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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터키 리라 급락이 초래한 금융시장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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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자료=코스콤 CHECK, 달러/리라 최근 흐름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아르헨티나 페소와 함께 위험한 통화의 대표주자로 꼽히던 터키의 리라화 가치가 급락했다. 13일 아시아 장에서 달러/리라는 7리라를 훌쩍 넘는 수준을 보이기도 하면서 여전히 불안정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달러/리라는 이달 초만 하더라도 4.9리라대 초반 수준이었으나 최근 급격히 오른 것이다. 달러/리라는 지난 9일 5리라대 수준을 나타내다가 지난 금요일 6리라 위로 훌쩍 뛰어오른 뒤 추가 상승 룸을 엿보고 있다.

그간 터키는 정치, 경제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나라로 평가 받아왔다. 단기 외채 부채가 높은 데다가 외환보유액도 줄어들고 있어서 남미 국가들과 함께 신흥국 중 위기 가능성이 상당한 국가로 꼽혀왔다.

아르헨티나가 올해 이미 구제금융을 신청한 가운데 유럽연합 회원국인 터키는 미국과의 갈등까지 겪고 있어 상황이 만만치 않다. 연초 이후 리라화는 달러에 대해 이 시각 현재 45% 가량 폭락했다. 전 세계 통화 중 가장 두드러진 약세를 기록 중이다.

■ 리라화 폭락이 미친 영향..위험자산 VS 안전자산

터키 사태는 우리 시간으로 지난 주 금요일 오후에 급속히 부각됐다. 당시 국내 금융시장도 이 사태에 크게 놀랐다. 달러/원 급등 속에 주가는 빠지고 채권가격은 뛰었다.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던 터키 리라가 유로존 은행들의 터키 익스포저에 대한 우려로 휘청인 뒤 국내 금융시장에까지 영향을 준 것이다. 특히 지난 주말 리라화가 장중 20% 이상 달러에 대해 급락하는 등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날뛰었다. 이 사태는 글로벌 안전자산선호에 불을 당겼다.

터키의 정치, 경제적 불안이 유럽 은행들의 주가에 타격을 입히면서 유로화 약세, 달러화 강세를 이끌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 터키와 사이가 안 좋은 미국은 이 상황을 압박의 기회로 활용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자신의 트윗을 통해 "터키 리라가 우리의 아주 강력한 달러에 대해 빠르게 미끌어지고 있으며, 나는 방금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두 배로 올리는 방안을 승인했다. 알루미늄은 이제 20%, 철강은 50%가 된다. 우리와 터키의 관계는 현재 좋지 않다"는 메시지를 띄웠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이 사태는 달러의 입지를 더욱 굳히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 올해 4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90선 내외에 머물고 있었으나 이후 꾸준히 올랐으며, 이번 사태로 더욱 각광을 받았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주말엔 96.35를 넘어서면서 작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터키 리라가 급락하면서 달러에 대한 유로화 가치가 속락한 영향 등이 작용했다. 달러/원 환율은 전날 11.7원 뛰면서 1128.9원으로 오른 뒤 이날은 1130원대 중반까지 올랐다.

채권시장에선 터키 통화 급락으로 미국채, 독일 분트채 등 안전자산이 강세를 보였다. 반면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채가격은 하락했다. 원화채권은 지난 주 금요일 안전자산선호에 편승해 강세를 구가했다. 다만 '위험통화'인 원화가 달러에 대해 급격한 약세를 띠는 모습을 보면서 마냥 안전자산선호 무드에 편승하는 게 속 편하지 않다는 반응들도 엿보였다.

뉴욕 주식시장 등 글로벌 주가지수는 대체로 약세를 나타냈으며, 국내 주식시장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위험회피심리가 강화된 만큼 위험자산인 각국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다.

■ 터키의 내부적 한계와 외부적 위치

금융위기를 맞는 국가들의 공통점은 대외부채가 많다는 점이다. 터키의 경우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나타내는 탓에 외국인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으며 외환보유액도 충분하지 않다.

대외자본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어 달러 빚이 많은 터키는 자국 통화 가치가 급락할 때 부채의 위험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터키의 경우 2017년 기준 대외부채가 GDP의 절반이 넘는 수준까지 올라왔으며, 특히 위험한 부채라고 할 수 있는 단기 외채도 20%를 넘어섰다. 자국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 부채는 자동적으로 점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지난주 터키 리라화 가치가 25% 넘게 달러에 대해 폭락하고 3년짜리 터키 국채 금리는 300bp 넘게 뛰었다. CDS 프리미엄도 90bp 넘게 오르는 등 위험 징후를 나타냈다.

다만 터키 내부의 위기와 별도로 이 나라가 다른 나라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진단들도 많다.

우선 터키의 국내총생산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정도로 0.7% 수준인 아르헨티나보다 약간 큰 수준이다.

한국은 터키에 자동차 공장이 있으나 한국 수출에서 터키가 차지하는 비중은 1.1% 수준이고 수입은 0.2%에 불과하다.

유럽 은행권의 터키에 대한 익스포저는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순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BIS 기준으로 올해 1분기 현재 터키가 은행으로부터 빌린 자금은 2230억달러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페인이 36%, 프랑스가 16%, 이탈리아가 8% 남짓이다.

터키의 경제 규모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터키 사태가 유로존으로 파급돼 글로벌 금융시장에 혼란을 줄 개연성은 감안해야 한다. 터키 정부의 투자자에 대한 신뢰회복이 급선무라는 진단도 많다.

다만 현재로선 터키가 거시건전성이 취약한 신흥국 상황을 악화시킬 수는 있어도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많다.

NH투자증권의 신환종 연구원은 "상당기간 지속될 터키의 외환 위기 이슈는 유럽 은행의 부담을 높이고 당분간 신흥국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를 약화시키며 신흥국 자산의 가격을 하락시킬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투자자들이 이미 4월 이후 달러 유동성 축소 등으로 신흥국 자산에 대한 신중한 스탠스로 전환된 상태인데다, 주요 신흥국들의 맷집이 양호한 상황이라 대형 신흥국 위기로 전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외화유동성이 취약한 상태에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신흥국들이 충격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만, 큰 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관점이다.

메리츠증권의 이승훈 연구원은 "터키 사태의 시장 경로를 통한 전염 가능성과 금융기관을 통한 위험 전이 개연성이 크지 않고, 정책당국 및 IMF 등의 대응이 남아 있다"면서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터키발 사태가 글로벌 경기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으로 보인다는 관점들이 많다. 다만 금융시장은 사태를 주시할 수밖에 없다.

■ 금융시장, 혼돈 속에 환율 흐름 등 주시

전날 달러/원 환율이 11원 이상 급등하고 이날은 1130원대 중반 수준까지 올라오면서 터키 사태의 금융시장 영향은 계속 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터키 사태로 연이틀 달러/원 환율이 크게 오르고 있어 글로벌 달러의 향배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면서 "환율이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더 오를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고 했다.

터키 사태가 유로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보면서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식이나 채권시장 모두 터키 사태와 관련해서는 환율 흐름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염동찬 이베스트 연구원은 "터키가 국내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로는 유럽 금융기관의 터키 채권 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하면서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을 감안할 수 있다"면서 "리라화와 함께 동유럽과 남아공 통화가 약세를 보였는데, 위험자산 선호도가 감소하며 이머징 통화가 전반적인 약세를 보일 가능성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달러화 강세는 이머징 국가에 좋은 신호가 아니다. 리스크 확대 여부는 아직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현재 국내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은 너무 낮고 주가지수는 바닥을 기는 상황이어서 9월말을 겨냥하고 비중을 확대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40p 이상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저가매수에 대해 엄두를 못 내는 모습도 보인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주가가 싸긴 하지만 지금의 분위기에선 반등의 재료를 찾기가 만만치 않다. 결국 에르도안이든 시진핑이든 트럼프에게 두 손을 들어야 장이 좀 진정될 것같다. 가격 반등 여지보다 기술적으로 무너져 2100선으로 고꾸라질 가능성에 더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은 전일 안전자산선호 무드를 다소 선반영한 뒤 지금은 레벨 부담과 환율 흐름 등을 안하면서 등락하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채권분석가는 "터키 사태는 단기적으로 안전자산 선호에 기댄 채권금리의 하락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환율의 불안정성이 확산될 경우 금리의 반등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도 간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채권시장은 안전자산선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현재 가격 부담이 큰 상태"라며 "외생변수가 강력하다는 판단에 선뜻 베팅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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