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 한가운데 짙은 녹음으로 우거진 산이 우뚝 솟아 있다. 하얀 모래사장 너머로 빼곡히 엉켜있는 정글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푸른 파도가 거품을 일으키며 해안가로 몰려간다. 물보라는 맥주 거품처럼 잦아들더니 고운 빛깔로 반짝이는 모래를 감싸 안으며 해안가를 적신다. 다채로운 색상의 농담으로 물든 해변 너머의 산을 마주하며 크루즈가 멈춰 선다.
라로통가(Rarotonga)섬이다. 자치령인 쿡 제도의 중심이 되는 섬으로 주요 정부청사와 국제공항이 있다. 섬 북부에는 쿡 제도 수도인 아바루아(Avarua)가 있으며 쿡제도 14개 주요 섬들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섬이다. 이에 쿡제도 사람들을 라로통가인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그들 역시 아이투타키나 망가이아와 같은 다른 14개 섬 중 하나의 주민이다.
푸른 바다 한가운데 짙은 녹음으로 우거진 산이 우뚝 솟아 있다. 하얀 모래사장 너머로 빼곡히 엉켜있는 정글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
크루즈 옆 객실 발코니에서 인사를 건네는 프랑스인. |
크루즈에서 라로통가로 승객을 실어주는 셔틀 보트에서 승객이 내리고 있다. |
라로통가섬은 쿡 제도의 중심이 되는 섬으로 주요 정부 청사와 국제공항이 있다. |
크루즈에서 라로통가로 승객을 실어주는 첫 셔틀 보트가 오전 8시30분에 출발한다. 섬을 둘러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섬 전체가 하나의 큰 휴양지처럼 되어 있어 해안가를 따라 관광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북쪽 해안에 위치한 쿡 제도 수도 아바루아에서 하루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간단한 과일과 음료를 챙겨 셔틀 보트에 올랐다. 보트는 크루즈에서 내려다본 반짝이는 석호를 가로지른다. 수중 놀이터와 같이 잔잔하고 투명한 바다를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가로질러 접안시설이 있는 해안가에 다다랐다. 바다에서 바라본 섬과 달리 가까이에서 바라본 섬은 울창한 정글 앞에 너른 들판과 시골 농지가 있다. 그 너머 숲 속으로 산이 우뚝 솟아 있다. 중심부의 고요하고 짙은 봉우리들이 바다 수호신처럼 섬 전체를 굽어보고 있다. 바다 위로 솟은 산세가 경이롭게 다가온다. 섬을 둘러싼 산호초가 어우러져 육지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라로통가의 사파이어 블루 석호를 반짝이는 하얀 해변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섬 방파제에 다다른 파도만이 암초 너머에서 거품을 내며 부서진다. 보트가 조용히 접안시설로 접근하자 주민들이 따뜻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며 관광객들을 반긴다.
라로통가섬은 전체가 하나의 큰 휴양지처럼 되어 있어 해안가를 따라 관광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여행객들이 바다에서 스노클링 등 해양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
라로통가에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고대 마라에(전통적인 만남의 장소)와 각종 유적지가 보존되어 있다. 남태평양에서 가장 잘 보존된 산호 교회들도 라로통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아바루아가 수도라고 하지만 중심지에 신호등이나 세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점포들이 없다. 쿡 제도 마오리 언어로 ‘두 개의 항구’를 의미하는 아바루아는 도시라기에는 조용한 해변 마을 같다.
건물보다 더 높은 코코넛 나무가 많은 시내가 인상적이다. 자연을 해치지 않기 위해 개발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작은 낙원과 같은 이 섬을 만나기 위해서는 도시 투어를 하거나 스쿠터를 빌려 해안가 도로를 돌아보면 된다. 섬을 도는 버스는 가장 좋은 교통수단이다. 해안 도로 양쪽을 오가는 버스는 섬 어디에서나 타고 내릴 수 있으며 아바루아가 버스의 기점이자 종점이다.
더 가파른 길도 오를 수 있는 지프나 튼튼한 오토바이를 빌리는 것도 괜찮지만 섬을 둘러보고 해변에서 쉬기에는 정류소마다 멈추는 버스가 제격이다. 섬 중앙에는 수풀이 우거진 아름다운 산들이 자리하고 가장자리 해변을 따라 버스가 달린다. 시내에서 무리 해안까지 4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이곳에서 왕복티켓으로 20달러를 지불하고 버스에 올랐다. 창밖의 넓은 들판에는 개와 고양이, 거위, 말, 소 등 동물들만 눈에 띈다. 드물게 사람들이 보이지만 오히려 날아다니는 새들이 더 많은 느낌이다.
서쪽 연안 아로랑기(Arorangi)는 이곳을 찾은 서양 선교사들이 지은 최초의 마을이다. 다른 섬의 모델 역할을 하도록 지어진 곳이라고 한다. 1849년에 지어진 쿡 제도 최초 교회(Cook Island Christian Church, CICC)가 이곳에 있으며 최초 기독교 목사인 파페이하가 이곳에 잠들어있다. 아로랑기 뒤에 우뚝 솟은 라에마루(Raemaru)는 정상이 평평해서 하이킹으로 유명하다. 아로랑기 뒤로는 관광객에게 흥미로운 전통 마을이 있어 짧은 시간에 쿡 제도의 전통 문화를 느낄 수 있다.
해변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부부. 장미꽃잎으로 장식한 하트 모양 안에서 화관을 하고 마주한 신랑과 신부 얼굴에서 행복이 묻어난다. |
가이드와 함께 전통 오두막집을 돌아보며 역사, 마오리 의약, 고대 어업 기술, 코코넛 껍데기 벗기기, 목공예, 춤 등을 체험한다. 투어 뒤에는 전통 춤이 곁들여진 음식 연회가 있어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산으로부터 흘러 내려오는 파푸아 시냇물(Papua Stream)은 남부 연안 근처에서 위그모어 폭포로 떨어져 내린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시원한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폭포 아래로 사람들이 뛰어내리며 물놀이를 즐기는 곳이다. 물줄기를 따라 깊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지프차량이 필요하지만 많은 사람은 하이킹을 선호한다. 크로스 아일랜드 길을 따라 산을 오르면 북서부와 남부의 멋진 전망을 볼 수 있는 415m 높이 루아 망가(Rua Manga)가 나온다. 크로스 아일랜드 길은 2∼3시간 정도 거리이며 양쪽 끝으로 버스가 다닌다.
항구 너머로 보이는 크루즈 선. |
현실성 없는 그림엽서의 광경이 잇따라 펼쳐지는 해안가 도로를 따라 버스는 달린다.
쿡 제도는 연중 내내 날씨가 좋고 기후도 고르지만 산악 내륙은 때때로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리기도 해 다른 곳보다 축축하다. 적도 남쪽에 있어 우기인 12월에서 3월까지는 가장 더운 달이라고 하는데 푹푹 찌는 라로통가 기후가 제대로 느껴진다. 더위에 지칠 무렵 무리 해변에 있는 호텔에서 쉬기로 했다. 간단한 점심을 시키고 해변 선베드에 자리 잡고 누웠다. 바다 위로 스노클링 등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흩어져있다. 태양 아래 지친 피곤함을 시원한 칵테일 한잔으로 덜어내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긴다. 넓은 해안가 모래사장에는 커다란 개가 낮잠을 즐기고 그 옆에는 결혼식을 올리는 신혼부부가 보인다. 장미꽃잎으로 장식한 하트 모양 안에서 화관을 하고 마주한 신랑과 신부 얼굴에서 행복이 묻어난다.
쿡 제도의 유명 퀼트 공예품인 티바에바에를 파는 아바루아 시내 기념품 매장. |
돌아오는 길에 아쉬움이 남아 쿡 제도의 유명 퀼트 공예품인 티바에바에를 구입하고 다시 셔틀 보트에 올랐다. 한적한 작은 항구로 남태평양의 무역 중심지 역할을 한 아바루아를 뒤로하고 다시 크루즈에 오른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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