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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자영업자·소상공인 덮친 소득주도성장…결국 일자리 창출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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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 참사 ◆

매일경제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경기도 우수인재 취업박람회`에 참석한 구직자들이 현장 면접을 보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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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017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2.5%에서 2.8%로 높여 잡았다. 문재인정부 출범으로 정치적 불안이 해소되고 안정적 국정 운영이 가능해졌다는 이유에서다. 3개월 뒤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3%대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수출, 고용, 정책 안정성 등 모든 전망이 밝았다. 하지만 지난 1년여간 정부가 가장 우선순위에 뒀던 일자리 관련 지표가 악화일로를 걸으며 경제 기반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J노믹스의 핵심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역설적으로 취약계층의 삶을 더 나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고용 쇼크 원인으로 분배의 문제를 성장과 엮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일제히 지목한다.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모두 어긋나면서 오히려 정책 목표인 서민층을 소외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연이어 취약계층에 대한 자금 지원책만 내놓으면서 '취업하지 못해도 돈을 주겠다'는 식의 매우 잘못된 메시지를 국민에게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J노믹스에서 소득 분배와 성장을 함께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내세웠는데 이것은 궤변"이라며 "저소득층 평균 소비 성향이 높지만 절대적 소비액은 낮아 소득이 늘어도 소비 증가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획재정부 같은 경제부처에서 기업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만들려 해도 청와대에서는 정반대 정책을 펴니까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저소득층은 분배의 문제로 접근하고, 투자와 일자리 문제는 전통적 방식으로 접근했다면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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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정부 경제팀이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서민 일자리와 기업 투자가 동시에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줄곧 불화설을 노출했다. 둘은 지난 5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 영향을 놓고 서로 대립한 바 있다. 이후 두 사람이 격주로 회동하기로 하면서 봉합되는 듯했지만, 김 부총리의 삼성 방문을 두고 '투자 구걸' 논란이 청와대에서 제기돼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또다시 드러나기도 했다.

김 부총리는 내년도 최저임금 재심의를 놓고 국무회의 도중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부딪치기도 했다. 김 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률(10.9%)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자 김 장관이 강하게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정작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고용정책을 경제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성급하게 결정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주가 550만명, 무급가족종사자는 110만명이나 되는데 이들은 근로자나 다를 바 없는 자본가"라며 "자영업자가 취업자 중 25%를 차지하는 구조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는 정책은 하위 분포 노동자를 빈곤층으로 전락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갑질 근절'을 명분으로 프랜차이즈 가맹본사에 대한 조사와 규제 방안 마련에 나선 공정거래위원회 활동도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규제 방침이 자영업 일자리 기여도가 높은 프랜차이즈 산업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일련의 경제정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은 성과주의와 조급증이 만들어낸 대책일 뿐"이라며 "정부는 단기적인 효과에 집착하지 말고 정권 말까지 경제 시스템을 고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먼 길을 돌아가는 게 정답"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에 집착하지 말고 산업경쟁력, 기업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득주도성장의 한계를 혁신성장으로 커버한다는 식의 정책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혁신성장은 장기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이지 당장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여당에서조차 경제정책 실패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념과 코드로 무장된 정권 공신들보다는 수십 년간 보수·진보정권을 경험한 경제 관료들이 가장 최적화된 정책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섭 기자 / 석민수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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