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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중국의 도움, 그리고 중국의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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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올해 초부터 고용지표가 극심한 부진을 보이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등이 예전 같은 힘을 못 쓰면서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과 소비가 한국경제를 뒷받침하면서 경기 회복세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개선되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국내 경기에 먹장구름이 잔뜩 끼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수출입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수출은 2975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6.6% 증가했으며, 수입은 2650억달러로 13.1%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325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수출액은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이다. 올해 상반기 실적은 그간 역대 최대였던 2017년 하반기의 2946억달러를 상회하는 수치다. 상반기 수입은 역대 2위 규모의 실적으로 역대 최대치인 2011년 하반기의 2662억원을 12억달러 가량 밑돈다. 수출입 합계, 즉 교역액은 5625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 상반기, 중국 중심으로 수출 양호한 모습 보여

한국금융신문

자료=국제금융센터



올해 상반기 수출단가는 지난해에 비해 5.9% 상승했다. 유가 상승, 반도체·석유화학·석유제품 등이 단가상승을 주도했다.

수출물량은 상반기에 0.7% 증가했다. 물량 증가세는 제한적인 가운데 반도체와 일반기계, 섬유 등의 수출물량이 늘어났다.

13대 수출 주력 품목 중 반도체(42.9%), 컴퓨터(38.6%), 석유제품(33.7%), 석유화학(13.2%), 일반기계(9.6%), 섬유(5.5%) 등 6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다. 즉 반도체, 컴퓨터, 석유화학, 석유제품이 두 자릿수의 증가세를 보이면서 한국의 상반기 수출을 견인한 것이다.

하지만 철강(-0.3%), 차부품(-2.5%), 자동차(-5.6%), 디스플레이(-15.7%), 가전(-18.2%), 무선통신기기(-17.8%), 선박(-55.0%) 등은 감소세를 보이면서 큰 편차를 보였다.

한국의 두드러진 수출 신장세를 보인 곳은 중국이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21.1%, 일본으로의 수출이 15.6% 늘어 가장 돋보였다. 인도와 아세안 지역으로의 수출도 각각 6.4%, 5.9% 늘어나 눈에 띄었다.

하지만 서구 선진국인 미국(1.6%)과 유럽연합(3.1%)으로의 수출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전체적으로 상반기 수출은 세계경제와 교역이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괜찮은 모습을 보인 것이다. IT 경기 호조에 따른 반도체 수출과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 관련 제품의 수출이 돋보였다.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한국의 월간 수출이 4개월 연속으로 500억달러를 돌파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수출 순위는 7위로 지난해보다는 한 단계 내려왔다.

이 달 초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사상 최초 월간 수출 500억 달러 돌파, 일평균 수출 사상 최대를 달성했다"면서 "하반기엔 주요국 보호무역주의 심화,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신흥국 경제 취약성 증대, 주력품목 단가 상승세 둔화, 기저효과 등으로 수출의 불확실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어 "하반기 수출 하방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금년 수출 4% 증가 목표 및 무역 1조 달러를 차질없이 달성할 수 있도록 민관이 힘을 합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미중 무역분쟁 따른 수출 악영향 현재까지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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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국제금융센터



최근까지도 무역분쟁에 따른 수출 악영향은 제한적이다. 미중 분쟁이 격화됐지만 오히려 중국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났다. 현재 시점까지도 수출은 괜찮아 보인다.

유진투자증권은 "7월 수출이 올해 월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호조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 한국 수출의 관심사는 격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호조 추세가 반전될지 여부지만, 7월 수출에는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 "7월 들어 달러/원 환율이 1130원대로 상승한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경제의 호조에 이상이 없고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역시 견고하다는 점에서 아직 물량과 단가 모두 견조한 수출 호조세를 뒷받침할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그는 7월 수출은 18.1% 증가한 528억달러를 기록해 월간 수출액 기준으로 2018년 최고치를 갱신하는 호조를 예상했다.

수입 역시 전년동기비 19.1% 증가한 46 0억달러를 기록해 월간 수입액 기준 사상최고치를 전망했다. 이 경우 7월 무역수지는 68억달러로 2017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내게 된다.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미중 무역갈등이 이어졌지만 한국의 수출입 상황은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 어마어마한 미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역조

하지만 한국경기를 뒷받침하고 있는 수출의 편중세는 긴장감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반도체와 석유제품에 치중하고 있는 데다 수출 신장세가 제일 두드러진 곳은 미국과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지속됐으나 한중 기술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G2 무역분쟁이 격화될 경우 대중 수출 및 경상수지 흑자 축소가 불가피할 수 있다.

여전히 독보적인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 한국의 타격이 클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 아울러 미국이 현실적으로 중국을 계속 압박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출은 1299억달러,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5055억달러에 달했다. 무역적자가 무려 3756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미국의 전체 무역수지 적자 5522.8억달러의 68%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6일부터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34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해 미국은 25%의 관세를 발효했으며, 조만간 160억달러에 대해 추가적인 관세를 매길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 정도로 그칠지는 의문스럽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역조현상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해관총서는 중국의 6월 대미 무역 흑자규모는 전달보다 17.9%나 늘어난 289억7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관세장벽을 높이더라도 미국이 대중국 적자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인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중국 수입액 5000억달러 전체에 대해 관세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동시에 지난주부터는 '환율'까지 문제로 삼고 있다. 중국의 통화가치가 '바위처럼' 떨어진다면서 강달러 개선 의지를 나타냈다. 하반기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 중국에 치중한 수출 포트폴리오, 안정성 떨어진다

한국금융신문

자료=국제금융센터



올해 들어 한국 수출의 중국 편향성은 더욱 강화됐다. 상반기 대중 수출이 21.1% 증가해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증가율 6.5%를 크게 상회한다. 미국, 유럽 등 서구권에 대한 수출 증가세가 주춤한 가운데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심화된 것이다. 중국의 수출 증가율이 12.8%인 점을 감안해도 한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이 얼마나 크게 늘었는지 알 수 있다.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4.8%에서 올해 상반기 26.7%로 뛰었다. 이는 역대 최대치다.

홍콩을 포함하면 무려 34.4%에 달한다. 이는 미국(11.6%), EU(9.6%), 일본(5.1%)가 차지하는 비중의 합계인 26.3%를 웃도는 수준이다.

국가별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됐다면 수출 품목 측면에선 반도체와 석유화학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상반기에 반도체에 대한 수출이 57.7%,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수출이 23.7% 늘어났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최근 5년간 대략 연평균 20% 가까이 큰 폭 증가한 뒤 올해는 증가세가 더 가팔라진 것이다. 또 중국에 대한 수출 가운데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9.5%에서 올해 32.5%로 크게 뛰었다.

전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이 45.6%, SK가 27.2%를 점유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스마트폰과 기술 산업이 빠르게 발전한 영향인 셈이다.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비중은 41.7%에 달할 정도로 높아졌다.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은 상반기 월평균 국제유가가 전년동기비 22.6% 상승한 영향 등으로 23.7%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멀지 않은 과거에 한국 수출을 견인했던 무선통신기기, 디스플레이 등의 비중은 크게 줄어들었다.

당장 지금의 괜찮아 보이는 수출 신장세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나 지역별, 품목별로 편중된 수출 포트폴리오는 우려를 키우는 것도 사실이다.

한 경제분석가는 "우리 경제의 대중국 수출 비중이 25%를 넘어가는데, 중간재와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넘는다"면서 "대중국 수출의 대부분이 사실상 중국의 수출을 위한 중간재 성격이어서 미중 무역이 격화되면 한국은 곧바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국계 금융사 등은 미중 무역갈등 격화 시 타격이 큰 나라로 한국, 대만 등을 꼽곤 한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국제금융센터의 이치훈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중 미국의 최종 귀착지인 비중이 약 5~7%임을 감안할 때 앞으로 미국의 추가 관세 대상이 2000억달러로 확대 적용될 경우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의 직접 피해는 최대 99.5억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2017년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1421억달러 중 미국향 비중을 7%로 가정하고 이 물량이 모두 소멸될 경우를 가정해 이같은 수치를 내놓았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중국이 향후 '기술강국'으로 도약해 경쟁자 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중국제조 2025'를 내세워 첨단 산업의 강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공공연하게 알렸다. 특히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 이상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에 1조위안(167조원)을 투자해 자급률을 2015년의 15%에서 75%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실제 중국의 반도체 생산은 최근 3년간 연평균 18%나 증가했으며, 투자 증가율도 29%에 달한다. 이는 전세계 평균 5%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중국의 반도체에 대한 의욕을 엿볼 수 있다. 당장은 중국이 한국 반도체를 살 수밖에 없지만, 중국은 이미 한국에 반도체와 관련해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이치훈 연구원은 "반도체의 경우 이르면 금년말부터 중국기업의 자체생산이 확대돼 가격 하락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며, 일본의 통상백서는 이미 글로벌 공급과잉 우려를 제기한 상태"라며 "우리의 대중국 수출 상위 5대 품목 비중이 2007년 39.2%에서 2018년 53.5%로 증가해 같은 기간 대중 수입 5대품목이 22.5%에서 18.6%로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에 나서고 있어 한국에 대한 위협의 강도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은 특정품목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키운 것이다.

이 연구원은 또 "우리나라 전체 무역흑자에서 중국의 비중이 8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향후 대중 수출이 둔화될 경우 경상수지 흑자 축소 등 부작용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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