비스러우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에 절로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며 “우음도를 찾기엔 지금이 딱 좋다”고 말했다.

우음도는 바닷물이 들어올 때 바람을 따라 ‘소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섬’ 또는 ‘소가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시화방조제로 뭍과 연결돼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내비게이션 안내를 따라 송산면에 들어서자 논밭이 5㎞ 이상 펼쳐지더니 촌스럽고 귀여운 공룡이 입을 벌리고 있는 ‘쥬라기 마을’이 튀어나왔다. 다시 2㎞ 정도 구불구불 시골길을 갈랐다. 봄바람에 드넓은 평원의 하얀 풀꽃들이 휘날렸다.

“갈대도 아니고 억새도 아닙니다. 띠풀이에요. 하얗게 꽃대가 올라와 파도치는 광경이 멋지지 않습니까. 정말 아름답지요.” 송산 그린시티 전망대에서 만난 화성시 박상순 문화해설사는 “미세먼지가 없으면 안산의 반달섬과 시흥 거북섬, 신도시 송도 마천루와 인천대교까지 다 보인다”면서 “여름인 7~8월 산조풀이 필 때도 정말 아름답다”고 말했다.

우음도는 시화방조제가 생기기 전 초등학교 분교에서 졸업생을 119명이나 배출한 작지 않은 섬이었다. 바로 옆 형도, 어도 역시 ‘섬 아닌 섬’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생태공원으로 변신 중인 벌판에 띄엄띄엄 홀로 서 있는 나무들이었다. 카메라 렌즈 줌을 당겨 사진 한장에 담았는데 근사했다. 새색시의 가르마처럼 다소곳하게 나 있는 길을 따라 은빛 띠풀이 반짝반짝 빛났다.

우음도는 띠풀의 파도 출렁,

제부도선 살아있는 갯벌과

워터워크 전망대 절경에 흠뻑

호젓한 남양 성모성지와

예술이 숨쉬는 소다미술관도

데이트 코스로 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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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몰고 공룡알 화석지 방문자센터로 갔다. 화성시청 곽대진씨는 “길에서 가까운 저 나무 앞에서 사진을 많이 찍는다”며 “하루 3~4쌍의 예비 부부들이 사계절 웨딩 촬영을 하러 와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이 안타까워 아예 작은 피팅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얗고 매끈한 띠풀은 반짝반짝 윤기가 흘렀다. 사진 한장 한장이 독특하고 이채로웠다.

제부도는 자연의 시계를 닮은 섬이다. 썰물 때 길이 열린다. 디자인이 아름다운 시설물들도 많이 생겼다. 나무데크로 만든 제부도 해안 산책로와 문화공간이 지난해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과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상을 받았다. 지난 2월 만든 제부도 워터워크는 바닷길이 열리고 닫히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전망대다. 밤에 보는 풍광이 더 멋지다고 했다.

제부도 초입에 서 있는 전망대는 하늘로 이어진 다리처럼 생겼다. 높이는 8m, 길이는 44m다. 나무로 만든 계단을 따라 바다를 건너 하늘로 올라가는 다리처럼 생겼다. 전망대에 서서 바다를 바라봤다. 시간에 갇혔다 풀려난 검붉은 갯벌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멀리 배들이 떠 있었다. 해질 때 붉은 노을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제부도는 늘 그래왔듯 자연의 시계에 맞춰 길을 내고 닫았다.

무한한 상상력을 얻다

남양 성모성지는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했다. 현재 공사 중이다. 남양 성모성지는 철쭉과 영산홍이 연둣빛 나무와 조화를 이루는 지금이 사계절 중 가장 아름답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입구로 들어서자 너른 초록 잔디밭이 양탄자처럼 누워 있었다.

“저 나무 밑에 십자가가 있었는데 병인박해(1866년) 당시 천주교인의 사형터였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가들이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고 해요.” 성당에서 만난 양승탁씨는 “1989년부터 수원교구에서 논과 밭 등을 매입해 현재 8만6000평 규모로 조성한 성지”라면서 “마을 지형을 그대로 살려 나무를 심고 길을 다듬었다”고 말했다. 마더 테레사, 비오 신부, 요셉상 등 성인상을 지나 맑은 햇살이 내리는 성모광장으로 향했다.

성모광장 한가운데 네모난 돌의자에 앉았다. 귀여운 아기 예수가 성모에게 기대어 환하게 웃고 있는 상을 보니 절로 마음이 따뜻해졌다. 흐드러지게 핀 철쭉꽃길을 따라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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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적지는 화성시 소다미술관. 화성시 효행로 707번길에 있는 소다미술관에 도착하자마자 깜짝 놀랐다. 5년 전 찜질방을 짓다가 방치된 건물을 미술관으로 재생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몰이 중인 이곳은 목욕탕, 탈의실, 냉온탕이 실내외 기획전시실로 완전히 탈바꿈한 상태였다.

전시실 안으로 들어섰다. 연필, 목탄, 먹을 쓴 수묵화와 한국화, 현대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하얀 벽면의 춤추는 애니메이션 드로잉은 재미있다. 1회용 제품을 도자기로 구워 재활용한 식탁은 예술적 영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대중목욕탕이 미술관이 되었다니 흥미로웠다.

2층은 컨테이너로 꾸민 전시공간이었다. 굵은 철사로 사람의 얼굴을 표현한 설치미술에 자꾸 마음이 끌렸다. 일본 작가가 털실로 만든 유리창 드로잉은 인상적이었다. 낮과 밤, 해가 질 때 전혀 다른 색감과 질감으로 작품을 느낄 수 있다.

1층 잔디밭으로 내려갔다. 카페에서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연인들은 작품을 감상한 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고 아이들은 풀밭에서 뛰놀았다. 공사가 중단된 찜질방이었기에 천장도 제대로 된 계단도 없었다. 한쪽에 쌓여 있던 벽돌은 바닥에 깔아 길을 내는 데 썼다.

실외 콘크리트 전시실로 들어섰다. 하얀 천이 바람에 흩날리는 평상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니 네모난 액자 속에서 뭉게구름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기온이 23도 이상 올라가면 매시간 15분씩 유황온천물을 샤워기에서 틀어주는데 우산을 쓰고 비를 맞는 체험을 할 수 있단다. 화성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한가득 얻고 왔다.

<화성 | 글·사진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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