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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모간스탠리 SK하이닉스 비중축소 조언과 외국계 매도보고서가 잘 먹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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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자료=코스콤 CHECK, 최근 SK하이닉스 주가 흐름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지난 달 말 8만 6000원을 넘었던 SK하이닉스 주가가 6일 8만원을 하회했다. 4거래일만에 주가가 7만원대로 하락해 종가기준으로 3월 5일(7만830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6일 SK하이닉스 주가는 4.68% 하락한 7만9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 주가는 7일 1% 이상 오르면서 8만원대를 회복했다.

그런데 전일 주가 급락은 모간스탠리의 보고서 때문이었다. 외국계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가 반도체 고점 논란을 제기하면서 투자의견을 비중 축소로 제시한 영향이다.

모간스탠리는 목표주가는 7만1000원으로 낮추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를 불렀다. 외국인은 전날 1400억원 이상을 대거 순매도했다. 외국인 보유비중은 51%대에서 50%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모간스탠리 창구에서 100만주 넘는 매물이 출회됐고 다른 외국계인 크레딧스위스에서 70만주가 넘는 매물이 쏟아졌다.

■ 모간스탠리의 하이닉스 매도와 국내 증권사의 반론

모간스탠리는 하이닉스 비중축소 의견과 함께 낸드 플래시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D램 전성시대도 4분기를 기점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D램 공급부족이 4분기에 끝나면서 공급 증가로 상황이 바뀔 수 있는 데다 낸드 부문이 하이닉스에 부담을 줄 것으로 봤다.

이 같은 의견은 최근 하이닉스가 보여준 놀라운 실적으로 감안할 때 지나친 것 아닌가 하는 평가들도 많다. 하이닉스가 사상 최대실적 발표를 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기 대문이다.

7월27일 공정공시를 보면 하이닉스는 2분기에 10조3700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거뒀다. 이는 전년동기에 비해 55%나 뛴 수치였다.

영업이익은 5조5700억원을 넘어 47%나 증가했다. 1분기 영업이익 4조3600억원 수준보다도 28%가 늘어난 수치였다. 분기 영업이익 5조원대는 삼성전자나 가능하다고 봤던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향후 반도체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앞세운 외국계의 보고서에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대거 이 주식을 처분했다.

외국계 보고서에 주가가 휘청하자 국내 분석 업계에서 반박 자료를 내기도 했다.

KB증권의 김동원 연구원은 "모간스탠리 보고서는 4분기 데이터센터용 서버 DRAM 수급 불균형 완화, NAND 공급증가에 따른 가격하락 등에 중점을 둔 듯했다"면서 "하지만 이는 기존 시장에서 제기된 전망의 반복에 불과한 것으로 새로운 우려 사항들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DRAM 선두업체들의 내년 설비투자가 전년대비 감소가 예상되고, 생산성 향상을 통한 기술격차 전략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이 같은 DRAM 시장의 경쟁심화 우려는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김 연구원은 여전히 강력한 실적 재료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비싸지도 않은 하이닉스에 대한 매도 보고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그는 SK하이닉스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분기대비 각각 8%, 10% 증가(전년대비 38%, 64% 증가)한 11.2조원, 6.1조원(OPM 55%)으로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을 예상했다.

3분기 DRAM 출하성장(bit growth)은 미국, 중국 IDC 수요증가로 전분기대비 7% 증가하고 평균판매단가(ASP)도 전분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NAND 가격(ASP)은 전분기대비 9% 하락이 예상되지만 수요탄력성이 반영되며 bit growth는 23%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하이닉스의 2018년과 2019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21.8조원, 19.2조원으로 유지하며 목표주가 10만원(2018년 예상 PBR 1.5배, PER 4.5배)과 투자의견 바이(Buy)도 유지한다"고 밝혔다.

모간스탠리와 국내 증권업계의 예상에 상당히 큰 격차가 나는 가운데 결과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다만 강도 높은 '베팅성' 모간 스탠리 보고서가 주가가 주가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반복되면서 불편해 하는 모습들도 보인다.

■ 모간, 작년 11월 삼성전자 매도로 충격 준 뒤 하이닉스 매도로

모간스탠리는 작년 11월이 끝나기 직전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조정하고 목표주가도 낮추면서 외국인의 매도 공세를 부른 전력이 있다.

반도체 호황 등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300만원 이상, 심지어 350만원까지 갈 것이란 보고서들이 쏟아졌던 당시 외국계 증권사의 반대 방향 베팅은 전체 한국 주식시장에 타격을 입혔다.

당시 모간스탠리는 "메모리 사이클이 조만간(soon) 정점을 찍을 것"이라며 "메모리 주식에 대한 투자를 멈출 때"라고 주장했다.

액면분할한 가격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작년 10월 30일 5만7520원에서 고점을 찍었으며 현재는 4만7천원 수준으로 고점 대비 18% 가량 빠져 있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급등에 따른 조정을 받고 있는 상태였으며 이런 상황에서 이 회사의 보고서가 조정폭을 더욱 키웠다. 당시 보고서가 영향을 미친 주에 삼성전자는 8% 남짓 속락한 바 있다.

이번엔 시가총액 2위 반도체 업체 SK하이닉스에 대해 비슷한 보고서를 낸 것이다.

작년 삼성전자 보고서 때와 마찬가지로 SK하이닉스 주가도 조정을 받고 있을 때 모간스탠리의 보고서가 나와 주가 하락에 힘을 실었다.

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달리 올해 5월 하순에 고점을 찍은 바 있으며, 7월부터는 주가 낙폭을 키우고 있던 상태였다.

■ 주식시장에서 외국계 매도 보고서가 힘을 갖는 이유

국내 업계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은 모간스탠리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비관론을 다시 부추기는 데 관심을 가졌다.

다만 반도체 가격 고점 논란이나 4분기 이후 반도체가 꺾일 것이란 일각의 예상들도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외국계 보고서에 국내를 대표하는 대형 종목들의 주가들이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들도 엿보인다.

투신업계의 한 펀드매니저는 "하이닉스에 대한 모간의 매도 보고서는 작년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 보고서를 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한다"면서 "과도한 주장을 펼치지만 보고서가 외국인 수급을 업고 영향을 미치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에 대해 '좋은' 전망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외국계 애널리스트들을 더 쳐다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들렸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의 한 펀드매니저는 "외국계 애널리스트의 보고서에 특별히 다른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예측력이 뛰어나지도 않다"면서 "다만 국내 애널리스트에 비해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게 훨씬 자유롭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국내 분석업계의 구조적 모순이 외국계 애널리스트들을 더 신뢰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반도체 전망에 주식시장이나 국내 경제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관심들은 적지 않다. 아울러 한국경제의 불확실 요인 등으로 외국계의 주식 매도 보고서는 특히 '잘 먹힌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산운용사의 한 팀장은 "반도체가 4분기 후에 꺾일 것이란 얘기도 적지 않은데, 가 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면서 "서버용 D램 수요는 당장 눈에 잡히지 않으니 판단이 쉽지 않다. 당분간 노이즈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성장률 둔화 가능성은 열려 있다. 중국도 올라오고 있고 내년에 대한 확신을 갖기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외국계가 조금만 부정적인 얘기를 해도 장이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결국 3분기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계 매도 보고서의 경우 외국인 수급을 등에 업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 국내 애널리스트들이 기업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다는 점, 최근의 불확실한 산업이나 경제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시장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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