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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민주주의 사명’과 ‘수익 증대’…페이스북의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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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뉴스분석 왜?

주가 급락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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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페이스북을 둘러싼 뉴스가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달 주가가 대폭 하락하며 하루 만에 미국 주식시장 역사상 개별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했습니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짜 계정’들을 삭제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페이스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애초에 페이스북은 기업이 되려고 탄생한 게 아니다. 사회적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 사명은 세상을 더 개방적이고 연결된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2012년 2월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예비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의 첫 문단이다. 이 문장들은 편지에서 수차례 반복된다. 그는 페이스북이 추구하는 ‘연결’이 대의민주주의와 경제생태계가 부닥친 문제들을 해결하며 변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페이스북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진보’시키는 데 앞장서겠다는 포부였다. 그는 투자자들이 돈에 관한 것보다 페이스북의 사명을 공유하기를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26일(현지시각) 페이스북 주가가 19% 급락한 일은 ‘수익’과 ‘사명’ 사이 줄타기를 해야 하는 페이스북의 운명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페이스북은 이 줄타기에 성공하며 민주주의의 적이 아닌 ‘친구’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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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광고주 늘면서 가짜뉴스 증가

페이스북은 2012년 5월 사상 최고의 기업가치(약 120조원, 공모가 기준)를 인정받으며 화려하게 상장됐지만, 이후 주가는 계속 하락해 상장 1년 동안 30% 이상 떨어졌다. 한 외신은 “주주들이 페이스북을 ‘언프렌드’(unfriend, 페이스북의 ‘친구 차단’을 의미)했다”고 묘사했다. 페이스북이 전 세계 사람들을 계속해서 연결시키고는 있으나, 광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등 수익모델이 시원찮다는 이유였다. 그래도 페이스북에 기꺼이 연결되려는 사용자는 계속 늘었다. 친구, 그룹, 언론 등의 상태 업데이트를 끝없이 제공하는 페이스북의 핵심 기능 ‘뉴스피드’를 보며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일은 사용자 일상의 일부가 됐다.

페이스북이 기업으로서 월가의 재인정을 받은 것은 모바일 뉴스피드에 광고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다. 페이스북은 피시(PC) 버전 뉴스피드 오른쪽에 수직으로 나열하던 광고를, 2012년 7월부터 사용자들이 가장 즐겨 찾고 오래 머무는 모바일 뉴스피드의 콘텐츠 일부로 전진 배치했다. “최선의 광고와 최선의 이용자가 짝을 이루도록 심미적 측면과 기술적 측면에서 열심히 노력함으로써 광고산업 역사상 가장 심오한 진보를 이루어냈다.”(마이크 호플링어 전 페이스북 글로벌 비즈니스 마케팅 담당 임원) 2013년 7월 페이스북이 발표한 2분기 실적은 1년 전보다 53% 늘었으며, 특히 모바일 광고 매출은 전체 매출의 41%를 차지하며 매출 성장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의 예상치를 크게 앞섰다. 월가의 애널리스트 다수가 “잘못 판단했다”며 반성했다.

이때 100만명 수준이었던 페이스북의 활성 광고주는 2016년 1분기 300만명, 3분기 400만명, 2017년 3분기 600만명으로 확장됐다. 2016년 미국 디지털 광고비는 텔레비전 광고비를 처음 추월했다. 같은 해 페이스북은 디지털 광고비 점유율에서 구글(41%) 다음인 2위(16.6%)를 차지했다.

독이 든 성배였을까. 지난해부터 페이스북이 직면한 위기는 그러한 ‘연결’ 능력과 수익모델에서 비롯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6년 미국 대선과 영국 브렉시트를 거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이 이룩한 모바일 연결망에 유용성과 재미, 편리함 못지않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험한 측면이 공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페이스북에서 빠르게 전파되는 ‘가짜뉴스’를 목격하면서다.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는 미국 대선 캠페인의 마지막 3개월 동안 페이스북에서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허핑턴 포스트> 등의 언론사가 생산한 뉴스보다 허위 정보를 담은 가짜뉴스가 사용자의 더 많은 ‘좋아요’ 등 반응, 댓글, 공유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등 외국에서 미국 선거에 영향을 주고자 페이스북에 정치 광고를 뿌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 3월 영국의 데이터 분석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이하 CA) 전 직원의 내부고발로 알려진 페이스북의 사용자 개인정보 유출 파문은 더 묵직한 충격을 줬다. 페이스북의 사용자 데이터가 얼마나 큰 금전적 가치가 있는지를 극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CA에 사용자 데이터를 건넨 알렉산드르 코건 교수가, 제3자에게 사용자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도록 한 페이스북과의 약속을 어긴 것은 맞다. 그런데 코건 교수가 성격 테스트 앱으로 페이스북 사용자는 물론 사용자의 친구 데이터를 그들의 ‘동의’ 아래 수집하고,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가 CA에 의해 맞춤형 선거운동에 활용된 과정은 페이스북 사용자들에게 익숙한 모델이다. 페이스북이 광고주에게 제공하는 맞춤타깃 광고 상품과 닮았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CA가 페이스북을 브렉시트 여론전에도 활용한 정황을 발견하고 조사 중이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올해 4월 ‘페이스북의 비즈니스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페이스북을 민주주의에 매우 위험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소셜미디어가 구축해 놓은 “감시 자본주의” 안에서 일부 집단이 “유권자의 꿈과 공포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견해를 제조하고 소매한다”고 봤다. “테크 자이언트들(정보통신 거대기업들)’이 데이터에 대한 독점에 가까운 권력을 행사할 수 있고, 이 권력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책임성이 희박하면 민주주의가 어려움을 겪게 된다.” 페이스북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네이버, 카카오 등 사용자 데이터에 기반해 수익을 창출하는 국내외 정보통신(IT) 기업 모두 이 같은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뒤늦게 ‘민주주의 위협’ 비용 지급

페이스북이 위기라는 말은 많았지만, 사용자와 광고주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흐름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방탄조끼를 입은 듯 건재했던”(뉴욕타임스) 페이스북이 정말 위기에 빠진 듯 보이는 날이 왔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페이스북 주가가 급락하면서 하루 만에 시가총액 1191억달러(약 133조4천억원)가 증발한 것이다. 전날에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적 현황과, 같은 날 페이스북 경영진이 투자자, 애널리스트들과 나눈 콘퍼런스콜이 원인이었다. 다른 지역보다 1인당 매출이 높은 유럽 지역 일일 활성 사용자 수가 300만명 줄고, 전체 월간 사용자 증가율도 지난 분기 3.14%의 절반에 못 미치는 1.54%에 그치는 등 성장세가 둔화됐다. 매출도 증권가 기대치보다 낮았다. 그런데도 뉴스피드 콘텐츠 감독 강화, 가상현실(VR)에 대한 투자 등으로 비용은 지난 분기보다 50% 증가했으며, 직원 수도 지난해보다 47% 늘었다. 저커버그는 “앞으로 우리는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켜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보안과 사생활 보호에 막대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웨너 페이스북 최고재무책임자도 “프라이버시에 관해 사용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부여하려는 회사의 결정이 매출 성장에 (부정)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실 이미 지난해부터 페이스북은 “2018년에는 페이스북이 재밌기만 한 게 아니라 사용자 ‘웰빙’과 사회에 유익하다는 확신을 심어주겠다”, “사생활 침해, 가짜뉴스, 증오발언 등에 대한 우려로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만명을 신규 고용하겠다”는 등의 약속을 해왔다. 사용자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활용하는지 더 쉽고 정확하게 설명하도록 약관을 업데이트했고, 다른 회사가 만든 앱이 사용자의 정보를 가져갈 때 승인하는 절차를 강화했다. 정치 광고의 투명성을 높이는 정책을 내놨고,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허위 정보와 혐오·증오 콘텐츠를 퍼뜨리는 계정을 삭제 조치했다고 선제적으로 공개했다.

2012년 미국 주식시장 상장 때
저커버그, ‘돈’보다 ‘연결’ 사명 강조
미국 대선, 영국 브렉시트 거치며
‘가짜뉴스’ 논란, 개인정보 유출 파문


사생활 보호·보안에 투자 발표하자
19% 주가 급락하며 133조원 증발
“정보 보호와 기업 이익 배타적”
‘페북 지우자’ ‘페북 해체’ 운동도


민주주의 위협하지 않는
새로운 수익모델 가능할까


그렇지만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 대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페이스북의 주가가 급락한 날, 영국 하원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 위원회는 소셜미디어 규제를 요청하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CA 파문에서 시작된 이 보고서에는, 소셜네트워크에 대한 세금을 신설해 디지털 문맹 퇴치 프로그램에 투자하고, 지나치게 정밀하게 사용자를 타기팅하는 정치 광고를 금지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페이스북은 민주주의를 위협한 대가를 회사 안팎으로 치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페이스북 주가 하락 사태를 두고, 기업의 ‘자기 규제’와 시장에 사용자 데이터 보호를 온전히 맡기기 어렵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디어학자 시바 바이디아나산은 <가디언> 글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가 페이스북의 파괴력에 대항하기 위해 시장세력에 기댈 수 없음을 보여준다. 투자자는 우리를 구해주지 않을 것이다. 페이스북도 우리를 구할 수 없다. 페이스북을 해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글로벌 정치 운동만이 페이스북을 억제할 수 있다”고 썼다. 나와 내 ‘친구’의 데이터를 지키는 일은 사용자 행동으로만 쟁취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디어 사상가 칼레브 리타루도 <포브스>에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보안 강화와 관련한 거의 모든 주요 발표는 각국 정부의 조사와 규제 강화 위협에 따른 것”이라면서, “페이스북 주가 하락은 사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기업의 이익이 상호 배타적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새로운 권력>의 공동 저자 헨리 팀스, 제러미 하이먼스는 책에서 #DeleteFacebook(페이스북을 지우자), #ReformFacebook(페이스북을 개혁하자), #RegulateFacebook(페이스북을 규제하자), #ReplaceFacebook(페이스북을 대체하자) 같은 해시태그 운동을 통해 플랫폼 헤게모니를 견제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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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5억명은 여전히 ‘연결’

25억명. 페이스북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와츠앱 등 페이스북이 거느린 앱 가운데 하나를 한 달에 한번 이상 사용하는 사람 규모라고 밝힌 수치다. 매일 페이스북에 들어가는 사용자만 14억7000만명이다. <가디언>은 “페이스북은 사회기구가 아니라 상업 회사이며, 이에 따라 행동한다. 페이스북은 사용자 데이터의 깊이와 규모에 기반해 돈을 번다”며, “데이터가 새로운 석유라면, 페이스북은 가장 큰 석유 저수지를 갖고 있는 셈이다. CA는 이러한 자원을 활용한 것뿐이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사용자가 ‘석유’에 비유되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2012년 그가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는 다음 문장으로 끝난다.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한 서비스를 만들지 않는다. 우리는 더 나은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돈을 번다. 오늘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믿는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한다.”

페이스북은 과연 소셜미디어의 새 역사를 쓰고, 광고의 역사를 새로 쓴 것처럼 온라인 공론장과 디지털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이정표가 될 만한 도전을 수행할 수 있을까. 사명의 실천과 수익 증대가 충돌하지 않는 새로운 강력한 수익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까. 페이스북의 도전에 함께할 것인가 아닌가는, 사용자가 선택할 몫이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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