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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자영업자 계약해지 글로벌 금융위기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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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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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들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데는 경기 불황, 보험사 규제 강화, 독신가구 증가 등의 영향이 주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보험사의 설계사지원팀장은 "보험은 경기후행산업으로, 경기가 좋을 때는 보험 수요가 늘고 안 좋을 때는 감소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그런데 최근 몇 년간 경기가 계속 안 좋기 때문에 보험 수요가 줄기만 한다"고 말했다.

불경기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는 계약해지(중도해지)다. 지난 1~5월 만기를 채우기 전에 해지한 보험계약은 계약액 기준으로 98조6642억원에 달한다. 작년 동기보다 1.4% 늘어 3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보험사 영업 담당자들에 따르면 계약해지의 대부분은 자영업자들이 차지한다.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자영업자들의 해지가 많았는데 그때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것.

인구구조 변화, 취업난과 같은 사회 변화 트렌드도 보험 가입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미혼자들은 자녀 교육이나 노후 등을 대비한 보험 가입 수요가 기혼자들에 비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또 취업 관문을 넘지 못한 20대들은 돈이 없어 보험에 관심을 갖지 않는 일이 많다. 한창 보험에 가입할 연령대인 30대는 집값 상승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상환 압박으로 보험 소비 여력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 시행될 예정인 자본규제도 보험사들이 양적 성장을 지양하고 내실에 초점을 맞추도록 유도하고 있다.

2021년 새 보험계약 회계처리기준 IFRS17이 도입되면 자본규제가 대폭 강화돼 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건전성 평가에 불리하고 보험료 규모가 큰 저축성 보험 영업을 줄이게 된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생명보험 업계 수입보험료는 퇴직성 연금의 성장세 둔화와 저축성 보험의 감소세 심화로 작년보다 5.7%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는 2018년 성장률로 0.3%를 제시했다가 최근 보험업 위기를 반영해 -5.7%로 수정한 것이다. 저축성 보험이란 은행저축처럼 계약 만기 시 지금까지 납입한 보험료 총액보다 많은 돈을 돌려받는 보험을 말한다.

소비 양극화는 보험시장에도 적용된다. 한 보험사 영업팀장은 "불경기라지만 월 보험료 100만원 이상 고액 상품 계약은 줄지 않고 있다"면서 "가장 보편적 상품인 보험료 30만원 안팎 상품은 소비가 계속 감소세"라고 전했다.

결혼 기피와 저출산으로 인구구조가 바뀌고 보험 수요가 감소하는 반면 보험금 지급액은 오히려 증가한다는 게 보험산업에 닥친 진짜 위기다.

지난 1~5월 보험사들이 지급한 보험금과 해지환급금을 합치면 총 24조8399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4.8% 증가했다. 3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30.6% 급증한 수치로, 같은 기간 신계약이 27% 감소한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보험업 전성기인 1990년대 종신보험상품 등을 내세워 대대적으로 신계약을 판매했는데 이때 보험에 가입한 중장년층이 만기를 채우고 고령화되면서 보험금 지급 증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지난 1~5월 사망보험금 지급 건수는 8만1000여 건으로, 3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0% 넘게 증가했다. 보험료 수입은 줄고, 지급보험금은 증가하기 때문에 보험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당연해 보인다.

실제로 지난 5월 말까지 24개 생보사들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1조232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감소했다.

전체 가입자들의 보험계약 총합인 보유계약액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보유계약액은 생명보험협회가 통계를 작성한 1991년 이후로 매년 성장을 지속했지만 지난해 말 2445조8344억원을 정점으로 올해 들어 감소세를 거듭해 5월 말 현재 2441조1020억원까지 떨어졌다. 초회보험료나 신계약에 비해 비중이 떨어지는 지표지만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성장을 유지했던 보유계약액의 감소세 전환은 국내 보험시장 포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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