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3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日銀, 시장 테스트해 본 뒤 상황 봉합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금융신문

자료=코스콤 CHECK, 최근 일본 국채10년물 금리 움직임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일본은행이 통화정책회 이후 금융시장 예상보다 유화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일본은행은 정책회의 이후 "오늘 열린 통화정책 회의에서 일본은행 정책위원회는 강력한 통화완화를 유지면서 정책금리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도입해 물가안정목표 달성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스탠스를 노출했다.

일은은 수익률곡선 통제(Yield Curve Control)와 동시에 양적·질적 완화(QQE)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일은은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2019년 10월 예정된 소비세 인상의 효과를 포함한 경기 활동과 물가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현재의 아주 낮은 단기, 장기 금리레벨을 앞으로 더(for an extended period)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일드 커브 컨트롤과 관련해선 단기 정책금리는 -0.1%, 장기 금리는 0% 부근에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금리를 제로 수준에서 유지하는 가운데 경기와 물가 상황에 따라 금리의 상방, 하방 움직임을 어느 정도까지는 열어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석'을 통해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는 경우 일은이 국채를 신속하고 적절하게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채 매입량과 관련해선 유연한 방식으로 접근해 연간 80조엔 규모로 늘어날 수 있게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 일은, 예상대로 물가전망 하향.."일본인들, 저성장과 디플레 경험으로 물가 못 오른다는 인식 강해"

큰 그림에서 일본은행은 '포워드 가이던스'를 도입하고 장기금리 움직임에 대해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것임을 나타냈다.

동시에 예상한 것처럼 물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누그러뜨렸다.

일은은 "경기와 고용상황의 개선과 비교할 때 인플레이션율이 오르는 문제는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랜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경험으로 임금과 물가가 쉽게 오르지 못할 것이란 인식이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는 실망스런 코멘트를 달았다.

일은은 18/19년 근원 소비자물가 전망을 4월의 전망 1.3%에서 1.1%로 낮추는 등 물가 전망치를 낮췄다. 성장 전망은 4월의 1.6%에서 1.5%로 낮췄다.

일본이 물가상승률 2% 달성 때까지 완화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구로다 총재는 2013년 4월부터 대규모 양적완화를 통해 아베노믹스를 뒷받침해 왔다. 하지만 일은이 내걸었던 물가목표 달성 시기는 이연되기 일쑤였으며, 연임에 성공한 구로다는 올해 4월엔 2% 목표 달성 시기에 대한 전망을 숨겼다.

일은은 이날 "전년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비록 예상한 것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점진적으로 2%를 향해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 일은, 시장 테스트 해본 뒤 상황 봉합

일본은행의 정책회의 결과 발표 전 일은이 어떤 수를 쓸지 추론해 보는 사람도 많았지만, 결국 일은은 '수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많다.

최근 일본은 완화정책의 정도를 다소 줄여보려고 여러번 시장을 테스트하다가 깜짝 놀라곤 했다.

하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없다 보니 포워드 가이던스를 시행하고, 슬그머니 10년 금리 변동폭을 특정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튼 듯한 느낌도 주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일은이 금융시장의 간을 봤는데,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긴장하니까 원론적인 이야기로 돌아간 것같다"면서 "이런 식이 일본 정부가 일하는 패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무슨 일을 할 때 누군가를 통해 시장에 흘린 뒤 시장반응을 늘 테스트한다. 이후 시장의 입맛에 맞을 만한 정책을 발표한다"면서 "이번 회의도 딱 그 정도"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 회의의 관심이 상하 10bp로 둔 10년 국채 금리의 변동폭이었는데, 일은은 그냥 폭에 관한 얘기를 빼버렸다. 그냥 아래와 위로 어느 정도까지 움직일 것이란 식으로 말을 했다"면서 "최근 일본 국채금리가 10bp까지 튀어 오르고 엔이 강해지고 골치가 아프니 일은은 그냥 문구를 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국채10년물 금리는 7월 27일 0.0960%, 7월 30일 0.0991%로 0.1%에 바짝 붙어 있었다. 이후 이날 4bp 넘게 급락하고 있다.

큰 변화를 시도하지 못하는 일은의 구조적 한계를 본 뒤 아시아장의 미국 금리도 내려갔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3bp 이상 빠졌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일단 일본은행이 물가와 성장률 전망을 낮춘 가운데 비둘기적 인사가 1명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채를 사 줄 수요처 강화 차원 등으로 미국 금리도 내려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행의 포워드 가이던스는 어찌됐든 향후 출구전략과 관련해서 봐야 한다. 지난 번 일은의 시장 테스트 이후 시장이 놀랐고 그 여파가 미국까지 전이됐는데, 일은은 그런 영향을 줄이면서 궁극적으로는 마이너스 금리를 없애는 쪽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일은 발표 후 국내시장서 국채선물 매수 강도 높인 외국인

이런 가운데 일본은행의 정책발표 이후 국내 채권시장에선 외국인의 선물매수세가 두드러진다. 외국인은 3년선물과 10년선물을 2천개 넘게 순매수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의 선물매수는 한국의 10월 이후 금리인상, 그리고 미국 금리 하락에 대한 베팅 성격"이라며 "미국 금리 하락 베팅이 성공하기 위해선 미국지표가 망가지는 조짐이 나타나거나 일본 캐리자금 유입이 지속되든지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후자의 가정이 흔들렸다가 오늘 복원됐으니 외국인의 매수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 대외 금리 하락을 한국은행의 비둘기적인 태도 강화로 연결짓는 데는 문제가 좀 있다. 이날 일본은행 재료는 국내시장에선 한계가 있는 롱 재료"라며 "이제 의사록 등을 통해 10월 이후 금리인상이란 외국인의 기대가 충족될지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