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세청이 자영업자들에게 내년 말까지 세무조사를 면제·유예하겠다고 밝혔죠. 자영업자들이 세무조사 걱정없이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인데요.
그런데 세금신고를 소홀히 해도 세무조사를 정말 받지 않을까요. 국세청이 면제하는 세무조사는 정기조사만 해당합니다. 반면 탈세제보 등 명백한 탈루혐의가 있는 경우 '비정기 세무조사'는 언제든지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경우에도 2020년 이후에는 세무조사를 받게 되는데요. 국세청이 내놓은 자영업자 세정 대책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습니다.
# 자영업자 세무조사, 왜 면제할까
한승희 국세청장은 지난 16일 서울지방국세청에서 569만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해 세무조사 면제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는데요. 한 청장이 직접 기자 브리핑에 나선 건 지난해 7월 취임 후 처음입니다.
당초 국세청은 16일에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개최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전날에 갑자기 일정을 미루더니 세무관서장 회의 대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세무부담 축소 및 세정지원 대책 브리핑을 하겠다고 밝혔죠.
국세청장이 이례적으로 브리핑에 나서면서까지 예정에 없던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세무조사 면제혜택을 발표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자영업의 특수성과 어려움을 감안해 600만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생업에 전념하게 당분간 세무조사 유예 및 면제 등 세금 관련 경제적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한 청장이 문 대통령에게 대책안을 보고했고 직접 브리핑에 나선 겁니다.
# 세무조사 면제와 유예 혜택은
국세청은 연간 수입금액이 기준금액(도·소매업 등 6억원, 제조업·음식·숙박업 등 3억원, 서비스업 등 1억5000만원) 미만인 자영업자들을 2019년 세무조사 대상 선정에서 제외(2017년도 귀속분)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세무조사 대상 선정에서 제외하면 세무조사도 받지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세무조사는 직전년도에 신고한 소득에 대해 진행하는 정기조사를 말합니다. 국세청은 매년 초 정기조사대상을 선정해 세무조사를 해왔는데요.
정기조사 대상을 선정할 때는 국세청 전산시스템을 활용해 동종업종의 평균소득률·평균현금매출 비율, 신고소득 대비 신용카드 사용액, 부동산·자동차 등 재산취득내역의 자금출처 등을 분석하고 탈세가 의심되는 사업자들을 골라냅니다. 여기에 포함된 사업자들은 정기세무조사를 받게 되죠.
또 2019년 말까지 세무조사 착수를 전면 유예할 예정입니다. 조사 유예는 말 그대로 세무조사를 미루는 것으로 2020년 이후에는 세무조사에 착수한다는 뜻입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2016년도 귀속 소득은 2020년 이후로 세무조사를 미루고 2017년도 귀속 소득은 정기 세무조사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 내년까지 탈세해도 될까
그렇다면 국세청 세정지원 대상이 된 자영업자들은 세금을 대충 신고해도 탈이 없을까요. 국세청은 "탈세제보 등을 통해 명백한 탈루혐의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세무조사 등 엄격한 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비정기조사 가능성은 열어뒀습니다.
명백한 탈루혐의는 구체적인 탈세제보, 기관간 정보공유,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 차명계좌 신고 등 다양한 경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용이 구체적이고 명백한지에 따라 비정기조사 여부를 결정합니다.
비정기조사는 ▲납세자가 세법에서 정하는 신고, 성실신고확인서의 제출, 세금계산서 또는 계산서의 작성·교부·제출, 지급명세서의 작성·제출 등의 납세협력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무자료거래, 위장·가공거래 등 거래 내용이 사실과 다른 혐의가 있는 경우 ▲납세자에 대한 구체적인 탈세 제보가 있는 경우에 착수하는 조사입니다. 정기 세무조사와는 달리 수시로 이뤄질 수 있죠.
이번 세정지원 대책에 따르면 2017년도 귀속 소득분은 정기조사 대상에선 배제되지만 명백한 탈루혐의가 발견되면 비정기조사 대상은 될 수 있습니다. 2016년도 귀속 소득분은 2019년말까지 정기조사가 유예되지만 비정기조사는 세금 부과제척기간(10년) 내라면 언제든 가능합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정기 세무조사 대상 선정에서 제외되면 정기 세무조사는 받지 않지 않지만 세금 탈루혐의가 명백하고 구체적인 경우 비정기조사는 받게 된다"며 "부과제척기간이 끝나지 않았다면 구체적 탈루혐의가 있는 경우 언제든지 비정기조사를 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 신고내용 확인 면제란
국세청은 또 2019년 말까지 자영업자의 소득세·부가가치세 신고내용 확인을 전면 면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해명안내문이 이미 발송된 경우에는 신고내용 확인을 최대한 조기에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신고내용 확인제도는 종전에 '사후검증'이라 불리던 제도로 납세자가 세금을 세법에 맞게 신고했는지 검증하는 제도입니다. 국세청은 전산을 통해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세목에 대해 매출누락, 가공경비 등을 검토하고 이상이 있는 경우 신고내용확인 대상자를 선정합니다.
선정된 대상자들에게 안내문을 보내 증빙서류를 첨부해 소명하라고 하는데요.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면 세무조사로 전환되거나 수정신고를 통해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합니다. 다만 신고내용 확인을 면제받았다 하더라도 명백한 세금 탈루혐의가 확인되면 비정기 세무조사를 받게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 세무조사 면제 수혜자는 0.09%
국세청은 소규모 자영업자 519만명이 세무검증 유예 및 면제 혜택을 보게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는 자영업자는 이보다 훨씬 적습니다. 원래 세무조사를 받는 개인사업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인데요.
세무조사를 받는 자영업자 수는 매년 4000명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년도 기준 종합소득세 신고를 한 548만2678명의 자영업자 중 4985명이 세무조사를 받았습니다. 조사를 받은 자영업자는 전체의 0.09%로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이동기 세무회계 조이 대표세무사(전 한국세무사고시회장)는 "개인사업자들의 경우 세무조사를 받아본 적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자영업자들이 힘든 이유는 따로 있는데 정부는 엉뚱하게 세무조사 면제로 자영업자들을 살리겠다는 것"이라며 "세무조사 면제는 자영업자를 살리는 대책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탈세를 조장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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