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최고조에 달하는 계절, 7월은 숲이 그리워지는 때다. 여름 바다보다 숲을 선호하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가본 사람이면 다 공감하는 것 하나, 숲은 바다보다 시원하다. 해변에는 직사광선이 내리 쬐지만 숲엔 시원한 그늘이 펼쳐진다. 여름만큼 숲이 그 존재감을 내뿜는 계절이 없다. 여름 숲의 생명력은 두 발 자유로운 인간을 압도한다. 실핏줄처럼 이어진 울창한 나무들이 하루하루가 다르게 잎과 잔가지들을 키워낸다. 그 꾸준함을 한번이라도 느껴본 사람이라면 숲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그리고 곧 빠져든다. 우리는 '자연은 치유'라는 명제를 보통 숲에서 처음 배운다.
여름, 누구나 지치게 마련이다. 지지부진한 일 년의 한가운데를 보내느라 심리적으로 더 처진다. 그럴 때 숲을 찾으라고 감히 권한다. 초록의 덩어리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온전히 걷는 일에 집중해 보시라. 일상의 시름일랑 거대한 숲이 몽땅 빨아들여 없애줄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매월 각 지역별 여행하기 좋은 걷기여행길을 선정하고 있다. 7월의 테마는 바로 '여름 정취 물씬 나는 걷기 길'. 주제를 듣고 딱 3년 전 이맘때 찾았던 대관령 숲길, 그리고 훨씬 이전에 인연이 닿았던 제주도 안덕계곡 숲길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러고 나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뜨거운 여름, 생각만 해도 힐링이 되는 숲길 한두 개 정도 있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앞서 말했듯 자연은 인간을 위로하고 치유해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고른 7월의 걷기 좋은 길 5곳을 소개한다.
■ 한탄강 주상절리길 05코스 비둘기낭 순환코스(경기 포천)
경기도 포천 한탄강 주상절리길.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탄강 비둘기낭 폭포에서 출발해 한탄강 하늘다리~벼룻길~징검다리~멍우리길을 지나 다시 한탄강하늘다리를 거쳐 비둘기낭폭포로 돌아오는 순환길이다. 거리는 6㎞, 소요 시간은 2시간, 난이도는 보통. 경기도 포천의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한탄강을 따라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기암괴석의 주상절리(柱狀節理)를 조망하며 걷는 산책로로 구성됐다. 이 중 비둘기낭 순환코스는 비둘기낭 폭포와 한탄강 하늘다리를 시작으로 강 아래쪽 벼룻길과 위쪽 멍우리길을 아우르는 구간을 말한다. 작은 언덕과 계곡, 녹음이 우거진 숲과 강변 자갈길을 통과하는데, 어려운 코스가 아니면서도 구간마다 길이 변화무쌍해서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문의 포천시청.
■ 섬진강 둘레길(전남 곡성)
섬진강, 이름만 들어도 마음 한구석이 푸근해진다. 보통 섬진강 여행은 봄이 제격인 걸로 알려져 있다. 하동 벚꽃, 광양 매화, 구례 산수유까지 봄이 되면 강을 따라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꽃 때문일 게다. 섬진강은 봄의 여행지라는 편견을 깨준 것이 바로 섬진강 둘레길이다.
섬진강 둘레길은 곡성의 유명 여행지 기차마을에서 시작해 작은 침실골을 거쳐 침곡역과 가정역을 지나 이정마을을 통과해 압록유원지에 이르는 장장 15㎞에 달한다. 길이가 있다 보니 소요 시간은 넉넉히 5시간 정도 잡는게 좋겠다. 곡성에 살았던 명장 마천목 장군 이름을 본떠 조성된 마천목 장군길(섬진강 둘레길)은 섬진강 자락을 따라 걷는 곡성의 대표적인 걷기길로, 섬진강 기차마을과 침곡역 레일바이크, 오랜 역사를 가진 가정역 출렁다리 등 곡성의 자랑거리를 관통한다. 구간 중 침곡역에서 가정역으로 가는 길이 특히 아름답다. 문의 곡성군청 관광문화과.
■금강 솔바람길 03코스 솔바람길(충남 금산)
충남 금산 금강 솔바람길.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금강 솔바람길 3코스 솔바람길은 금강 생태과학체험장에서 시작해 봉황산에 올랐다 산 능선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남술재, 소사봉, 술나미재를 지나 초산충효비를 거쳐 시작점인 생태과학체험장으로 되돌아온다. '○○재, ○○봉'이라는 이름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코스가 대부분 산길로 이루어져 있다. 길이 처음 닦인 것은 2009년, 햇수로 10년째다. 길이는 5.4㎞, 소요 시간은 3시간, 난이도는 보통. 들머리에서 나무계단을 오르면 어렵지 않게 능선으로 진입이 가능한데, 솔향기 가득한 바람과 나뭇잎 사이 초록으로 부서지는 햇살 그리고 자유롭게 흐르는 금강의 풍광을 즐기며 누구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정다운 코스다. 문의 금산군청 문화공보관광과.
■진천 초롱길 01코스(충북 진천)
충북 진천의 초롱길.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진천 초롱길 1코스는 길이가 3.2㎞로 짧은 편이다.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난이도도 '쉬움'이니 남녀노소 부담 없이 걸을 수 있겠다. 코스는 무척 단순하다. 농다리에서 시작해 하늘다리를 건너고 다시 농다리로 돌아온다. 진천 중심부를 흐르는 냇물이 미호천인데 미호천 상류에는 고려 초기에 축조되어 1000년 세월을 끄떡없이 버텨온 돌다리가 있다. 바로 '진천 농다리'다. 농다리는 28개 교각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길이는 약 94m. 농다리를 위에서 보면 지네처럼 살짝 구부러진 몸통에 양쪽으로 다리가 달려 있는 모습이다. 농다리 건너편에는 초평천을 막아서 생긴 초평저수지가 있는데 민물낚시 성지로 불린다. 이 초평지의 호반 절벽을 따라 데크를 놓고 농다리와 함께 이어서 걷기 편한 길을 만들었다. 이 길이 바로 '진천 초롱길'이다. 문의 진천군청 문화체육과.
■봉암수원지둘레길 편도코스(경남 창원)
경남 창원 봉암수원지둘레길.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남 창원시 팔룡산과 춘산을 사이에 두고 자리한 봉암수원지는 일제강점기 옛 마산 지역에 살던 일본인과 부역자들이 필요한 물을 가두기 위해 건립한 곳이다. 이곳에 조성된 봉암수원지 둘레길은 울창한 숲과 계곡물이 어우러진 풍경으로 인기가 높다. 둘레길은 크게 세 코스로, 수원지슈퍼에서 출발해 봉암수원지 제방까지가 첫 번째 코스, 봉암수원지 주변을 한 바퀴 도는 길이 두 번째 코스, 팔룡산 정상을 거쳐 돌탑공원까지 이어지는 길이 세 번째 코스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코스를 거쳐 수원지슈퍼로 돌아오기까지는 약 2시간 정도, 세 번째 코스로 마무리하는 데는 4시간 정도 걸린다. 다녀간 사람들은 "고요히 경치를 즐기며 부담 없이 걷기에 제격"이라며 엄지를 치켜드는 창원의 대표 산책로다. 문의 창원시청 관광과.
※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홍지연 여행+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