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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국 주가지수, 밸류에이션 메리트에도 맥 못 추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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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한국 주가지수가 맥을 못추고 있다. 연초만 하더라도 올해 코스피 지수 2800선, 3000선에 등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코스피지수는 연초 기세 좋게 출발하면서 2500선을 돌파한 뒤 1월 말엔 2600선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하지만 2월이 시작되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2월초 미국 고용지표 호전과 미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경계감으로 2400대로 하락했다.

코스피는 2월 2일부터 7일까지 4영업일에 걸쳐 172p나 하락하면서 2396선으로 밀리기도 했다. 이후 단기 낙폭 과대로 2400대로 올라섰으며, 3월22일엔 2496까지 오르면서 2500선 탈환을 눈 앞에 두기도 했다.

하지만 2500선을 목전에 둔 3월23일 79포인트 급락하면서 단숨에 2400대 초반으로 밀렸다.

이후 다시 저가매수가 모여들면서 4월30일엔 2515로 올라 2500선을 넘어섰다. 하지만 2500대에서 사흘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밀린 뒤 2400대 등락을 지속했다.

6월 중순엔 하락세가 힘을 받으면서 6월19일 2340선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다수 투자자나 분석가들이 2300대 초중반은 저평가가 심화된 구간이어서 저가매수에 부담이 없다는 훈수를 두기도 했지만, 7월의 도래와 함께 주가지수는 2300선 아래로 고꾸라졌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중순 잠시 2300선을 살짝 넘어서기도 했으나 되밀렸다.

글로벌 주가가 반등하는 구간에서도 국내 코스피지수의 반등세엔 한계가 있었다. 현재 코스피지수는 2300선과 거리를 둔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8% 정도의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코스닥의 사정은 더 좋지 않다. 최근 코스닥 지수는 외국인 매도 공세로 전혀 맥을 못 추고 있다. 7월 13일 825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750선으로 고꾸라진 상태다. 코스닥은 8영업일 동안 10% 가량 급락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1월 29일 927선까지 오르면서 '네 자리 지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지만, 어느 새 700대 중반으로 주저앉은 상태다. 올해 고점 대비로는 20% 가량 급락했다.

■ 무너진 코스닥..연초의 기대감이 두려움으로

한국금융신문

자료=코스콤 CHECK단말기



이 달들어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특별히 한 방향 매매에 힘을 주지는 않았다. 올해 들어 외국인이 주식을 계속 팔았지만, 이달 코스피 시장의 매도 강도는 오히려 줄어 들었다.

대신 외국인은 코스닥에 대해선 상당히 매정하게 나왔다.

외국인은 코스닥 시장에서 16일부터 23일까지 6영업일간 쉬지 않고 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코스닥 시장에서 3300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여기에 기관투자자들까지 가세해 1800억원 남짓을 순수하게 팔았다.

현재 코스닥의 시가총액 비중이 코스피의 16%대 초반에 그치는 가운데 외국인의 매도 규모는 상당히 커 보였다. 응집력이 약한 개인투자자들이 외인과 기관의 매도 물량을 받았으나 장을 지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외국인은 매도 공세 이후 전날 1200억원 가량을 순매수하면서 저가매수에 나서는 듯했지만 이날은 다시 팔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16일부터 지금까지 10% 가량 급락했다.

특히 전날은 코스피가 0.9% 하락할 때 코스닥은 4.4% 급락했다. 투자심리가 좋지 않은 가운데 네이처셀 대표의 구속, 중국 백신 데이터 조작사건, 5~6월 미디어주 강세 이후의 차익실현 등이 가세했다.

IT 기술주에 대한 불확실성 등도 투자심리에 큰 타격을 입혔다. 반도체 D램가격 하락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 등도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D램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얘기는 작년말부터 있었지만, 최근 다시 우려하는 목소리들도 적지 않게 나왔다.

다만 최근 가격 급락세가 컸던 만큼 저가매수에 기대를 거는 시각은 남아 있다.

문다솔 흥국증권 연구원은 "상대강도지수(RSI) 14일을 기준으로 코스닥이 과매도 영역에 진입했다"면서 "경험적으로 RSI 과매도 영역(30%) 진입 이후 바닥이 형성되곤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시장 내 호재 부재로 추가적인 하락 여력도 존재하지만 낙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추가하락시 바닥 형성에 무게를 둔 저점 매수가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지금의 분위기를 타개하기 쉽지 않다는 진단도 보인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코스닥의 경우 하락을 막아줄 매수 주체가 안 보인다"면서 "코스닥 레버리지 펀드는 전부 엄청나게 물려 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벌써 3조나 모였는데, 이것도 고점에서 설정되기 시작해 다들 물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작년 내내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2조원 가량 순매도 해버렸다. 지금은 작은 세력의 매도에도 쉽게 흔들리는 게 코스닥의 한계"라고 진단했다.

코스닥150지수는 2017년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코스닥은 무려 82.1%나 상승한 바 있다. 이후 지금까지 27% 가량 빠졌다. 코스닥 지수들이 지난해 세계 주요지수 가운데 가장 크게 뛰었던 만큼 조정이 더 갈 수 있다는 우려들도 남아 있다.

■ 밸류에이션 메리트에도 쉽게 주식매수 못하는 이유

한국금융신문

자료=코스콤 CHECK단말기



코스닥 만큼은 아니지만 코스피 시장 역시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글로벌 무역분쟁이나 금리인상 이슈, 원화 약세 등 여러 큰 변수들이 심리를 억누리긴 했지만, 궁극적으로 한국경제 체력에 이상이 나타난 것 아니냐는 우려들마저 보인다.

한 투신권 관계자는 "무역분쟁 얘기같은 건 다들 하던 것"이라며 "지금 세계 주식시장을 보면 한국과 중국이 상대적으로 더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나라의 근본적인 펀더멘탈 문제에 의구심이 큰 게 아닌지 의심이 생긴다"면서 "현대차, 셀트리온 등 시총 상위 종목들의 이익전망이 모두 둔화되는 식이어서 경계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다른 펀드매니저도 "솔직히 싸 보인다는 점을 빼고는 주가가 딱히 상승할 요인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 최근 삼성전자가 부진을 보인 게 전체 주식시장 분위기를 냉각시킨 원인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3개월 동안 15% 가량 급락했다. 이 한 종목이 사실상 주가지수를 3.5% 하락시킨 원인이다.

가파르게 상승한 D램 가격의 하락 우려 등은 한국 주식시장을 이끌던 IT주에 대한 부담이 됐다. 다만 두려움이 너무 반영된 것 아닌가 하는 진단도 보인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가파르게 상승한 DRAM 가격 하락 우려로 메모리 반도체 업종의 주가 조정이 깊어지고 있다. 다만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DRAM 가격 하락 우려는 최소한 올해 3분기까지는 실현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면서 "올해 3분기에 한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이 사상 최고의 이익을 달성할 경우 4분기에 일회성 비용 증가 가능성과 2019년 상반기 비수기를 감안할 때 흥분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국 메모리 반도체 2개사에 대한 접근은 2019년 상반기까지는 박스권 트레이딩 전략을 구사하다가 2019년 하반기부터는 바이 앤 홀드로 접근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아무튼 주식투자 심리에 균열이 적지 않게 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서둘러 저가매수를 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은 적지 않다.

최근 코스피가 2300대 초반 지점으로 떨어졌을 때는 역사적으로 낮은 주가수익비율(PER) 등을 근거로 저점 매수가 나쁘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 지수 2300선 탈환이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면서 심리나 수급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고 보는 관점도 많아진 모습이다.

국내외 주식에 모두 투자하는 한 매니저는 "한국 주식이 많이 망가져서 밸류에이션은 바닥 수준이다. 하지만 수급과 정치적 불확실성이 네거티브하게 작용하다 보니 쉽사리 주가 반등을 예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점에서 저가매수로 접근하고 싶은 사람들은 20~30% 정도까지 손실 버퍼를 확보한 뒤 행동하는 게 옳아 보인다"고 조언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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