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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한은 총재의 '신중함'에 지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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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31일 열린 금통위 금리결정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동결됐다. 이일형 위원은 역시 예상대로 소수의견(인상 주장)을 내놓았다.

채권시장은 금통위를 강세의 기회로 활용했다. 시장 참가자 대다수가 금리 동결을 예상한 가운데 이주열 총재 발언에선 특별한 방향이 나오지 않았다는 진단이 많다.

이 총재가 계속해서 신중 모드를 강조하다 보니 투자자들 사이엔 고뇌하지만, 결단을 내릴 수 없는 금통위의 한계를 거론하는 경우가 많았다.

■ 잠재수준 성장과 물가 오름세 확대되면 완화 정도 조정 가능..그러나 '신중모드'

이주열 총재는 그간 성장률이 잠재수준을 나타내고 물가가 목표 근처로 가면 완화 정도의 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 총재는 올해 소비자물가가 7월 전망 수준을 밑돌 수 있다면서도 4분기로 가면 물가가 1%대 후반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규제물가 때문에 물가 상승이 예상에 못 미쳤다는 언급도 했다.

여전히 금리인상 여지를 남겨뒀지만 총재의 발언은 '신중 모드'에 맞춰졌다.

성장의 상방과 하방 위험 중 어떤 게 큰지에 대해 이 총재는 "일률적으로 말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미중 무역분쟁, 고용부진은 성장률을 낮출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인 반면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 주요 기업의 투자확대 계획 등은 경기를 위로 끌어올리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7월 전망 때보다 상방이든 하방이든 불확실의 정도가 더 커졌다고 봤다.

금리인상 타임을 놓쳤다고 보지 않느냐는 질문엔 "올해 대외 불확실성이 급속히 커졌다"면서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대외 불확실성에 대해선 "그야말로 주의 깊게 모니터링 해서 대응할 것"이라고도 했다.

고용을 한은 목적조항에 넣는 문제에 대해선 "대단히 조심스럽다"고 했다.

이 총재는 이날 발언은 유독 신중함, 아울러 기존 전망을 바꾸는 문제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답했다.

고용부진이 성장전망을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엔 "현재로선 7월 전망에서 본 흐름대로 갈 듯하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일각에서 집값 급등을 이유로 금리 인상을 종용하고 있지만, 통화정책의 부동산 대응 역시 전통적 통화정책 틀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신중한 입장이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으로 집값에 대응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성장, 물가로 대표되는 총수요를 안정화시키는 수단"이라며 "현재 우리나라의 고용과 주택시장 문제는 경기적 요인보다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고용 부진이나 부동산 급등 모두 금리로 대응하긴 곤란하다는 것이다.

■ 이 총재의 '신중한 스타일'에 지친 사람들

이자율 시장에선 여전히 한은의 금리인상 의지는 남아 있지만 구체적인 시그널이 없는 데다 한은이 '신중 모드'로 일관해 답답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A증권사의 한 딜러는 "한은 총재가 인상 의사를 계속 드러내면서도 경제를 지켜보자는 자신감 없는 말투로 일관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총재의 말을 들으면 경제를 보면서 당신들이 판단해 보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총재의 판단을 유보하는 식의 발언에 다들 난감해 한다"고 말했다.

B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총재의 발언은 한 마디로 경계감을 유지하라는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고 평가했다.

이자율 시장 종사자들 사이엔 이주열 총재의 발언이 '금리를 올릴 수 있으나 언제 올릴지는 가늠하기 어려운' 쪽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 총재의 이미지가 점점 더 '신중' 쪽에 맞춰지는 느낌이다.

C증권사의 한 딜러는 "일년 내내 총재가 보인 모습은 '신중'이었다. 이 총재는 특기와 성향이 '역대 가장 신중한' 총재가 될 듯하다"면서 "이 총재의 발언 중 신중하게 지표를 살피고 최상의 의사결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은 참으로 난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좀 가혹한 표현인지 모르겠으나 한은은 지금 모든 책임으로부터 독립성을 주장하려는 것 같다. 지금 은행, 보험, 증권 등의 가산금리는 다 올려 놨는데, 예금금리만 못 올리게 만든다. 금융기관의 배가 많이 부른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 총재가 너무 신중한 인상을 주니, 결국 한은이 이것저것 쟤다가 아무 것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보였다.

D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이 총재의 발언이 좀 허망하고 시장의 신뢰도 높지 않은 것 같다"면서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다 금리를 못 올리는 것 아니냐고 하니 간담회 막판에 조금 감정이 드러난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 반응은 결국 한은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쪽이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장이 강세로 간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의 발언에 시그널이라고 할 만한 것을 찾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선 무난하지만, 방향은 없는 이벤트라는 평가도 보였다.

E 은행 관계자는 "이 총재의 얘기는 사실 좀 뻔했다. 기존 입장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방향을 알려주거나 꼬투리를 잡힐 만한 발언은 너무 조심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아무튼 뭔가 결단을 내리지 않는 모습을 두고 답답해 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리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는 F 증권사의 한 딜러는 "총재가 자꾸 지켜보자고 하는데, 나중에 뒷감당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폭등 등 망국적 자산버블 현상이 발생했지만, 한은엔 별다른 문제 의식이 없다. 향후 환율 역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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