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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매파적 의사록과 낮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그리고 관리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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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사진=구수정 기자, 7월 금통위 회의 전 모습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전일 오후 4시에 공개된 의사록을 보면 이일형 위원 외에도 금리인상 필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들이 나타났다.

우선 이일형 위원은 '관리물가'를 제외하면 소비자물가는 이미 목표수준을 상회하고 있고 개인서비스 물가도 2%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물가 상승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이 위원은 완화적 통화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금융부채가 확대돼 실물경제 리스크로 현실화하고 있다고 보면서 금리인상을 주장했다.

금융부채에 기초한 비효율적 투자행위가 경제의 자중손실 확대로 이어진다며 불균형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상향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금융안정에 상당한 중점에 둔 금리인상 주장이었다.

다른 일부 위원도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대내외적으로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에 유의할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했다.

늦지 않은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해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현재보다 축소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보다 먼 시계에서의 경기국면 전환에 대비하여 통화정책 여력을 확보하고, 미 연준과의 정책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잠재적 불안요인을 사전에 완화한다는 측면에서도 인상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위원은 물가 흐름을 보면서 금리인상 타이밍을 잡다는고 했다. 이 위원은 실물 경제는 불확실성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잠재성장궤도를 다소 상회하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물가도 더 오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그러나 당시 시점의 물가상승률이 낮고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확대속도를 확인하면서 금리인상 시점을 선택하자고 했다.

7월 금통위 당시 고용 등 국내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금통위에선 지난 5월 회의 때처럼 향후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강한 편이었다.

다만 여전히 금리인상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조동철 위원으로 추정되는 한 위원은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커졌고 물가 역시 목표수준으로 오르기 쉽지 않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전체적으로 금통위 내 분위기는 통화완화 정도의 축소 쪽으로 분위기가 모아진 것으로 보였다. 금통위가 금리인상 시점을 이 달 말로 잡을지 10월 등 4분기로 이연할지 관심이다.

일각에선 금통위 내에서 제한적이나 통화정책 정상화로 의견이 모아진 만큼 인상 시점을 더 뒤로 미루는 것보다 이 달 말에 금리를 올려서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에 대비하 는 게 낫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반면 다른 쪽에선 산업동향 등에서 보듯이 국내 경기상황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경기와 물가를 더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 예상에 못 미치는 물가상승률

7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대비 1.5% 올라 올해 5월부터 3개월 연속 1.5% 상승세를 나타냈다.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물가 오름폭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근원물가 쪽은 상승폭이 더 둔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전월대비 0.1%, 전년동월대비 1.1% 각각 상승했다. 지난 6월에는 전월대비 0.1% 하락, 전년대비 1.2% 상승한 바 있다.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월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고 전년동월대비 1.0% 상승했다. 6월에는 전월비 0.2% 하락, 전년대비 1.2% 상승한 바 있다.

한은이 연말로 갈수록 물가 상승률이 점차 높아지면서 목표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5~7월은 1.5%에 묶여 있다.

금융시장에서도 물가가 예상보다 못 오른다면서 한국은행이 과연 금리인상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금통위 의사록은 대체로 매파적이었다. 적극적 인상 주장자 2명을 제외하면 물가가 좀 오르는 것을 보고 금리를 올리는 게 낫다는 인식들도 보였다"면서 "오늘 소비자물가가 좀 올라줬으면 8월 금리인상에 무게가 크게 실릴 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과연 1.5% 정도의 헤드라인 물가와 1% 정도에 그치고 있는 근원물가를 보고 한은이 나설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 한은 '관리물가' 통해 인상 의중 밝혔다?

전일 공개된 의사록에서 금리인상을 주장했던 이일형 위원이 내세웠던 논거 중 하나는 "관리물가를 제하면 물가는 이미 목표를 상회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흔히 수요측 물가 압력을 가늠할 때 언급하는 근원 물가 등은 헤드라인 물가보다 더 낮게 나오는 상황에서 한은은 최근 관리물가 문제를 계속해서 언급했다. 한은 조사국 등에서도 관리물가를 빼고 보면 물가가 기조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견해 등을 밝힌 바 있다.

그런 뒤 한은은 이틀전 '이슈노트'를 통해 관리물가를 고려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은 조사국 직원 4명이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관리물가는 최근 들어 저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더욱 둔화시키고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교란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관리물가가 경제활동과 크게 괴리돼 변동하는 경우 이를 제외한 기조적 물가흐름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과 같이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완만한 경우 관리물가 변동이 전체 물가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기조적 물가 흐름에 대한 분석 및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최근 한은은 여러차례 관리물가를 언급하면서 지금의 낮게 나오는 물가상승률 수치만 봐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고서의 주장대로 관리물가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비교적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관리물가는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을 대상으로 추정 또는 편제한 가격지수를 지칭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은 없으나 관리물가를 공식통계로 편제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은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품목과 인허가·신고 등의 간접적 행정관리를 받는 품목"으로 이 물가를 정의하고 있다.

한은 조사국 직원들은 2006년~2018년 6월을 대상으로 관리물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가 평균 0.23%p로 관리제외물가와 동일한 오름세를 보였다고 가정할 경우(0.55%p)에 비해 0.33%p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특히 "올해 들어서는 복지정책 시행의 영향 등으로 관리물가로 인한 물가의 하방압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화정책 측면에선 관리물가가 경제활동과 크게 괴리돼 변동할 경우 이를 제외한 기조적 물가흐름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원가변동 요인에도 불구하고 관리품목의 가격조정을 지나치게 억제해 인상압력이 누증될 경우 추후 급격한 가격변동으로 물가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억지로 눌러놓은 물가 영향이 커서 현재 물가상승률이 낮게 잡히는 것이며, 가격관리가 장기화될 경우 생산측면에서 비효율적인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최근 한은이 정책여력 확보와 함께 관리물가 얘기 등을 늘리는 게 8월 인상을 위한 포석이라는 진단들도 보인다.

B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이주열 총재가 정책여력 확보차원에서도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했는데, 이일형 위원이나 한은 내부에선 관리물가 문제를 거듭해서 언급하면서 금리인상의 논리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최근 금리인상 시그널이 많이 나왔다. 최근 경기우려가 커졌을 때도 한은은 잠재수준의 견조한 성장을 하는 중이란 입장이었으며, 관리물가를 빼고 보면 물가상승률이 이미 목표수준을 넘었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게 나오긴 했지만, 향후 레벨이 더 내려가지는 않을 듯하다. 한은에서 상당히 강한 금리인상 신호가 나온 상태여서 8월말 금리인상에 무게를 두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 금리인상 시기 8월과 10·11월 중에...

최근 경제지표들 간의 편차는 상당히 크다. 수출이 건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내수 쪽은 상황이 좋지 않다.

전날 발표된 산업활동동향 지표는 경기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쪽이었다.

하지만 관세청이 이날 발표한 수출입 동향을 보면 국내 수출은 사상 최초로 5개월 연속 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7월 수출은 519억 달러, 수입은 449억 달러를 기록해 무역수지는 70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전년비 6.2%, 수입은 16.2% 증가했다. 78개월 연속 흑자 흐름이다.

올해 7월까지 누적 수출은 3,491억 달러, 수입은 3,100억 달러, 무역수지는 391억 달러 흑자를 기록 중이다. 1월∼7월 누적 수출은 전년동기비 6.4%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다만 수출 쪽에서도 편차는 크다. 반도체가 수출을 주도하고 있으나 과거 한국 수출을 견인했던 자동차 등은 부진한 상황이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8월 금리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 "8월엔 인상 시그널을 주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올해 한 번 금리를 올리는 시점은 10월 아니면 11월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경기보다 금융안정 측면, 한미 금리차 확대의 문제 등에 초점을 두는 쪽은 8월이 적절한 인상 시기라고 보기도 한다.

D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사실 지금 정도의 경기면 크게 나쁘지 않다. 미국이 9월과 12월에 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한은이 8월에 금리를 일단 한 차례 올려 놓는 게 좋아 보인다"면서 "기왕 올려야 할 금리인데, 여기서 상황을 더 보면서 4분기로 시점을 늦출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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