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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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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소고기·생선·현미 숙성시키니, 소화 잘 되고 맛·향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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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적은 살코기도 풍미 좋아져

소화력 떨어진 노인·환자에 제격

4도 이하에 보관해야 부패 방지

숙성 식품 건강하게 먹기

숙성 과정을 거친 식재료가 각광받고 있다. 숙성 소고기와 숙성 생선, 숙성 현미 등 다양한 숙성 식품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신선한 식재료에 알맞은 온·습도가 더해져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식감이 부드러워진다. 또 맛과 향이 스며들어 풍미가 좋아진다. 입맛이 떨어지거나 소화가 잘 안 되는 노인이나 환자도

편히 먹을 수 있다. 숙성 과정을 거치면 재료의 영양분이 증가하기도 한다. 숙성이 식재료에 미치는 영향과 집에서 활용하는 숙성법을 알아본다.

숙성육은 온·습도가 통제된 저장고에서 일정 기간 이상 숙성을 거친 고기를 말한다. 대부분은 소고기다.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1~3일이면 숙성되기 때문에 냉장 유통 단계에서 대부분 숙성 과정을 거친다.

소고기는 건조·습식 등 숙성 방법에 따라 기간이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0~4도에서 7~50일 저장한다. 기간과 환경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숙성육의 맛이 달라진다. 소고기를 숙성하면 감칠맛을 내는 글루타민산과 이노신산이 증가한다. 생선도 숙성을 거치면 맛이 좋아진다.

또 숙성은 영양분을 잘게 쪼개는 과정이다. 소화·흡수에 도움이 된다. 고기에서 자연 발생한 효소가 근육 섬유질을 서서히 분해해 고기를 연하게 만들어준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소고기를 숙성시키면 카텝신과 같은 단백질 분해 효소가 만들어져 고기를 부드러운 상태로 만들어주고 풍미를 높인다”며 “회는 숙성하면 생선살에서 이노신산 성분이 나와 감칠맛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저등급 한우고기 부드럽게


지방 함량이 적은 고기도 숙성 과정을 거치면 부드러워지고 풍미가 좋아진다. 한우 고기는 마블링(고기에 들어 있는 결지방)이 많은 일투플러스(1++)·일원플러스(1+) 등급만 연하고 맛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마블링이 거의 없는 3등급 고기도 냉장 숙성하면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하며 맛이 좋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농촌진흥청은 냉장 숙성 과정을 거친 저등급(2·3등급) 한우 고기의 육질 개선 효과를 연구했다. 연구진은 안심·등심·채끝·등심·목심·꾸리·부채·업진 등 한우 수소 고기 12개 부위를 2도에서 각각 7일, 14일, 21일 동안 숙성했다.

그 결과 숙성 기간이 길수록 숙성하지 않은 대조군보다 전단력(고기를 절단하는 데 필요한 힘) 수치가 낮아졌다. 고기가 연해졌다는 의미다. 고기가 수분을 보유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보수력도 21일간 숙성한 고기가 모든 부위에서 숙성하지 않은 대조군보다 높았다. 수분이 많으면 육즙이 풍부해져 씹었을 때 입안에서 더 맛있게 느껴진다. 이런 이유로 전문 평가자 평가에서 숙성 고기는 그렇지 않은 고기보다 기호도가 높았다. 농촌진흥청 축산물이용과 조수현 농업연구관은 “3등급 한우 고기는 살코기가 많아 단백질 함량이 높은 대신 마블링이 거의 없고 질겨서 소비자들이 잘 구입하지 않았다”며 “3등급 한우 고기도 숙성 과정을 거치면 부드럽고 연하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과일·고구마·호박 더 달게


살코기 위주의 숙성 고기와 생선은 소화 기능이 떨어진 노인이나 환자에게 질 좋은 단백질을 공급한다. 항암 치료 과정을 버틸 체력을 유지해야 하는 암 환자나 면역력이 떨어진 노인은 기름기가 적은 살코기 위주로 먹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노인은 나이가 들면서 치아가 망가지고 소화 기능이 떨어져 육류를 꺼린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5)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은 단백질을 권장량보다 덜 먹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서호석 교수는 “특히 위암 수술을 한 환자는 활어회보다는 좀 더 부드러운 숙성회를 선택해 수술 전보다 꼭꼭 씹어서 섭취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곡물·과일도 숙성시키면 맛이나 영양이 좋아진다. 현미는 쌀 영양 성분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쌀눈과 속껍질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영양식이다. 윤택준 유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현미를 숙성시키면 단백질·칼슘·비타민이 두 배 이상 증가한다”며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아미노산인 가바 성분도 세 배 이상 많아진다”고 말했다. 과일·고구마·호박은 수확해서 바로 먹는 것보다 숙성 기간을 거치면 단맛이 더 짙어진다. 이들 과육의 전분이 시간이 지날수록 당으로 바뀐다.

내장 빼고, 공기 닿지 않게


숙성과 부패는 종이 한 장 차이다. 고기와 생선은 반드시 4도 이하의 저온에서 보관해야 한다. 특히 공기에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예방하고 맛도 유지할 수 있다. 또 생선은 내장을 제거한 뒤 숙성시켜야 부패를 막을 수 있다. 숙성을 할 땐 자주 여닫지 않는 칸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신선육을 진공 포장한 숙성육을 구입했을 때 고기색이 밝은 선홍색에서 암적색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는데 부패는 아니다. 포장지 안에 산소 결핍 때문에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포장을 열어 고기를 공기에 노출시키면 식육 색소인 미오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하면서 다시 밝은 선홍색으로 되돌아온다.

TIP 집에서 활용하는 숙성
중앙일보



저등급 한우 한 덩이씩 진공 포장이나 랩으로 밀착 포장해 얼지 않는 온도(0~4도)에서 7~21일간 숙성한다. 숙성 기간은 가공일자가 아닌 도축일부터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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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 현미를 채반에 고르게 펴 담은 후 현미가 마르지 않도록 면포를 덮는다. 여름에는 하루, 겨울에는 이틀 동안 5시간 간격으로 충분히 물을 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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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손질한 광어·도미·방어는 해동지나 빨아 쓰는 키친타월로 감싼다. 일반 키친타월은 생선살에 들러붙을 수 있다. 그런 다음 랩으로 여러 번 감아 공기를 차단하고 1~2도로 유지되는 김치냉장고에 숙성시킨다. 광어는 4시간에서 하루, 도미는 3시간, 방어는 3일 정도 숙성하면 맛이 좋다. 아침저녁으로 흡착지를 갈아준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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