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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서귀포 워라밸 도전기] ③ 제주 숲속 깊은 곳 특별한 박물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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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건축 대가들의 예술혼이 담긴 박물관들

[편집자주] 노트북을 들고 제주 서귀포로 훌쩍 떠났다. 일주일간 '워라밸 스마트 오피스'가 있는 체이슨 더 리드를 숙소로 두고 오전엔 평소 출근하듯 일을 하고, 오후엔 서귀포 주변을 즐길 계획이다. 이번 취재는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작은 꿈이 실현되는 것이다. ‘디지털 노마드’를 흉내내기 위해 태국 치앙마이도 여러차례 다녀왔다. 여건 상 해외에서 사는 건 여의치 않아 국내에서 실현해보고 싶은 갈증이 있었는데 체험 취재라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이번 취재에선 변덕스러운 제주의 날씨만 허락한다면, 미뤄온 서핑 배우기 부터 4.3 유적지 방문, 미술과 건축 기행에 도전할 생각이다. 짧지만, 일과 휴식을 함께 하는 '워라밸' 도전기를 시리즈에 걸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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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태 박물관 입구© News1 윤슬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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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서귀포의 숨은 매력은 장쾌한 바다가 아니라 숲에 있다.

숙소에서 차로 약 20분 이동하면 만나게 되는 산록도로는 서귀포 내에서도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다. 양옆에 울창한 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숲길로 왼쪽으로 한라산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다른 한쪽으로는 새파란 바다가 펼쳐진다.

또 하나, 숲 깊숙하게 들어가면 비밀의 박물관과 건축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제주 자연과 어우러진 건축물들은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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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 아래 콘크리트 건물과 제주 전통 담장, 인공 냇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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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이 본태 박물관이다.

제주에서 통틀어 가장 뜨거운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시하는 유명 작품들뿐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인증 사진'을 찍는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본태 박물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지니어스로사이, 글라스하우스와 함께 제주에 설계한 역작 중 하나다.

'본태'(本態) 라는 이름의 뜻처럼 인간의 근원적인 아름다움을 탐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안도의 경건함이 느껴질 정도로 정제된 간결함은 여기서도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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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태 박물관 어디서나 바라볼 수 있는 산방산©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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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건물이지만 삭막함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제주도 전통 담장, 담을 따라 흐르는 인공 냇물, 저 멀리 바다 넘어 산방산 풍경 등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전시관은 총 5관으로 나뉜다. 구성은 가장 한국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을 다룬다. 제1박물관에는 아기자기함을 좋아하는 현대 여성들이 관심을 가질 전통 수공예품이 전시돼 있다. 다채로운 소반부터 색색의 보자기, 화려한 자수 공예, 여성 장신구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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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사마 아요이 무한 거울방©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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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관에선 비디오 예술가 백남준을 비롯해 살바도르 달리, 이브 클라인 등의 작품이 자리해 있다. 전시관 끝엔 안도 다다오가 한국 모시 조각보를 형상화해 스테인드글라스로 만든 명상의 방으로 이어진다.

관람객의 인증 사진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곳은 구사마 야오이의 두 개의 작품이 전시된 3관이다. 여러 개의 점이 찍힌 설치 예술품인 '호박'과 마치 우주 공간에 와 있는 듯한 '무한 거울방'이 있다.

특히 사방이 둘러싸여 있고 바닥은 물로 이루어진 거울방은 100개의 LED 조명이 바뀔 때마다 블랙홀에 빠져들 듯 우주공간에 홀로 서 있는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이밖에 4관에선 '피안으로 가는 길의 동반자' 라는 주제 아래 현재 거의 완벽하게 보존한 조선 후기 상여를 관람할 수 있다. 기획전시가 열리는 5관에선 불교 유물 200여 점이 전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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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착시 효과를 주는 방주교회©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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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태 미술관에서 차로 약 3분도 채 안 걸리는 방주교회는 재일교포 건축가인 '이타미 준'(유동룡)이 설계한 혁신적인 건축물이다.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이곳의 외관을 보러 굳이 산길을 지나 찾아오는 곳이다.

연못 위에 노아의 방주 형태의 건물을 세워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교회와 같은 착시 효과를 준다. 특히 건물 4면이 얕은 물로 되어 있는 데다 앞쪽의 물 공간이 더 넓게 돼 있어 당장이라도 항해할 것 같은 배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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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회색, 흰색이 조화를 이루는 지붕©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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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교회와 달리 십자가가 한 벽면에 디자인돼 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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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특징은 푸른 하늘, 물, 나무, 금속이 조화를 이뤘다는 점이다. 이 덕분에 2010년 한국건축가협회상 본상을 받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철제 삼각형을 활용해 만든 지붕의 경우 파란색, 회색, 흰색이 조화를 이룬다.

방주교회의 또 다른 특징은 여느 교회와 달리 건물 외관에 십자가를 설치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 벽면에 십자가를 그려 놓았다. 혹자들은 이걸 보고 '겸손한 교회'라고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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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박물관(위쪽부터), 풍 박물관, 석 박물관.비오토피아 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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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미 준의 또 다른 걸작을 만나려면 수풍석(水風石) 박물관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제주를 상징하는 물, 바람, 돌을 테마로 삼고 있는 박물관으로 그저 미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닌, '명상의 공간'을 제시한다.

이곳은 주변의 다른 박물관과 달리 언제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 주택지인 비오토피아에 자리해 있어 주민자치회에서 평일 오전 10시 30분과 오후4시, 두 번만 최대 25명 예약제로 방문을 허락한다. 예약은 홈페이지에서 미리 하면 된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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