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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2분기 GDP, 선방인가 우려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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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자료=한국은행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비 0.7% 성장한 것으로 발표됐다.

GDP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1.4%라는 놀라운 수치를 보여준 뒤 4분기엔 0.2% 하락하는 부진을 보인 바 있다. 당시 추석 연휴 효과가 워낙 컸던 탓에 3분기 급증과 4분기 마이너스라는 상당히 편차가 큰 수치가 나온 것이다. 이후 올해 1분기엔 1.0%라는 다시 양호한 수치를 나타냈다.

흔히 전기비 성장률 1% 이상을 좋은 수치로 인식하곤 했지만, 이미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8~2.9%(한국은행 추정)로 떨어진 상황에서 1%대의 성장률을 계속 기록하길 바라는 것은 과도한 욕심이다.

2분기 성장률을 보면 전체적으로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부진을 나타냈으나 소비와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성장세를 이끌었다.

우선 지출 기준으로 GDP를 보면 민간소비와 정부소비가 각각 0.3% 증가했으나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6.6%, 1.3% 줄어들었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2분기부터 꽤 견조한 성장흐름을 보여왔으나 올해 2분기엔 증가 강도가 둔화된 것이다. 민간소비는 작년 2분기 1.0%, 3분기 0.8%, 4분기 1.0%, 그리고 올해 1분기 0.7% 증가했으나 2분기엔 0.3%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1분기에 평창 올림픽 등으로 소비가 늘어난 부분 등이 2분기 수치를 낮추는 요인도 됐다.

정부소비는 올해 1분기 2.2%로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2분기엔 0.3%로 증가 강도가 줄었다. 1분기에 정부가 다소 강하게 부양에 나선 탓에 2분기엔 속도 조절을 할 수밖에 없었다.

건설투자는 다수가 예상했던 대로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 후반기 건설투자가 성장률에서 차지하는 기여도가 1%p를 훌쩍 넘는 등 부동산 관련 경기부양이 성장률에 큰 영향을 미친 데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시간이 흐르면서 건설투자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이 되던 상황이었다. 건설투자는 작년 4분기에 2.3% 감소한 뒤 올해 1분기 1.8% 증가했으나 2분기엔 다시 1.3%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2016년 2분기부터 2017년 2분기까지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보인 뒤 작년 4분기엔 0.7% 감소한 바 있다. 이후 올해 1분기엔 3.4%로 반등했으나 2분기엔 6.6% 감소했다. 2분기의 감소 수치는 2016년 1분기 7.1% 감소 이후 가장 큰 것이다. 설비투자는 비교적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자아내는 부분이다.

수출은 반도체, 석탄 및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0.8% 증가했으나 수입은 기계류, 운송장비 등이 줄어 2.6% 감소했다. 수출입은 작년 4분기에 각각 5.3%, 2.9% 줄어드는 등 부진을 보인 뒤 올해 2분기엔 기저효과 등으로 4.4%, 4.9% 증가한 바 있다.

경제활동별 GDP를 보면 우선 제조업은 작년 4분기 1.7% 감소세를 보인 뒤 올해 1분기 1.6%, 2분기엔 0.7% 성장했다. 서비스업은 1분기 성장률 1.1%에는 못 미치는 0.6% 성장세를 나타냈다. 건설업과 농림어업이 2분기에 2.3%, 2.5% 줄어들면서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지출항목별로 성장기여도를 보면 순수출의 영향이 컸다. 수출 기여도가 0.3%p, 수입기여도가 -1.0%p를 나타내 순수출의 기여도가 1.3%로 컸다. 순수출의 기여도는 최근 분기별 기여도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수준이다. 내수의 기여도는 -0.6%p에 그쳤다. 결국 수출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내수 가운데 민간과 정부의 최종소비지출이 기여한 부분이 0.2%p지만 총고정자본형성의 기여도는 -0.8%p를 나타냈다.

이 중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각각 -0.6%p, -0.2%p를 나타내 투자부분의 부진이 성장률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다.

한편 전년 동기대비 올해 2분기 성장률은 2.9%로 작년 1분기(2.9%) 이후 가장 좋은 수치를 나타냈다.

■ 한은의 나쁘지 않은 평가 "경기 하강하는 상황 아니다"..향후 전기비 0.8~0.9% 정도면 전망치 무난

한국은행은 이날 "3분기와 4분기에 전기비 0.82~0.94% 성장하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 2.9% 달성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올해 한은과 정부가 2.9%의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0%대 후반의 전기비 성장률이면 3% 가까운 연간 성장률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한은의 박양수 경제통계국장은 "올해 1분기에 1.0% 성장했고 2분기가 전기비 0.7%라면 우리 경제 성장률 수준 2.9% 정도를 감안할 때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경기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차단하려는 듯한 평가를 했다.

박 국장은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떨어져야 경기가 하강한다고 보는데, 지금은 그 수준 안에 있기 때문에 하강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향후 경기에 상방과 하방 요인이 모두 존재한다고 밝혔다. 무역갈등 등 대외 불안에 따른 하방 압력, 주요국 재정확장기조과 같은 상방 압력이 모두 있다는 것이다.

보호무역주의의 영향에 대해선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보호무역과 관련한 정확한 규모, 시기 등이 나와야 추산이 가능하다고 했다.

소비 증가율이 둔화되는 상황을 보면 경기를 낙관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선 "수출 여건이 버텨주고 제조업도 나름대로 견조한 상황이어서 경기가 급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성장세를 이끄는 파트는 소비와 수출이다.

■ 민간 쪽의 우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정책여력으로 간신히 떠받히고 있다는 진단들도 보인다.

다만 이 날 나온 수치에 대해선 특별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전체적으로 내수를 우려하거나 향후 여건을 낙관할 수 없다는 평가는 일반적이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투자부문이 예상보다 더 부진했다"면서 "건설투자가 부진했고 설비투자는 지난해 반도체 설비투자 확대의 기저효과 등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와 석유제품으로 대표되는 양호한 수출 흐름이 국내 성장세를 이끌었다.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상황에서 순수출이 양호해 크게 나쁘지 않은 수치를 냈다.

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국내 경제는 양호한 수출과 정책 공조에 기대 완만한 속도로 둔화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내수의 성장동력이 약하고 수출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보여 하반기는 다소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그는 다만 "하반기 수출이 양호한 수준을 나타내고 경기에 대한 위기감을 바탕으로 재정, 통화정책이 공조를 이루면서 경기 하단을 지지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9%로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무역분쟁, 연준의 금리인상 등 대외 변수가 만만치 않은 가운데 내수 쪽은 기대를 크게 갖기 어렵다는 진단들이 많다.

올해 초부터 극심한 고용지표 부진을 나타낸 가운데 신규고용 역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고용 수치가 부진한 데다 민간의 적극적인 수요에 의한 고용이 아니어서 고용 상황을 좋게 보긴 어렵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반도체 단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식시장이 위축되기도 한 가운데 수출이 타격을 받는 기미가 나타나면 2% 후반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두언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데이터를 보면 불황형 흑자에 따른 순수출 성장기여도가 2분기 성장을 이끌었지만 내수, 특히 투자 둔화가 눈에 띈다"면서 "하반기 성장률 둔화는 기정사실인데, 한은이 10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어떻게 나올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 성장률이 2.7%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은이 10월 수정전망에서 성장률 수치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면서 "고용부진으로 하반기 소비 둔화가 불가피하고 수출은 물량 중심으로 양호했으나, G2 무역갈등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눈높이 조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마 한은이 4분기 정도에 한 차례 금리를 인상한다면 내부적인 유인이 아닌 미국과의 금리차, 그리고 그나마 조금 여유가 있을 때 정책여력을 확보하자는 이유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2분기 GDP의 수치보다는 내용이 더 우려스러워 조속한 금리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2분기 GDP 성장률이 시장의 기대에 부합했지만, 내수의 극심한 수축으로 인해 한은은 다가오는 8월 금리결정회의에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정부의 경기 부양 조치에 무게를 두면서 성장률 수치는 정부나 한은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노무라의 권영선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GDP 수치는 예상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면서 "올해 추가적인 예산 확충이나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혜택 등을 감안할 때 3분기 성장률이 1.1%로 뛰어오를 수 있다. 이후 4분기에 성장률이 0.7%로 둔화되면서 연간 성장률은 3.0%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인 2.8%보다 높을 것으로 보여 한은은 11월에 25bp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며 "앞으로 중국 경제 둔화, 미중 갈등, 선진국 통화정책 정상화 등으로 환율 움직임과 자본이탈 여부를 유심히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외 불확실 요인이 악화될 경우 주식시장에서 32.8%, 채권시장에서 14.7%의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본의 이탈이 가속화돼 경상수지 흑자의 지지력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 2010년대에 지속되고 있는 성장률 '3-2-2 법칙'

한국금융신문

자료=한국은행



올해 2분기 GDP 성장률 수치는 금융시장의 예상과 큰 차이는 없다.

낮아진 성장률 수치와 내수의 부진, 그리고 통화당국의 나쁘지 않다는 평가 속에 향후 통화정책이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일단 오늘 0.7% 성장한 것으로 나왔는데, 개인적으로 금리인상이 최대한 늦춰질 것같다는 기대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오늘 GDP는 예상했던 수준이다. 그런데 이자율 시장에선 한은이 이 정도 결과를 나쁘게 보지 않는다는 데 주목하는 모습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금리인상 시점과 관련해선 여전히 의견이 부딪히는 측면이 있다.

한편 한국의 GDP 성장률은 지난 2012년 2.3%, 2013년 2.9%로 2%대 성장률을 보인 뒤 2014년엔 3.3%로 올라섰다.

이후 2015년과 2016년엔 2.8%, 2.9%를 기록해 다시 2%대로 떨어졌으나 2017년엔 3.1%로 반등했다.

올해 성장률은 한은과 정부 모두 2.9%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한국의 성장률은 한 해 3%대를 기록한 뒤 이후 2년간은 2%대 성장율을 기록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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