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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8월 소비자물가와 관점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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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자료=통계청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기료 인하 영향 등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상승률을 축소했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1.4% 올랐다. 전월대비로는 0.5%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의 전년비 상승률은 올해 4월 1.6%를 기록한 뒤 5~7월 3개월간은 1.5%를 나타냈다. 이후 8월엔 상승률이 좀 더 둔화된 것이다.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2017년 10월 이후 11개월 연속 1%대를 기록했다. 지난 해 여름 일시적으로 2%를 크게 웃돌면서 상승폭을 확대하기도 했으나 1%대로 되돌려진 뒤 계속해서 낮은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8월의 전월비 상승률은 7월(0.2%)을 웃도는 것으로 올해 2월(0.8%) 이후 가장 높다.

통계청은 "전월비로 볼 때 폭염으로 채소(30.0%), 과실(9.0%) 등 농산물이 크게 상승(14.4%)했으나 전기료는 7∼8월 한시 인하로 16.8% 하락했다"고 밝혔다.

■ 근원물가 상승률 '0%대'..여전한 관리물가의 물가상승률 낮추기

수요압력에 중점을 둔 근원 물가들의 물가 오름폭은 더욱 제한적이었다.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는 전년대비 0.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 4월 1.4%, 5월 1.3%, 6월 1.2%, 7월 1.1%를 기록한 뒤 8월엔 0%대로 낮아진 것이다. 전월대비로는 0.2% 하락했다.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비 1.0% 상승해 7월(1.0%)과 같았다. 이 지수는 4~6월 1.4% 오른 뒤 상승률이 줄어든 것이다. 전월비로는 8월 중 0.2% 상승했다.

품목성질별로 보면 상품은 전월대비 0.9%, 전년동월대비 1.3%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은 전월대비 7.5%, 전년동월대비 3.5% 상승했다.

공업제품은 전월대비 0.2%, 전년동월대비 2.0% 상승했고 전기‧수도‧가스는 전월대비 7.3%, 전년동월대비 8.9% 하락했다.

서비스는 전월대비 0.2%, 전년동월대비 1.4% 상승했다. 집세는 전월대비 변동이 없었으며, 전년동월대비 0.5% 상승했다.

공공서비스는 전월대비 변동이 없었고 전년동월대비 0.1% 하락했다. 하지만 개인서비스는 전월대비 0.4%, 전년동월대비 2.4% 올랐다.

공공서비스 물가가 전년비 하락하는 등 당국의 입김이 들어갈 수 있는 분야의 물가가 상승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반면 개인서비스 물가는 전년비 2%대 중반의 상승세를 보여 대조를 이뤘다.

■ 수요측면 물가 압력 없어 금리인상 가능성 없다?

이날 나온 소비자물가 결과를 놓고 향후 금리 동결을 지지하는 재료로 해석하는 모습과 인상에 힘을 실어준다는 해석이 부딪힌다.

우선 금리결정에 있어서 전통적으로 중요시해온 수요측면의 물가 압력이 낮다는 점에 주목하는 곳은 연내 금리 동결을 지지하는 결과라고 주장한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 "오늘 나온 소비자물가는 금리인상을 정당화시켜 주지 못할 것"이라며 "여전히 불확실한 글로벌 무역 분쟁과 당분간 낮게 유지될 인플레 압력을 감안할 때 이일형 위원은 동조자를 규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ANZ는 특히 근원 물가 상승률이 상당히 낮게 나온 데에 주목했다.

ANZ는 "헤드라인 물가 상승률은 우리의 예상보다 높았지만, 근원 물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근원 물가 상승률은 1999년 12월 이하 가장 낮다"고 지적했다.

비용측면의 물가 압력을 감안할 때 물가가 제법 높아질 수 있으나 수요 측면의 압력이 따라주지 못해 금리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바클레이즈도 "비용 측면의 물가 압력이 높아졌으나 수요 측면의 물가 전망은 우울하다"면서 "비록 헤드라인 물가가 식품이나 유가 요인과 같은 공급 압력에 의해 상승할 수 있으나 수요가 견인하는 압력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금융사는 "비록 관리물가를 제외하고 보면 소비자물가가 7월 2.0%에서 8월 2.2%로 상승했지만, 대부분 공급 측면의 물가 압력이어서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기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근 나온 소비자심리지수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2017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2.7%로 오르고 임금에 대한 기대도 올랐지만, 이는 최저임금 상승과 유가, 폭염에 따른 식품 물가 상승 때문이라고 짚었다.

■ 다시 한번 확인한 규제물가의 힘..8월 물가가 오히려 금리인상 예고편?

하지만 정부에 의해 제어돼 온 물가 상승률이 앞으로 확대되면서 금리인상을 지원하게 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HSBC는 "향후 높아진 물가상승률이 11월 금리 인상을 이끌 것"이라면서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8월에 소폭 축소됐으나 10월엔 한은의 목표인 2%에 근접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제임스 리 이코노미스트는 "관리 물가가 계속해서 인플레이션을 낮게 만들고 있다"면서 "전기세와 공공 서비스 가격을 제외한다면 8월 물가는 전년비 1.9%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억지로 눌러놓은 부분을 제외하면 이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중기목표에 거의 도달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은은 이 같은 물가 동학(dynamics)을 잘 알고 있으며, 그들이 이미 발행했던 보고서에서 관리물가를 제외하면서 자신들의 타겟에 근접한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정책 당국자들이 고용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은은 물가가 그들의 타겟에 근접한 모습을 확인한 뒤인 11월에 금리를 올리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사실 지난해 3분기엔 물가 상승률이 높아 올해 전년비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향후 4분기엔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엔 기저효과 때문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진 측면이 있으나 4분기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근접하고 이를 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경제전망을 하는 10월에 금리를 올리는 게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 한은, 시간이 갈수록 물가는 목표수준에 근접한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말로 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후반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근영 한국은행 물가분석부장은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우리가 예상한 수준이며, 시간이 갈수록 물가상승률은 조금씩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나온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에 비해 1.4% 오르는 데 그쳤지만 연말로 갈수록 점차 오름폭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올 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정부가 7~8월 전기료를 인하한 것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27%p 이상 끌어내렸다. 통계청은 이 효과가 물가 상승률을 전월비 0.273%p, 전년비 0.276%p 낮추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김 부장은 다만 당장 물가 상승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보는 것은 다소 성급하다면서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이번에 발표된 결과를 가지고 물가 상승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은 조금 이른 감이 있다. 우리가 예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그러나 근원물가도 내년엔 지금보다 한층 높아진 상승률을 나타낼 것으로 보는 등 물가 압력 확대에 무게를 뒀다.

그는 "내년에 가면 근원물가도 1%대 후반으로 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주 금통위에서 올해 물가 상승률이 7월 전망(1.6%)을 밑돌 수 있다는 언급을 했다. 총재는 그러면서도 향후 물가 압력 확대에 무게를 뒀다.

한은은 규제물가를 발라내고 볼 때 물가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데 무게를 둔다. 다만 한은이 정책을 펼 때 중심축으로 삼는 소비자물가 헤드라인이 기대에 못 미치다 보니 과감하게 금리 정상화에 나서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한은이 최근 규제물가를 강조한 것은 금리를 인상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며 "하지만 악화된 고용지표나 정부가 표출한 경기 우려 등을 감안해 미적거리면서 못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이날 물가연동국채는 상당히 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운용사의 다른 매니저는 "오늘 물가채가 민평 대비 언더6까지 강해져 무슨 일인지 의아했다. 연말에 소비자물가가 2%를 넘을 것으로 보면서 접근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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