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분당여성산부인과 박준우 원장
방광류·방광(자궁)탈출증이라는 질환이 있다. 방광이 질 내부로 내려앉으면서 힘을 주면 질 입구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말한다. 흔히 ‘밑이 빠졌다’고 표현하는 증상이다. 질 밖으로 빠진 방광은 속옷에 쓸려 표면에 상처가 나고 출혈·염증이 생길 수 있다. 방광 아래 자궁이 붙어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서 자궁도 같이 탈출하게 된다.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은 나이가 들면서 질이 늘어지고 탄력이 떨어진다. 이 과정에서 방광을 지지하는 골반 주변 근육·근막·인대가 약해지거나 손상돼 방광류·방광탈출증이 생길 수 있다.
대부분 출산·폐경 이후 생기지만 출산하지 않거나 폐경을 겪지 않은 여성도 선천적으로 질 벽이 약하거나 습관성 변비가 있다면 생길 수 있다. 방광이 탈출하면 요도를 휘게 해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 소변이 급하게 마려운 절박뇨, 소변을 본 뒤 개운치 않은 잔뇨감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탈출한 방광이나 자궁을 손으로 밀어 올리면 일시적으로 들어가지만 다시 힘을 주면 탈출한다. 탈출 정도에 따라 1~4기로 나뉜다. 질 밖으로 나오면 4기이므로 수술해야 한다. 자궁을 들어내고 늘어난 방광 점막을 잘라내는 수술을 하게 되는데, 전신마취나 척추마취 후 두 시간 이상 걸리는 수술이다. 소변줄을 끼고 일주일 정도 입원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더구나 지병이 있는 고령 환자의 경우 마취에 따른 합병증이 생길 우려도 크다. 회복돼도 재발 가능성이 30~50%에 달한다.
따라서 수술 대신 질 내에 둥근 링 모양의 ‘페서리’를 끼워 임시방편으로 방광이나 자궁이 내려오지 못하게 막기도 한다. 그러나 환자가 직접 페서리를 질 내에 삽입해야 하기 때문에 고령 환자가 하기는 어렵다. 관리가 잘 안 된 상태로 계속 끼고 있으면 질염이 생겨 악취가 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병원에서는 ‘방광류·방광(자궁)탈출 교정술(POP-UP수술)’을 시행한다. 자궁을 들어내지 않고, 늘어진 방광 점막을 잘라내지 않으면서 자궁·방광이 내려오지 않게 위로 올려주는 신개념 수술이다. 사각형 인조 그물망을 방광 아래에 대고 네 귀퉁이에 있는 끈을 양쪽 사타구니로 빼 방광 밑을 그물망으로 받쳐주면서 탈출한 방광과 자궁을 위로 끌어올려 고정하는 수술이다. 수술 후 이물감이 전혀 없다. 국소마취로 수술하기 때문에 마취로 인한 부작용과 합병증 우려도 없다. 90세 이상 고령 환자도 쉽게 수술받을 수 있다. 수술시간도 30~40분으로 짧고 수술 후 통증도 별로 없어 입원 당일 퇴원한다. 재발이 거의 없고 완치율이 95% 이상이다. 다만 수술 후에는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쪼그려 앉지 말고 변비가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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